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관광 서울'과 '마포 소각장 건설' 논란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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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 ​'관광 서울'과 '마포 소각장 건설' 논란에 대한 단상

김성현 기자 입력 : 2022-09-28 05:30:00
“파리 끓는 동네에서 어떻게 사느냐, 그곳으로 이사 가면 너희 집은 가지 않겠다.”

몇 년 전 서울 마포구 성산동 인근의 아파트로 이사 간다는 친구가 이와 같은 핀잔을 아버지에게서 들었다며 하소연했다. 2000년대 이후 성산동을 아는 사람과 그 이전의 성산동을 아는 사람의 인식 차에서 비롯된 갈등이었다. 

친구에게 성산동은 2002년 한일월드컵의 상징인 상암월드컵경기장을 중심으로 교통, 문화, 기반 시설 등이 잘 갖춰진 살기 좋은 동네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에게 성산동은 난지매립지를 낀 사람이 살 수 없는 동네에 여전히 머물러 있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1996년 당시 2002년 한일월드컵 개최 발표 이후 난지도매립장은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었다. 서울의 골칫거리에서 서쪽의 문화 중심지 중 하나로 발전했다. 특히 외국인들이 즐겨찾는 관광지이기도 하다. 홍대-합정-마포구청-월드컵경기장 지하철 역사를 중심으로 홍대 젊은이들의 광장, 망원 시장과 공원, 월드컵공원 이어지는 관광자원이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상전벽해다. 난지도매립장을 기억하지 못하는 세대에게 최근 최고의 거주지로 떠오른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국내 방송국 등 각종 미디어 관련 업계도 자리 잡으며, 또 한 번의 성장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기억 속에서 사라졌던 난지도매립장이 최근 다시 소환됐다. 서울시가 지난달 마포구 상암동 현 자원회수시설 부지를 신규 자원회수시설의 최적 입지 후보지로 선정하면서다. 이로 인해 성산동에 위치한 마포구청 인근을 중심으로 시끌벅적해졌다. 사전협의 없는 일방적 발표 등으로 해당 주민들이 전면 철회를 요구하며, 가두행진과 피켓시위 등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은 산과 강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수백 년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매력을 가진 도시”라며 “도시 전체가 국내외 관광객을 유인하는 관광자원 그 자체”라고 홍보하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모습과 극명히 대비된다. 

서울시와 서울관광재단이 27일부터 내달 1일까지 5일간 강남 코엑스에서 개최하는 ‘2022 서울국제트래블마트(SITM) 및 2022 서울의료관광국제트래블마트(SITMMT)’에 참석하기 위해 상경한 필자로서는 이 같은 장면들이 더없이 생경하다. 

국내 관광산업의 발전을 기대하기에 업계 사람으로서 욕심인가 했다. 그래서 관련 업계에 묻고, 기사 등을 꼼꼼히 살펴봤다. 정리하면 서울시는 생활폐기물 처리 소각장이 필요하고, 마포구를 최적의 장소로 꼽았다. 취지는 이해가 갔다. 

반대하고 나선 마포구민은 이미 2005년부터 가동되고 있는 상암동 자원회수시설로 인해 오랜 시간 고통을 겪어왔다. 여기에 더해 하루 1000톤(t) 이상의 폐기물 소각장을 추가로 설치하는 셈이다. 불공평하다고 느낄 수 있다. 

양측의 명분이 충분하다면 실리를 따져 공론장에서 다수가 만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관광 서울도 지키고, 양측도 만족할 방법을 고심했다. 문제가 문제인 만큼 다양한 곳에서 같은 생각을 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소각장 신규 설치는 어려운 일이니 민간 소각장을 활용하자는 얘기였다. 

2020년 기준 수도권 매립지에 반입된 폐기물(299만5000t) 가운데 태울 수 있는 ‘가연성 폐기물’은 88만7600t이다. 수도권 인근에 있는 민간 소각장 40여 곳의 연간 여유 처리 용량은 96만t 수준이다. 처리 용량이 있는 민간 소각장을 통해 생활폐기물의 일정 부분 처리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서울 동대문구, 경기 화성시에서 지난해 민간 소각장과 계약을 맺고 수도권매립지 반입 허용량을 초과하는 쓰레기를 처리한 선례가 있어 실현 가능한 방안이다.

이밖에도 서울시와 마포구민, 업계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면 얼마든지 더 좋은 대안이 나올 수 있다. 다행히 오 시장도 소각장 입지 후보 발표 후 최근 마포 주민과 면담하며, 소통행보에 나섰다. 마포구는 향후 결정에 따라 추억의 난지도매립지가 현실로 돌아올 수 있다. 관광 서울 중심축의 하나가 될 수도 있다. 결과는 서울시에 달렸다. 
 

유일한 한국공정여행업협회 회장 [사진=한국공정여행업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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