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 칼럼] 중국의 '디지털 빅뱅'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Koiners다음 시론

[박승찬 칼럼] 중국의 '디지털 빅뱅'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박승찬 (사)중국경영연구소 소장,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입력 : 2022-09-21 06:00:00
 

박승찬 (사)중국경영연구소 소장 겸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올해 양회 리커창 총리의 정부업무보고서에서 디지털 경제가 핵심 키워드로 등장한 이후 최근 각 지방정부별로 디지털 경제 건설이 한창이다. 지난 7월 초 광둥성 산터우(汕頭)시에서 ‘2022년 중국 디지털 경제 혁신발전대회’가 개최되었고, 8월 말에는 장시성 상라오(上饒)시에서 300여 명의 디지털 경제관련 학자 및 전문가, 기업들이 참석한 ‘2022년 중국 디지털 경제 산업대회’가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그 밖에 크고 작은 관련 포럼 및 콘퍼런스가 개최되며 디지털 경제가 최근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핵심은 스마트 도시, 디지털 농촌, 집적회로와 AI, 빅데이터, 메타버스 등의 산업 분야에서 기술 혁신과 공급능력 향상을 통해 ‘디지털 중국, 디지털 강국’ 건설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디지털 경제발전은 2013년 시진핑 주석의 5세대 지도부의 출범과 결을 같이한다. 2015년 발표된 중국제조 2025와 인터넷 플러스 등 다양한 고부가가치 산업육성정책은 모두 디지털 경제 카테고리 범위에 포함된다. 특히 2020년 코로나19 이후 중국은 디지털 경제를 기반으로 한 경제성장을 더욱 강조하는 분위기이다. ‘비디지털 분야에 1달러를 투자하면 GDP 3달러를 창출하는 반면, 디지털 분야 1달러를 투자하면 25달러의 부가가치를 창출하여 승수효과가 약 7배 커져서 향후 중국 경제성장의 엔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애기다. 그런 노력으로 2021년 디지털산업화 규모는 8조3500억 위안(약 1665조원)으로 전년 대비 11.9% 증가했다.

우리가 중국의 디지털 경제 성장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중국 정부의 명확한 핵심성과지표(KPI) 설정과 실천력이다. 중국 공산당은 명확한 KPI를 설정하고, 그것을 지속적으로 달성해 왔다. 그렇지 않았다면 중국이 지금처럼 빠른 성장과 변화를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막강한 공산당 엘리트 구조 속에서 KPI가 낮은 관리가 승진할 수 없고, 만약 그럴 경우 반대편에 있는 권력구조 속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지난 10년간 중국 디지털 경제가 매우 빠르게 성장한 것도 명확한 KPI에 근거해 발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2012년 디지털 경제 규모 11조 위안(약 2194조원)에서 2021년에는 45.5조 위안(약 9076조원)으로 급성장하며 중국 전체 GDP에서 차치하는 비중이 39.8%에 이른다. 2022년 1월 중국 국무원이 발표한 14∙5 디지털경제발전규획에 관한 통지(十四五数字经济发展规划的通知)에서도 향후 디지털 경제 발전에 대한 명확한 KPI를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디지털 경제 핵심산업의 부가가치 GDP 비중을 2020년 7.8%에서 2025년 10%, 인터넷 프로토콜 버전6(IPv6) 활성 사용자수를 2020년 4.6억명에서 2025년 8억명, SW 및 IT서비스업 규모를 2020년 8.16조 위안(약 1627조원)에서 2025년 14조 위안(약 2792조원), 전자상거래 교역규모를 2020년 37.2조 위안(약 7422조원)에서 2025년 46조 위안(약 9175조원)으로 확대한다는 명확한 KPI를 제시하고 있다. 2025년 중국 디지털 경제 KPI 목표 실현을 위해 숨가쁘게 움직이고 있고, 그에 따라 향후 중국 디지털 경제 규모는 더욱 성장하고 고도화될 것이다.
 
