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양에 약해지는 달러…디지털로 위기 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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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부양에 약해지는 달러…디지털로 위기 넘나

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 2021-02-24 17:54:49
  • 기축통화 지위에 균열…비트코인 대안론까지 나와

  • 옐런 장관 디지털 달러 강조…"개발에 가속 붙을 수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3일(이하 현지시간) 초저금리와 대규모 재산 매입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의 달러 풀기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1년 넘게 달러 유동성이 넘쳐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한편에서 점차 커지고 있다.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가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비트코인을 비롯한 각종 디지털 통화의 부상은 이같은 현상을 반영하는 신호들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연준, 완화적 통화정책 이어갈 것···비트코인 기축통화 대안으로 
23일 파월 의장은 고용과 인플레 목표가 달성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속할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파월 의장은 물가가 균형적이며, 경제에 위협이 되는 상황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최근 금리인상 우려에 흔들리던 뉴욕증시는 진정세로 돌아섰다. 

물론 이같은 연준의 입장은 예상됐던 것이다. 경기회복이 완전치 않은 상황에서 완화적 통화정책을 고수하겠다고 파월 의장은 이미 여러 차례 강조한 탓이다. 

그러나 2020년 봄부터 지속적으로 풀리는 달러에 글로벌 금융시장의 혼란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규모 재정부양책으로 달러 약세는 더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신흥국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곡물과 원자재 가격도 급격한 상승세를 보인다. 최근 들어 주요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90 전후를 오가고 있다. 1년 전에 비해서는 7% 정도가 하락한 것이다.

고(故)로버트 트리핀 예일대 교수가 경고했던 이른바 '트리핀 딜레마'가 심화하는 모습이다. 트리핀 교수는 1960년대 브레턴우즈 체제가 가지는 모순을 지적했다. 달러가 기축통화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대외거래에서 적자를 발생시켜, 국외에 끊임없이 유동성을 공급해야 하지만, 미국의 적자상태가 길게 이어질 경우 유동성 과잉으로 달러 가치는 흔들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당시 트리핀은 새로운 통화를 만들어 금과 달러를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 방법만이 미국의 재정적자를 해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8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 세인트루이스 지사의 연구 부문을 이끄는 부회장인 경제학자 데이비드 안돌파토는 비트코인이 트리핀 딜레마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안돌파토 부회장은 "트리핀 딜레마는 세계의 기축통화를 발행하는 국가가 맞아야 하는 양날의 검을 잘 나타낸다. 만약 민간에서 발행하는 암호화폐(private cryptocurrency)가 현재 전 세계 각 나라의 외환 보유고에 있는 미국 달러화를 대체할 수 있다면, 미국 달러화가 당면한 트리핀 딜레마는 해결될 것이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물론 이는 다만 가설일 뿐이며, 미국은 트리핀 딜레마를 벗어던지고자 하는 의지도 없는 듯 보인다.

미국 정부는 오히려 코로나19 속 기축통화의 지위를 맘껏 활용하고 있다. 초저금리와 공격적 완화정책으로 코로나19가 가져온 경제 쇼크를 막아내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피해를 입는 것은 되레 신흥국이다. 인플레이션 우려로 경기가 채 회복되지 않았음에도 긴축 정책으로 돌아서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달러의 약세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달러 경쟁자들의 도전도 거세지고 있다. 

가장 먼저 튀어나온 것이 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은 지난해 3월 연준이 유동성 확대 정책을 선언한 뒤부터 꿈틀거리다가 최근 더욱 급등했다. 지난해 3월 중순이후 상승률은 무려 860%를 넘어선다. 이처럼 일각에서는 비트코인이 금을 대신하는 디지털 골드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더해 테슬라를 비롯해 각종 전자결제 회사들에서 비트코인 결제를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면서, 코로나19로 흔들리는 달러의 대안으로도 비트코인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영화 '빅 숏'의 주인공이기도 한 투자전문가 마이클 버리는 비트코인이 트리핀 딜레마를 푸는 새로운 통화가 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트위터를 통해 지적했다. 미국 금융당국이 이를 가만히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지난 22일 뉴욕타임스 주최 콘퍼런스에서 비트코인은 거래를 수행하기 극도로 비효율적인 수단이라고 비판했다. 또 매우 투기적인 자산이며 극도로 변동성이 높아고 경고하기도 헸다. 
 
디지털 달러 더 속도낼까 
동시에 옐런 장관은 디지털 달러 검토에 대해 긍정적인 발언을 이어갔다. 22일 콘퍼런스에서도 “디지털 통화는 중앙은행이 살펴보는 게 이치에 맞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 통신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디지털 통화 실행 가능성 연구를 지원할 것이라는 신호가 옐런으로부터 나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옐런 장관은 디지털 달러를 통해 간편 결제 시스템과 은행 계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속도, 안전성, 경제성 부분에 있어 디지털 달러가 우위에 있다고 지적했다. 옐런은 이어 디지털 달러가 금융 부문에서의 사회 통합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짚었다. 미국 저소득 가정들에게 신용카드 등 다른 결제 방법에 비해 디지털 달러가 접근하기 쉬운 수단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파월 의장 역시 23일 상원청문회에 출석해 디지털 달러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와 관련한 중대한 기술적, 정책적 질문이 있다고 선을 그으면서 기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디지털 달러 발행에 미국이 성급히 나설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기술적 결함이 없이 완벽을 기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다만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동성 확대로 달러의 지위도 약화하고 있는 만큼 디지털 달러 발행 필요성과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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