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거래실명제는 위헌?… "법률유보원칙 위반" vs "은행의 자발적인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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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거래실명제는 위헌?… "법률유보원칙 위반" vs "은행의 자발적인 행동"

신동근 기자 입력 : 2020-01-16 17:18:32
2017년 12월 정부가 내놓은 ‘가상화폐 투기근절 대책’은 위헌이었을까?

16일 헌법재판소에서 당시 정부의 대책이 위헌이었다며 투자자와 업계 관계자 등 347명이 낸 헌법소원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이 열렸다. 이날 공개변론에서는 당시 정부의 ‘대책’이 재산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위헌적인 조치였다는 주장과 ‘투기와 범죄를 막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위헌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이날 공개변론의 쟁점은 당시 정부의 ‘대책’을 공권력의 발동으로 볼 수 있는지, 공권력의 발동으로 본다면 재산권을 침해한 것인지, 법률에 근거가 있는지 등이었다.

2년 전인 2017년 12월 28일 국무총리실과 기획재정부, 법무부,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세청, 경찰청,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11개 정부기관은 합동으로 ‘가상통화 투기근절을 위한 특별대책’을 내놓았다.

가상화폐 거래에 사용되는 가상계좌의 발급을 중단하고, 시세조작 등 불법행위를 단속하며, 가상화폐 채굴 사기나 범죄에 악용된 불건전 거래소에 대한 금융서비스를 중단한다는 내용이었다. 가상화폐가 자금세탁에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실명제 및 의심거래 모니터링 강화 등도 포함됐다.

청구인 측은 당시 정부의 규제책이 발표된 직후 가상화폐 거래가 사실상 중단되고 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에 재산권의 침해가 실제 발생했다면서 법률적인 근거도 없이 공권력이 발동돼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암호화폐 역시 재산권으로 볼 수 있으므로 법률에 근거가 없다면 제한할 수 없는데도 ‘행정지도’라는 편법을 동원해 재산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청구인으로 나선 정희찬 변호사(안국법률사무소)는 “김영삼 정부시절 금융실명제를 실시할 때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면 위헌으로 바로 판결이 났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정부 측을 대표해 심판정에 나온 금융위원회는 공권력 행사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정부는 가상계좌를 발급할 때 실명제를 준수하라는 것이어서 행정지도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가상계좌 발급을 중단한 것은 은행이지 정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 “가상통화 거래소 이용자들이 거래를 완전히 못한 게 아니고 실명제 하에서 거래자금을 입출금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재산권 침해라고 볼 수 없다”면서 “심판 대상이 안된다”라고 반박했다.

특히 “(가상화폐가) 마약거래, 자금세탁 범죄에 이용되면 추적이 어려워 많은 부작용을 발생시킬 것”이라며 실명확인 정도는 정당하고 적절한 수준의 조치였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청구인 측은 “악수에는 두 명이 필요하다”며 “국민들이 은행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은행에 제한 두는 것은 결국 국민들에게 제한을 두는 것과 같다”고 재반박했다. 정부의 조치가 실질적으로 국민의 재산권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인 셈.

한편 법조계에서는 “단순 행정지도가 공권력의 행사로 인정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면서 “당시 정부의 조치가 공권력의 행사였다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이번 헌법소원 사건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공개변론의 내용을 토대로 조만간 이번 사건의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통상 공개변론이 열리면 3~4달 이내에 결론이 내려진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입장해 정부의 가상통화 관련 긴급대책 위헌확인 공개 변론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왼쪽부터 이영진·이은애·이선애 헌법재판관,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이석태·이종석·김기영 헌법재판관.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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