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홍콩 스타트업의 교훈

김진오 산업2부 부장 입력 : 2020-09-16 07:26 수정 : 2020-09-16 07:26:22
김진오 산업2부 부장 2020-09-16 07:2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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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2부 김진오 부장]

코로나19와 종종 비견되는 질병이 있다. 14세기 중기 유럽에 대유행한 페스트라는 전염병이다. 쥐 등 설치류에 기생하는 벼룩에 의해 감염되는데, 당시 이 질병은 유럽인구의 3분의1이 사망하는 커다란 재앙을 초래했다.

이 페스트를 모티브로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는 <페스트>라는 명작 장편소설을 써서 후일 노벨문학상까지 수상하게 된다.

카뮈는 이 소설에서 역경에 처했을 때, 적극적으로 역경에 맞서 싸우는 사람, 역경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며 방관하는 사람, 신의 뜻으로 생각하며 절대자에 의지하는 사람 등 다양한 인간군상을 보여준다. 카뮈는 소설 페스트를 통해 오늘의 우리에게 코로나19의 이 어려운 상황에 어떤 유형의 인간성을 지향해야 하는지 엄숙한 메시지를 전한다.

코로나19의 기세가 꺾일 줄 모른다. 전 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3000만명을 목전에 두고 있다. 미국, 영국, 중국 등에서 치료제·백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진정시키는 데 곧바로 사용되기는 어려울 거란 전망이 나온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백신만으로 코로나19를 퇴치할 수는 없고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확산이 급증하지 않도록 낮은 수준에서 일상생활 변화를 통해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포스트 코로나'를 넘어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시대를 거론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얘기다.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은 기업들의 대응 방안은 크게 둘로 나뉜다. 비용 절감과 효율성 향상으로 위기에 맞서는 것과 언택트와 같은 끊임없는 서비스 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다. 양단의 장점을 적절히 취할 수 있는 것이 스타트업이다. 산업 생태계의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위기를 K스타트업의 새로운 기회로 만들고자 하는 기류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디지털 뉴딜'의 성공을 위해 K스타트업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K스타트업이 주목 받는 또 다른 이유는 특유의 민첩성을 기반으로 많은 것들이 리셋되는 코로나 시대에 발빠른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대전과 천안이 올해 스타트업파크 조성지로 선정됐다. 스타트업파크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스타트업 천국'이라는 미국 실리콘밸리와 같은 개방형 혁신 창업거점을 구축하기 위해 추진한 국가공모사업이다. 대전은 대덕특구와 인근 카이스트 등 대학에서 배출되는 우수 인재 인프라를 활용해 스타트업파크를 지역 혁신창업의 거점으로 육성한다. 천안은 도시재생사업, 복합허브센터 구축과 연계해 광범위한 개념의 스타트업 타운을 구축한다고 한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성장동력 모멘텀이라는 점에서 충청도는 반색하고 있지만, 이 지역 표심을 겨냥한 집권 여당의 정치적 산물에 그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어떻게 하면 공허한 실리콘밸리 타령으로 끝나지 않을까.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이 이웃나라 홍콩을 눈여겨보자.

홍콩이 전 세계 스타트업 요람이 된 배경에는 홍콩 샤틴 지역에 위치한 사이언스파크가 존재한다. 정부 주도 하에 설립된 혁신 과학단지로 녹색 에너지, 바이오, IT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기술 확장, 기술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현재 25개국 700여개의 기업이 입주해 있다. 과학인재를 위해 2016년 모인 기금만 3억 달러에 달한다.

넘치는 투자자금과 외국인 창업에 차별이 없다는 점, 양도세·부가세 등 복잡한 세금이 없고, 법인세율도 8.25%로 세계 최저 수준이라 순이익을 많이 남기면 높은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 투명한 법률제도와 함께 부패지수가 낮은 도시라는 점이 그 바탕이다. 2010년 이후 물류산업의 성장한계 등 외부환경 변화로 경제성장률이 연속 하락하면서 홍콩정부는 미래산업 육성 방안으로 스타트업에 발벗고 나선 것이다.

홍콩 스타트업 생태계가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물리적 창업 공간과 벤처캐피털 자금 지원 때문만은 아니다. 실패하더라도 사회가 다시 기회를 준다. 성공하면 실패비용을 만회하고도 남는다는 계산이 홍콩 스타트업 문화에 깔려 있다.

스타트업은 기존에 없던 시장을 새로 만들거나 기존 시장의 특성을 변화시켜 새로운 기회를 만든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고객을 개발하고, 검증하고, 사업방향을 전환해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야 한다.

스타트업파크가 창업가들이 규제나 실패에 대한 걱정 없이 자유롭게 활동하는 진정한 놀이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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