환율 1400원과 '에브리싱 랠리' 시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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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1400원과 '에브리싱 랠리' 시즌2

민재용 금융부 부장 입력 : 2024-04-22 05:00:00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최근 자산 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한동안 바닥을 기던 비트코인 가격이 최근 1억원을 터치하더니, 아래로 방향을 꺾은 것으로 보였던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 가격도 다시 고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중동발 정세 불안으로 최근 상승세가 주춤하긴 하지만 코스피 지수 역시 지난달 26일 2022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2757을 찍기도 했다. 적어도 자산 가격 수준으로만 본다면 유동성이 역대급으로 풀렸던 코로나19 시기와 비슷한 상황이다.

하지만 경제 속사정은 그때와 사뭇 다르다. 당시에는 경기 침체가 올까 두려워 미국을 비롯해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낮췄지만 지금은 고물가를 잡기 위해 발 빠르게 기준금리를 올린 상황이다. 미국은 2022년 3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불과 1년여 만에 금리를 5.25%포인트 올리는 초고속 긴축에 나섰다. 한국은행 역시 코로나 위기가 지난 뒤 1년 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2.75%포인트 올렸다.

사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힘을 잃어갈 때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자산 가격 급락을 경고했다. 풀린 돈의 위력으로 물가가 크게 치솟은 만큼 이제 각국이 돈줄 조이기(긴축)에 나설 것이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예상한 자산 가격 대폭락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다. 물론 긴축이 시작된 이후 증시, 부동산, 코인 등 가격이 조정을 받기는 했지만 폭락이라고 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오히려 지난달 미국 S&P500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자산 시장 랠리는 다시 시작된 듯하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 정도 고금리는 버틸 수 있다'는 자신감도 미국 내에 점차 확산하고 있다. 실제 주요 지표로 드러난 미국 경제 상황은 탄탄하다. 고용시장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고 있으며 높은 물가에도 미국의 소비는 위축되지 않고 있다. 미국 경제가 소프트랜딩(연착륙)을 하지 않고 아예 노랜딩(무착륙)으로 다시 고공 행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이는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이자 전 세계 돈이 몰리는(금융 중심지) 미국이니 가능한 얘기다. '미국이 기침을 하면 독감에 걸린다'는 한국으로서는 현재의 고금리에 자산 가격이 다시 상승하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달리(미국도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고물가와 고금리를 버틸 수 있는 기초체력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커지고 있는 중동발 전쟁 위협은 미국과 그 외 나라들이 처한 사정을 여실히 보여줬다. 글로벌 정세 불안에 안전 자산인 달러를 찾는 수요가 높아지자 다른 나라들 화폐 가치는 급락했다. 원화 역시 2년여 만에 달러당 1400원을 넘어서며 주요국 통화 중 가장 약한 모습을 보였다. 최근 코스피 하락 폭이 뉴욕 증시보다 큰 것 역시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탄탄하지 않다는 것으로 잘 보여준다.

우리 경제는 고금리 상황이 더 지속되면 버티기 어려운 여러 문제를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다. 이달 초 나온 씨티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부동산 PF의  위험노출(익스포저) 규모는 202조6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9%에 달했다. 이 중 부실 PF는 전체 중 55%인 110조7000억원 규모로 이는 GDP 대비 약 5% 수준을 차지했다. 금융당국은 PF 문제가 큰 위기로 번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이는 미국이 당초 예상대로 빠르게 금리를 내릴 때 기대 가능한 시나리오다. 

코로나19 시기  자산 가격이 급등했을 때 이는 '풍부한 유동성 때문'이라며 경계하는 모습이라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사회 분위기는 다시 찾아온 자산 가격 상승기에 근거 없는 자신감이 확산하는 모습이라 우려스럽다. 빚을 내 코인을 사고, 또다시 영끌해 서울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미국이 자신감을 바탕으로 노랜딩에 나서고, 중동 정세가 악화돼 글로벌 물가는 오르고 원화 가치는 급락한다면 우리 경제는 큰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다. 예상보다 일찍 찾아온 에브리싱 랠리 시즌2를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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