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심 시행 D-4...관련 정책·서비스 마련에 고심하는 정부와 이통3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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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심 시행 D-4...관련 정책·서비스 마련에 고심하는 정부와 이통3사

강일용 기자 입력 : 2022-08-28 17:10:00
  • 과기정통부, 9월 1일부터 e심 알리기 나서...KT는 전용 서비스 '듀얼번호' 출시

  • 정부는 요금 절감, 이통3사는 일과 업무 분리 효과 기대

(왼쪽부터) 일반 유심, 미니 유심, 나노 유심, e심 모듈. [사진=연합뉴스·도이치텔레콤]

다음 달 1일 e심 제도 시행을 앞두고 정부와 이동통신 3사가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정부는 e심 제도를 통해 무선통신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고 후속 제도를 준비하고 있다. 이통3사도 e심을 통해 국내에 듀얼심 스마트폰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관련 요금제와 부가서비스 출시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정부, e심 시행 맞춰 대국민 홍보 돌입... 가계통신비 절감 기대

28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9월 1일 e심 제도 시행에 맞춰 '대국민 e심 제도 알리기(가칭)'에 나선다.

e심은 스마트폰에 전자적으로 내장된 유심(가입자 식별 모듈)이다. 새끼손톱보다도 작은 스마트폰 속 전자장치에 가입자 식별을 위한 다양한 정보를 내려받아 저장한다. 심성전자 갤럭시 Z 플립4·폴드4와 애플 아이폰XS 이후 모델들은 다음 달 1일부터 기존 유심과 함께 e심으로 두 개의 번호를 부여받는 듀얼심 활용이 가능해진다.

2002년 6월 SKT의 WCDMA(3G) 상용화와 함께 도입된 후 지속해서 칩셋 크기가 줄어들던 유심이 20년 만에 '소프트웨어화'라는 가장 큰 변화를 맞이하는 만큼 국민들에게 e심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활용법을 지속해서 알리겠다는 게 과기정통부의 홍보 계획이다.

실제로 과기정통부는 이통3사의 사전 홍보·마케팅으로 인해 국민들이 e심 정보 과다로 인한 혼선을 겪는 것을 막기 위해 이통3사에 9월 1일까지 e심 사전 홍보·마케팅을 자제해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과기정통부는 e심 제도 시행이 5G 중간요금제와 함께 가계통신비를 절감하고, 알뜰폰(MVNO)이 더욱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통3사의 요금제에 가입해 기존 번호를 유지하면서 알뜰폰의 저가 데이터 요금제에 추가로 가입해서 이통3사의 무제한 요금제보다 저렴한 가격에 무제한 데이터를 이용하는 형태다. 이를 통해 1100만명을 넘은 알뜰폰 가입자 수가 한층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KT 듀얼번호 버스 광고 [사진=KT]

◆이통3사는 일과 업무 분리에 주목..."부캐 만드는 MZ세대 공략"

반면 이통3사는 두 개의 번호를 통해 일과 업무를 분리할 수 있다는 e심 기술의 특징에 주목하고 있다. 이용자들이 저렴한 가격에 추가 번호를 확보하도록 유도함으로써 5G 중간요금제 출시로 인한 ARPU(이용자당 평균 매출) 하락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첫 포문은 KT가 열었다. KT는 9월 1일 e심 제도 시행에 맞춰 고객에게 두 번째 번호를 제공하는 부가서비스 '듀얼번호'를 출시한다.

참고 기사: [단독] KT, 이통3사 최초 e심 전용 서비스 선봬..."월 8800원이면 번호가 두 개"
 
듀얼번호는 하나의 스마트폰에서 두 개의 번호로 통화, 문자, 메신저 등을 이용할 수 있는 부가서비스다. 

KT는 "듀얼번호를 통해 스마트폰 한 대에서 목적에 맞게 2개의 전화번호를 나눠 사용할 수 있는 만큼 일상과 업무 분리, 개인정보 노출 등에 대한 고객들의 걱정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서비스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KT에 따르면 하나의 폰으로 두 개의 번호를 이용하려는 고객 수요는 꾸준히 있었다. 중고거래, 택배, 배달 등에서 개인 전화번호가 노출되는 상황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프라이버시를 지키고, '워라밸'을 위해 일과 업무를 분리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이통3사는 월 3300~3850원에 두 번째 번호를 제공하는 부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지만, 전화를 걸기 전에 추가 번호를 입력해야 하고 실제로 일과 업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불편함이 있었다.

반면 듀얼번호는 스마트폰 내의 e심을 활성화해 추가 번호를 부여하는 만큼 일과 업무의 분리가 확실히 된다는 것이 KT 측의 설명이다. MZ세대가 온라인 게임에서 '부캐(보조 캐릭터)'를 생성하는 것과 같은 감각으로 스마트폰을 이용할 수 있다.

듀얼번호는 월 8800원에 두 번째 번호용 데이터 1GB(소진 시 최대 400Kbps)를 제공하며, 메인 번호의 음성과 문자도 공유할 수 있다. 데이터는 메인 번호로 제공받은 것을 이용하면 된다. 부가서비스임에도 듀얼번호에 데이터(QoS 포함)를 추가 제공하는 것은 혹시라도 두 번째 번호를 활성화한 상황에서 데이터를 사용해 과도한 데이터 요금이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SK텔레콤(SKT)과 LG유플러스도 e심 관련 요금제와 부가 서비스를 9월 1일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KT와 마찬가지로 고객 편의를 위해 월 일정 금액을 내면 e심을 활성화하고 추가 번호를 제공하는 부가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SKT도 e심 제도 시행에 따른 요금제와 부가서비스를 검토 중이다.

한편 이통3사는 e심을 탑재한 스마트폰에 특화한 전용 요금제는 준비하고 있지 않다. 전기통신사업법은 특정 이용자를 차별하는 요금제를 출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 e심 전용 요금제는 특정 스마트폰을 가진 이용자에게 혜택을 주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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