둘째, 메이드 인 차이나에서 벗어나 ‘디지털 인 차이나’로의 전환을 통해 향후 디지털 강국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과거 저렴한 인건비 기반의 메이드인 차이나에서 점차 지식기술 기반의 디지털산업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2018년 미·중무역전쟁이 본격화되면서 중국 정부는 줄곧 디지털 경제의 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국가 주도의 디지털 경제만이 향후 미국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자 해법으로 생각하고 있다. 앞서가고 있는 디지털 위안화 영역을 더욱 고도화시켜 글로벌 통화패권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고, 상하이 커촹반 시장 내 디지털 산업 비중을 90% 이상으로 확대시켜 미래 자본시장의 주도권을 잡아간다는 전략이다. 물론 단시일 내 달성하기는 쉽지 않지만 항상 그랬듯이 중국은 국가 주도로 영향력을 더욱 키워나갈 가능성이 높다. 또한 최근 부상하고 있는 메타버스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기타 산업과의 융합을 확대시켜 나가고 있다. 특히 메타버스가 중국 디지털 경제의 핵심 어젠다로 부상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베이징, 상하이, 항저우 등 주요 도시별로 메타버스 관련 산업육성 정책이 쏟아지면서 텐센트, 샤오미 등 플랫폼 기업뿐만 아니라 많은 신생벤처기업들도 참여하고 있다. 상하이시의 경우 “메타버스 산업육성 행동방안(2022~2025년)‘을 발표하며 주도적으로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상하이시는 5G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메타버스 산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세부적으로 2025년까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10개 핵심기업과 100개의 메타버스 전정특신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관련 인프라를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메타버스 관련 산업규모를 3500억 위안(약 70조원)으로 확대시켜 상하이시 SW 및 IT서비스 산업규모를 1.5조 위안(약 299조원), 전자정보 제조업 규모를 5500억 위안(약 110조원)으로 성장시킨다는 목표다.
 
셋째, 데이터를 기반으로 디지털 거버넌스를 구축해 공산당 집권체제를 더욱 공고히 해나갈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빅데이터 제국으로 14억명의 데이터 자원은 국가관리의 기틀이 된다. 국가안전과 혁신 거버넌스라는 이름으로 데이터 수집단위를 향, 촌 단위부터 수집해서 국가가 전략적인 DB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디지털 경제는 향후 양자컴퓨터, 블록체인, 6G 등의 첨단기술과 인프라를 통해 기존의 데이터와 융합시켜 통제 가능한 차세대 빅데이터 인프라인 ‘빅데이터 인터넷(Internet of Big Data)“을 구축할 수 있다. 이는 곧 디지털 거버넌스 시스템의 구축을 의미한다. 국가 차원의 빅데이터 시스템 구축을 통해 다양한 데이터가 중앙-지방정부 간 상호 공유되면서 불필요한 시간을 없애고, 조작된 정무 및 경제통계를 시정하고, 이와 동시에 왜곡된 정보를 바로잡아 공산당 체재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파괴적 혁신을 넘어 빅뱅 파괴와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의 가장 중심에 있는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메신저에서 플랫폼으로 진화한 위챗의 빅뱅, 핀테크 빅뱅, 모빌리티 빅뱅 등 다양한 산업과 기술에서 빅뱅 차이나가 일어나고 있다. 결국 14억명의 데이터가 티핑포인트를 넘어 디지털 경제 전 산업으로 확산되면서 빅뱅 차이나는 더욱 빠르게 진화할 것이다. 중국은 단순 제조업 일자리 창출을 넘어 디지털 경제로의 구조적 전환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미래선도형 국가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좀 더 안으로 들어가 중국의 디지털 경제 성장과 변화를 살펴봐야 한다.
 
 
 
 박승찬 필자 주요 이력
▷중국 칭화대 경영전략박사 ▷주중 한국대사관 경제통상전문관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 소장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