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 눈물과 함께 LPGA를 휘어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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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 눈물과 함께 LPGA를 휘어잡다

이동훈 기자 입력 : 2021-11-22 10:54:58
  • LPGA 최종전 우승…왕좌 탈환 성공

우승 직후 몰리 마르쿠스 사마안 LPGA 커미셔너와 포옹하는 고진영(오른쪽). [사진=연합뉴스]


"참 많이 울었어요."

우승 직후 고진영(26)의 말에는 이번 시즌 흘린 눈물이 배어 있었다. 조모상을 당했고, 스윙 코치와 클럽이 바뀌었다. 감정 기복이 생겼다. 대회 중에는 손목 통증이 찾아왔다. 주저앉아 우는 그에게 캐디는 '포기하자'고 권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하늘은 63타라는 한 라운드 최저타 기록을 선사했다. 종전 최고 기록(64타)보다 1타 경신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최종전(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 합계 23언더파 265타 우승이다.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비춘 고진영은 "의미가 깊은 우승이다. 오늘 63타를 때렸다. 10년 만에 깬 기록"이라며 "샷을 할 때마다 후회 없이 한국에 가자고 생각했다.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참 많이 울었어요"라고 말을 이었다. "감정 기복이 심해졌다. 대회 중에는 손목 부상이 찾아왔다. 캐디가 기권하자고 했으나, 포기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하늘에서 우승을 내려준 것 같다."

고진영은 힘들고 포기하고 싶을 때 '솔직해지자'고 되뇌었다. 그는 "힘들 때 많이 울고, 스트레스를 풀려고 노력했다. '후회 없이, 원 없이'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 나 스스로 솔직해지자 생각했다. 감정을 속이지 않고, 솔직하게 모든 것을 다했다"고 털어놨다.

인터뷰 끝까지 고진영은 "골프채를 멀리하고, 골프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배 위에 감자튀김을 올려놓고 넷플릭스를 보고 싶다"고 솔직했다.

고진영은 2017년 LPGA 하나은행 챔피언십 우승으로 2018년 투어에 데뷔했다. 올해로 4년 차다. 

이번 시즌 19경기에 출전해 커트라인 통과 18회, 상위 10위 8회, 우승 5회를 기록했다. 누적 상금은 350만2161 달러(약 41억6400만원)다.

투어 통산으로는 12승째다. 김세영(28)과 나란히 한국 선수 다승 3위에 위치했다. 3년 연속 상금왕, 2번째 올해의 선수상, CME 글로브 우승자, 여자골프 세계 순위(롤렉스 랭킹) 1위 등에 오르며 LPGA 투어를 휘어잡았다. 넬리 코다(미국)에게 빼앗긴 모든 것을 찾아왔다. 그는 "4승을 했는데 올해의 선수상을 못 받는다면 억울할 것 같았다. 우승해야겠다는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올해 LPGA 투어는 한국 위기론이 피어올랐다. 시즌 초반 미국 선수들이 우승하면서다. 고진영이 눈물과 함께 들어 올린 최종전 우승컵으로 위기론을 다소 극복했다.

물론, 100% 극복한 것은 아니다. 한국은 7승(고진영 5승, 김효주·박인비 1승)으로 미국(넬리 코다 4승 등 8승)에 1승 차로 국가별 다승을 넘겨줬다. 베어 트로피(최저 평균 타수)는 교포 리디아 고(뉴질랜드)에게, 신인상은 패티 타와타나낏(태국)에게 내줬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이제 LPGA 투어는 퀄리파잉(Q) 시리즈에 돌입한다. 일정은 오는 29일부터 다음 달 12일까지다. Q 시리즈에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선수들이 대거 출전한다. 한국은 이를 통해 다음 시즌 위기론 소멸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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