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기후 위기로 부동산 보험시장이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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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칼럼] 기후 위기로 부동산 보험시장이 바뀌고 있다

김봉철 기자 입력 : 2022-10-05 09:45:08
  • 최민성 델코리얼티그룹 회장

[최민성 델코리얼티그룹 회장]

최근 전 세계적으로 산불, 홍수 등 기상 이변으로 인해 부동산 등에서 수십억 달러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덩달아 보험회사도 막대한 손실을 보면서 많은 취약 지역의 부동산 보험료가 크게 오르고 있다.
 
부동산과 보험업계는 기후 위기의 위험을 줄이고, 회복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부동산 투자자들은 미래 기후 위험에서 자산이 회복할 수 있는 투자 수준을 알고 싶어한다. 보험사도 미래 보험료를 예측하길 원한다. 세계적 도시개발협회인 어번 랜드 인스티튜드(ULI)에 따르면 미국은 기후 위험에 대한 회복력 솔루션을 찾기 위해 공공과 민간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 ULI의 관련 연구 자료를 통해 시사점을 정리해본다.
 
심한 자연재해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지역에서 보험업계는 보험 대상 자산을 줄이면서 보험료도 인상하고 있다. 보상금이 늘어 회사 재정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7~2018년 캘리포니아 산불과 관련해 보험사들은 201억 달러의 손실이 나고 26년간의 이익이 사라졌다.
 
플로리다주에서는 올 4월 이후 부동산 보험사 5곳이 파산했다. 보험사는 증가하는 기후 위험의 실제 비용을 고객에게 전가하고 있다. 일부 보험사는 아예 보험을 중단하기도 한다. 소매점, 사무실, 물류 같은 상업용 부동산은 증가하는 보험료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 그러나 주택, 호텔, 콘도 등은 그렇게 하기 힘들다. 재해 상습 지역의 부동산은 보험료 인상 부담 외에, 자산 가치가 하락하면서 채무 불이행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기후 위험에 대비하는 규정을 준수하는 부동산이 늘고 있다. 미국 연방비상관리국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2000년 이후 위험 대책 규정을 준수하는 부동산이 늘면서 연간 평균 16억 달러의 손실을 피할 수 있었다. 이러한 지침에 따르는 부동산에 대해서는 보험료를 할인해주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업계는 보험료를 일정 비율로 유지하여 보험 가용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적어도 보험료 급등을 피할 수 있다. 보험사인 FM 글로벌은 계약자들의 회복력을 장려하기 위해 연간 보험료를 5% 할인하고 있다.
 
자연재해 피해가 커지면서 미국의 연방과 대부분 주 정부가 운영하는 공공보험 보험료가 오르고 있다. 이들 공공보험은 많은 고위험 지역에서 종종 민간 보험사보다 낮은 보험료를 적용해 왔다. 그동안 극심한 자연재해가 반복되는 지역까지 보장을 확대해왔기에 민간 부동산의 공공보험 의존도가 높았다.
 
플로리다 공공보험은 민간 보험사가 보장을 꺼리거나 민간 보험료가 공공보험보다 20% 이상 비싼 경우에 보험 가입을 받아 왔다. 그러나 공공보험도 반복적인 대규모 자연재해로 적자가 발생하면서 늘어난 재정 부담을 정부와 납세자에게 떠넘기고 있다. 결국 모든 보험 계약자에게 추가 청구서를 발행하고 있다. 이에 상습 재해 지역에서는 부동산에 공공보험 적용을 반대하고, 아예 신규 개발을 금지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루이지애나 공공보험료는 아예 민간보다 10% 더 높게 책정해 다시 민간 보험에 재보험을 들고 있다.
 
자연재해 보험은 입지에 따라 복구 효율성과 가용성이 크게 달라진다. 우선 자연재해를 입은 지역의 부동산이 반등하는 데 보험이 큰 역할을 하는 경우가 있다. 캘리포니아 산타로사는 2017년 산불 화재로 주택의 5%가 파괴돼 높은 보험료가 적용됐지만 재건축 기간 중 미니 부동산 붐이 있었다. 반면 캘리포니아 파라다이스는 2018년 산불 이후 인구가 2만6000명에서 2000명으로 급감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어려워졌다. 당연히 보험 대상이 줄고 보험료가 크게 올랐다. 연구에 따르면 미국 대도시 3분의 2 지역에서 90% 이상이 홍수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 위기 대책에 대해 전 세계 부동산업계는 아직 명확한 전략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자연재해는 결국 보험료 인상, 자본 지출과 운영비 증가, 건물의 유동성과 가치 감소로 이어진다.
 
심지어 자연재해가 반복되는 도시 전체의 매력이 떨어뜨리기까지 한다. 그래서 미래의 기후 위험에 대한 자산 가격을 평가하는 수단과 표준 방식이 바뀌고 있다. 종전의 과거 데이터 기준에서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해 미래 예측 데이터를 사용하고 있다. 이 방식은 수년 내에 더욱 정교해질 전망이다. 우리나라도 가뭄과 홍수가 지역별로 예전보다 강해지고 있다. 우리 부동산산업과 보험산업도 예외일 수는 없기 때문에 글로벌 흐름을 살피면서 지혜로운 방식을 채택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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