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수난시대] '제2벤처붐' 허울뿐···스타트업·벤처 인력난 가중 "사람이 없다"

이나경 기자 입력 : 2022-06-09 16:07 수정 : 2022-06-09 16:07:22
대기업 쏠림 현상에 R&D 등 핵심 인재 부족 '심화' 업계 "스타트업·벤처 스스로 역부족, 정부가 나서줘야"
이나경 기자 2022-06-09 16: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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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전에서 모빌리티 스타트업을 운영 중인 A씨는 최근 인재 채용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매년 180% 이상 기업 성장세를 이어가며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해졌지만, 채용 공고에 반응하는 지원자들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어렵게 직원을 뽑아놔도 한달도 지나지 않아 그만두거나 더 좋은 조건으로 이직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 대표는 “연봉 30% 인상에 추가 성과급까지 얹어 준다고 해도 다들 지방에 있는 스타트업으로 오려 하지 않는다”며 “개발직군뿐만 아니라 사무직조차도 지원자가 없어 채용하기 힘든 게 스타트업계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서울에 위치한 콘텐츠 스타트업 B사는 최근 경력직 개발자 채용에 진땀을 빼고 있다. 4년 차 이상 시니어 개발자가 필요해 지난해 11월부터 모집 공고를 내걸었지만 8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채용이 성사되지 못했다. 어쩌다 운 좋게 지원자와 면접까지 진행돼 최종 입사 통보를 전달해도 더 좋은 조건의 대기업 이직 의사를 밝히며 거절하는 경우도 많았다.

B사 대표는 “경력직 개발자들이 현재 이직 활동을 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지원이 저조한 상황”이라며 “지난달부터는 내부 개발자 직원 추천제를 통해 입사할 경우 최대 500만원 이상의 보상금 지원 제도도 내걸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는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며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까지 고용개선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스타트업은 여전히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인력 채용을 위해 고액의 연봉, 스톡옵션, 무제한 휴가제 등 다양한 유인책도 꺼내 들었지만 불안정한 직업 안정성으로 취업 준비생과 경력자 모두에게 외면받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스타트업의 자체적인 노력만으로는 근본적인 인력난을 해소할 수 없다며 정부 차원의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벤처·스타트업 만성 인력난...벤처 10곳 중 6곳 “직원 뽑기 쉽지 않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 채용 개선세가 뚜렷해지고 있는 가운데 벤처·스타트업 상당수가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때 중소기업도 대기업과 공기업에 밀려 채용 시장에서 외면받았지만 코로나 여파로 눈높이를 낮춰 중소기업에서 시작하겠다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발표한 ‘5월 중소기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중소기업 취업자 수는 2508만명으로 전년 같은 달 대비 67만3000명 늘며 14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이 중 20대 청년 고용 증가가 눈에 띈다. 29세 이하 청년 취업자 수는 지난 2021년 3월부터 14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다. 50대가 지난해 4월부터 13개월 연속, 60세 이상은 2월부터 15개월 연속 증가한 것과 비등한 수치다.

취업 의지는 있지만 구직을 포기한 ‘구직단념자’와 일할 능력이 있지만 일을 하지 않은 ‘쉬었음’ 인구가 지속해서 줄어드는 점도 긍정적인 흐름이다. 구직단념자의 경우 절반가량이 20·30세대였다.
 

벤처기업과 취업준비생의 채용환경에 대한 응답 [사진=중소벤처기업부]


반면 벤처 스타트업 상당수는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코로나 이후 디지털 전환이 빨라지며 정보통신(ICT) 분야 기술인력 공급이 절실한 상황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최근 벤처기업 300곳과 취업준비생 81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벤처기업 10곳 중 6곳 이상은 소프트웨어(SW) 분야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벤처기업 300곳 중 63%는 SW분야 인력수급에 대해 ‘어려운 편’이라고 답했다. 이 중 ‘매우 어렵다’는 응답은 19.7%, ‘어려운 편’이라는 답변은 43.3%였다.

또 조사대상 기업의 51%는 채용한 SW 분야 인력의 이직과 퇴사가 ‘타직군 대비 많다’고 답했다. 앞으로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 SW기술 분야로는 응답 기업의 69%(복수응답)가 ‘빅데이터 & 데이터베이스’, 54%는 ‘인공지능’(AI)을 꼽았다.

기업들은 SW 전공자의 경우에도 채용 후 기업 요구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는 3개월 정도의 교육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기업의 40.0%는 올해 채용 환경이 지난해에 비해 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취업준비생 46.9%도 올해 채용환경이 전년보다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취업준비생들이 취업하고 싶은 민간기업은 대기업(37.6%), 유명 벤처기업(36.6%), 유니콘(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스타트업·10.6%)기업, 중견기업(8.3%), 중소벤처기업(4.3%) 등의 순이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 태부족...전문가 “인프라 및 제도 구축, 정부가 직접 나서야”

업계 및 전문가들은 스타트업에 인재가 유입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스타트업 취업을 꺼리는 주된 이유가 직업 불안정성인 만큼 정부가 직접 나서 스타트업이 안정적인 인프라 및 제도를 구축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모집 직군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경우, 수요 대비 공급이 너무 부족해 기업 간 인재 유치 경쟁 이 앞으로 더 치열해질 것”이라면서 “이렇게 되면 자금이 부족한 초기 스타트업들은 당연히 경쟁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어 대기업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 대표는 “구직자들이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것이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줘야 한다”며 “기업 스스로가 구직자와 일자리 간의 간극을 좁혀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부에서 나서 스타트업을 먼저 경험할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조건적인 자금지원이 아니라, 취업시장에서 구직자들이 가지고 있는 스타트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일정 기간 메워줄 수 있는 인센티브를 부여해 업계 인력 유입의 마중물 역할을 해달라는 지적이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는 “제2차 벤처붐이란 말이 무색하게 국가의 핵심 인재들은 불안정한 미래와 전망을 이유로 스타트업에 취업을 꺼리고 있다”며 “인재들이 벤처기업의 아이디어와 가능성을 두고 가치평가를 할 수 있는 스톡옵션 등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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