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강도호 "한중일 FTA 체결 땐 세계 3대 블록 형성...경제단체·지방정부 협력 플랫폼 만들 것"
Koiners다음 외교

[아주초대석] 강도호 "한중일 FTA 체결 땐 세계 3대 블록 형성...경제단체·지방정부 협력 플랫폼 만들 것"

대담=최신형 정치부장·정리=박경은 기자 입력 : 2021-04-22 03:00:00
  • 한중일 3국 협력 사무국(TCS) 사무차장, 본지인터뷰

  • "EU·RCEP 등 국제사회, 시장 확대·발전시키는 추세"

  • "한·중·일 3국 역시 FTA 체결 계속해 논의해 나가야"

  • "사무국, 3국 지방정부·경제단체 간 매칭(연결) 기여"

  • "한·중·일 정부, 3국 협력 지지 강해...상호 간 배워야"

강도호 한중일 3국 협력 사무국 사무차장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소재 사무국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대담=최신형 정치부장·정리=박경은 기자] "한·중·일 3국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 '세계 3대 경제 블록'이 형성될 것이다." 강도호 한중일 3국 협력 사무국(TCS) 사무차장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소재 사무국에서 진행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3국의 경제 규모 등을 고려할 때 FTA를 시급히 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주미 한국대사관 공사와 주오만 한국대사 등을 역임한 강 차장은 30여년간의 직업외교관 생활을 마무리하고 지난 2019년 9월부터 3국 협력 사무국에 몸담았다. 올해 9월로 임기 2년을 모두 마치고, 자리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김 차장은 한·중·일 3국이 FTA를 체결할 경우 세계 3위권 규모의 경제권이 새로이 구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른 기대효과로는 3국 경제단체와 지방정부 간 교류의 가속화를 꼽았다.

앞서 한·중·일 3국은 지난 2003년부터 2009년까지 3국 FTA 체결을 위한 민간공동연구를 진행했다. 이후 2013년 3월 FTA 제1차 협상(서울)을 개시하고, 2019년 11월 16차 협상까지 벌였다.

그러나 3국 간 입장 차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영향 등 여러 가지 변수로 현재 협상은 교착에 빠진 상황이다.

이와 관련, 김 차장은 "3국이 협력 비전과 공동 성명 등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FTA인 'RCEP(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에 대해 좋게 평가했다"며 "이에 기반해 한·중·일 간 FTA 체결 논의도 계속해나가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EU(유럽연합)도 그렇고, 최근 NAFTA(북·미자유협정)가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간 협정)로 규모를 더욱 확대했다. RCEP은 세계 최대 규모"라며 "국제사회가 계속해 시장을 확대·발전시켜나가는 추세"라고 했다. 이어 "3국 역시 FTA 체결에 대해 계속해 논의해야 하는 이유"라고 피력했다.

강 차장은 사무국이 이런 과정에서 3국 경제단체와 지방정부 간 '매칭(연결)'을 지원, 3국 교류 및 협력 강화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도 덧붙였다. 다음은 강 차장과 일문일답.
 

강도호 한중일 3국 협력 사무국 사무차장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소재 사무국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한·중·일 3국 협정, 세계 3대 규모"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한·중·일 3국 FTA를 타결하는 것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 같다. 3국 FTA 체결에 따른 기대효과 등은 어떻게 예상하나.


"3국의 개별 경제 규모 등을 따지면 한·중·일 3국이 FTA를 체결할 경우 세계 3대 경제권이 형성된다. 그런 차원에서 한·중·일이 FTA를 체결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 수 없다. 또 국제적으로 모든 부문이 디지털 경제로 전환되고 있는데, 3국이 협력할 수 있는 부분에는 이런 기술 발전도 포함된다. 이런 협력의 범위가 세계화되는 추세 속에서 각국이 어려움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어려움을 3국이 함께 논의하며 협력을 가속화하고 심화해나가야 한다."

-사무국이 올해로 설립 10주년을 맞았다. 그간 한·중·일 3국 협력의 발자취를 말해 달라.

"3국 지도자들이 두 번에 걸쳐서 '향후 10년 3국 협력 비전'이라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첫 번째 협력 비전은 2010년에 만들어져서 2019년에 종료됐다. 두 번째 협력 비전은 지난 2019년 12월 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서 제8차 한·중·일 3국 정상회의가 열린 때에 발표됐다. 2020년부터 2029년까지 적용된다. 그런 비전 방향을 정부도, 또 정부의 지도 방향을 받는 우리 사무국도 좇고 있다."

-사무국 설립 10주년 행사인 3국 협력 국제포럼(IFTC)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 

"지난 19일에 서울 정동 갤러리에서 10주년 기념 사진 전시회를 열었다. 아이보시 고이치(相星孝一) 주한 일본대사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邢海明)가 직접 참석했다. 외교부에서는 김건 차관보가 전시회를 찾았다. 오는 27일엔 '새로운 3국 파트너십의 미래'라는 주제로 3국 협력 IFTC도 온·오프라인 병행 방식으로 개최한다. 3국 외교부와 학계, 경제기관 인사들이 참석해 3국의 향후 10년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중·일 3국의 경제단체가 참여하는 행사도 있나.

"오는 6월 3국의 경제단체가 함께하는 행사를 구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한국의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중국국제상회(CCOIC),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経団連)가 모두 참여하는 비즈니스 심포지엄인데, 저희가 이들 경제단체를 매칭했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고령화 시대를 3국 기업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알아보고, 또 고령화 친화 상품을 만드는 기업이 있다면 상호간 공유하는 내용이다."
 

