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아태금융포럼] 왕샤오쑹 中 인민대학 경제학원 교수 “CBDC 달러체계에 영향 주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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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아태금융포럼] 왕샤오쑹 中 인민대학 경제학원 교수 “CBDC 달러체계에 영향 주지 않을 것”

양성모 기자 입력 : 2021-03-12 00:10:00
  • 지불 관련 편리성이 높아질 뿐 화폐의 국제화정도와는 무관

왕샤오쑹(王孝松) 중국인민대학 경제학원 교수 [사진=아주경제DB]


IT기술이 발전을 거듭하면서 화폐의 디지털화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이미 비트코인 등 다양한 가상화폐(cryptocurrency)가 등장했으나 가격 변동성이 커 지불 수단으로서의 기능은 이미 한계점을 노출한 상황이다. 이에 각국 정부는 중앙은행이 직접 공인하고 발행하는 전자화폐 발행에 대해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왕샤오쑹(王孝松) 중국 인민대학 경제학원 교수는 중국 등 신흥국의 CBDC 추진은 현재의 달러 체계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그는 “디지털 화폐는 확실히 다국 간 지불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지만 지불의 편의가 결코 한 나라 화폐의 국제화 정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지표는 아니다”면서 “디지털 화폐가 달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며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 국가의 통화가 국제적인 통화로 인정받는 결정요소는 주로 △화폐발행국의 금융시장 경쟁력 △역사적으로 형성된 네트워크의 부수성과 경로 의존성 △국가의 경제규모와 국제무역규모다. 이는 곧 신흥국들의 경제규모 및 금융시장 경쟁력을 봤을 때 미국의 달러 체계를 흔들기란 어렵다는 것이다.

CBDC란 기존의 실물 화폐와 달리 가치가 전자적으로 저장되며 이용자 간 자금이체 기능을 통해 지급결제가 이뤄지는 화폐다. 정부가 공인한 사이버머니로 보면 된다. 비트코인과 같은 민간 발행 가상화폐와 달리, 중앙은행에서 발행하는 만큼 법정통화로서 실물화폐와 동일한 가치를 갖는다.

그동안 주로 개발도상국에서 금융 포용을 높이기 위해 도입이 이뤄졌다면, 최근에는 페이스북의 ‘리브라(Libra)’ 등 민간 차원의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더욱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CBDC 도입을 추진 중인 국가는 중국이다. 미국과의 마찰이 장기화하면서 미국발(發) 제재에서 보다 자유롭기 위해서는 디지털 위안화를 중심으로 하는 글로벌 결제망 구축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화웨이 등 중국 기업 제재에 이어 중국을 국제 결제망에서 배제하는 극단적인 공세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디지털 위안화 도입을 더욱 앞당기는 계기가 됐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CBDC인 ‘디지털 위안화’의 보급이 본격화될 경우 달러화의 패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결제 시스템이 별도로 존재해 달러 중심의 기존 국제금융체계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왕샤오쑹(王孝松) 중국인민대학 경제학원 교수 [사진=아주경제DB]


왕 교수는 디지털 위안화는 중국 주변국들과 금융 협력의 점성(粘性)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그는 “디지털 위안화의 간편성과 확실성은 중국 주변국과 더욱 다양하고 유연한 금융협력을 구축하는 데 유리하다”며 “또한 국제 통화 시장에 달러 등의 위험에도 견딜 수 있는 훌륭한 대체 수단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달러 패권을 위협하기보다 안전장치 하나를 더 추가할 수 있다는 게 왕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국제적인 여론을 보면, 일대일로의 공동건설 국가 및 중국 주변 국가들은 디지털 위안화에 높은 관심을 표시하고 있다”면서 “디지털 위안화는 각 국가들과 상생투자 환경을 추진하고, 시스템적인 금융위험을 공동으로 막을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어, 이는 아시아지역 자본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CBDC 도입은 중국과 기타 신흥국 외에도 우리나라에서도 빠르게 논의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3월 말까지 CBDC와 관련한 컨설팅을 마무리하고 연내 파일럿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하반기 중에는 결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테스트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2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CBDC의 설계와 기술면에서의 검토는 마무리됐다”며 “가상 환경에서의 테스트를 올해 중 실시할 예정으로, 기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CBDC 도입이 가장 빠른 국가는 중국이다. 이미 2014년에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 연구를 가동하면서 세계 최초로 법정 디지털화폐를 연구하고 실천한 나라로 이름을 올렸다. 2016년에는 중국인민은행 디지털화폐연구소가 설립돼 세계 최초로 중앙은행과 디지털화폐 연구개발을 위한 국가기구를 설립했으며, 2020년 △선전(深圳) △쑤저우(苏州) △슝안신구(雄安新区) △청두(成都)에서 디지털화폐 테스트를 시작했다.

왕 교수는 “중국 중앙은행의 디지털 위안화는 연구 개발과 실천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선두에 서 있다”며 “이는 위안화의 국제화와 중국의 금융개혁을 위한 새로운 전략 창구를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중국 정부는 제14차 5개년 계획 기간에 국내로 한정돼 있던 ‘대순환’을 국내와 국제로 확장해 이들이 서로 맞닿아 시너지를 내는 ‘쌍순환(双循环)’ 발전 구도를 구축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디지털 위안화의 전략적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정 화폐가 기축통화의 지위를 얻기 위해서는 세계경제에서 지급결제 및 가치저장의 수단으로 널리 사용돼야 한다. 향후 중국 정부에 의한 단계적 디지털 위안화 사용 확대 노력이 예상되고 있다. 박준석 KDI 주홍콩총영사관 선임연구원은 “주요 교역상대를 대상으로 디지털 위안화 사용 확대를 요구하거나 일대일로와 관련된 사업에서 활용도를 높이려는 노력을 예상해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왕 교수는 코로나19 종식 이후 선진국들이 긴축재정에 돌입할 경우, 중국 정부는 달러자산을 낮추는 반면 첨단기술 개발 등을 통해 우위에 서는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봤다.

그는 “지금 중국이 비축한 외환은 달러가 대부분이며 달러가 대량으로 투입되면서 수익률이 비교적 낮은 상황”이라며 “중국의 외환과 금융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쓸 수 있는 대책으로는 외환보유액 운용 수단을 확대하고, 달러 자산을 낮추며, 첨단 기술과 전략 보유 자원의 비중을 늘리는 전략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위안화의 무역결제기능을 추진하는 것도 전략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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