강도호 한중일 3국 협력 사무국 사무차장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소재 사무국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3국 지방정부 매칭 통해 협력 강화"

-경제단체뿐 아니라 3국 지방정부 간 매칭도 돕고 있다던데, 자세한 설명 부탁드린다.


"그렇다. 사무국에서는 한·중·일 3국의 각 지방정부를 서로 매칭해 지역별 특색을 살린 교류 사업을 진행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한국의 전북, 중국의 장쑤(江蘇)성, 일본의 이시카와(石川)현이 환경 분야 3자 협력사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게 가장 대표적이다. 세 도시는 2003년부터 환경 분야 실무자 간 교류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바탕으로 '한·중·일 환경협력포럼'도 매년 돌아가며 개최하고 있다. 지난 2019년 장쑤성에서 제14회 포럼이 열렸고, 올해 전북에서 제15회 포럼이 개최될 예정이다."

-국가 차원의 외교가 막히면서 그 어느 때보다 민간 외교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3국 지방정부 간 문화 교류는 없나.

"문화교류를 추진하는 지방정부들도 있다. 한국의 전주시와 중국의 쑤저우(蘇州)시, 일본의 가나자와(金沢)시다. 3개 도시는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지정도시라는 공통점이 있다. 전주시는 '미식', 쑤저우시와 가나자와시는 '공예와 민속 예술' 분야에서 창의도시로 지정됐다. 이들 도시는 2010년부터 바둑교류를, 2015년 이후 도서관 교류를 시작했다. 3개 도시는 '한·중·일 자매도시 친선 바둑대회'도 격년으로 개최한다. 가장 최근엔 2018년 전주에서 6회 대회가 열렸다."

-한·중·일 3국 사이 인적 교류도 소개해 달라.

"3국 인적교류와 관련해서는 '한·중·일 3국 어린이동화교류'와 '캠퍼스 아시아'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싶다. 우선 한·중·일 3국 어린이동화교류 프로그램은 3국 어린이들이 3국의 전래동화나 창작동화를 그림으로 그리고 또 소통하는 사업이다. 일본 자민당 의원인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라는 분이 3국 어린이 교류 사업을 초창기에 만들고 일본에서 진행하면서 한국과 중국의 어린이들도 초청했다. 사무국에서는 행사에 참여한 어린이들의 네트워킹(인간관계)을 지속해 만들어주고 있다."

-캠퍼스 아시아를 통해 복수 학위를 받을 수 있다는데.

"캠퍼스 아시아 프로그램은 3국 교육부가 진행하는 사업이다. 한·중·일 3국의 각 대학을 연결해 해당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최소 두 학교의 석사 학위를 복수로 받을 수 있고 또 나머지 한 국가로는 교환학생을 갈 수 있다. 청년들 입장에서는 본인 장래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두 나라에 대한 이해도도 높일 수 있다. 프로그램 수료생들 간 동창 모임도 있다."
 

강도호 한중일 3국 협력 사무국 사무차장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소재 사무국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한·중·일 3국 정부, 협력 의지 강해"

-주요 2개국(G2) 간 글로벌 경쟁 강화로 한·중·일 협력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다만 3국 협력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비판적 입장도 있는데.


"사실 오늘날 어느 나라, 어느 정부든 다 마찬가지일 것이다. '국민의 삶에 어떤 편의를 주느냐, 삶의 질을 어떻게 높여주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다. 한·중·일 3국도 그런 측면에서 볼 때 그동안 노력을 통해 모두 경제적 성과를 많이 이뤘고 국제적인 위상이 상당히 높다. 이런 성과는 사실 3국의 독자적인 정책과 리더십에서 만들어진 것도 있지만, 상호 간 협력한 결과기도 하다. 그래서 3국이 서로 간 장점과 강점을 배우려는 노력을 하며, 또 협력하며 이견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중·일 3국이 서로 어떤 점을 본받고 또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나.

"우선 중국은 한국 사회에서 어느 집이나 또는 회사를 방문하면 '상선약수(上善若水·최상의 선은 물과 같다)' 등 중국의 좋은 글귀를 많이 적어놨다. 공자, 맹자 등 중국 사상이 역사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다. 일본은 세계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30명 가까이 배출했다. 특히 의학 계통 수상자가 많은데 그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한국은 창의성과 역동성을 가진 나라다. 이런 부분을 3국이 서로 배우고 또 협력하고 경쟁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지난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도 미뤄지고, 한·일 간에도 과거사 갈등 등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한·중·일 3국 교류 전망이 마냥 밝지만은 않은데 복안이 있나.

"제가 느끼기에는 3국 지도자 또는 3국 외교부의 TCS를 통한 3국 협력 지지가 굉장히 강하다. 그런 측면에서 3국 사무국의 공통분모와 공통협력사안이 계속해 확대되고 있다. 3국이 그런 부분에서 계속 같이 노력해나갈 때 한·중, 한·일 양자 간 문제에 있어서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3국 협력의 중요성과 잠재력, 방향, 또 TCS가 갖고 있는 역할 이런 것들에 대한 3국 정부 지지는 굉장히 강하다."

-오는 9월로 임기 만료를 앞뒀다. 모든 일이 마무리가 중요한데 마지막으로 매진하고 싶은 사업은.

"결국 3국 간 협력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3국의 역사·문화·인적 교류와 위상 등을 따질 때 엄청난 규모의 플랫폼이 필요하다. 또 많은 플랫폼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결국 저희에게 과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