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암호화폐 파문] ② 美·EU 정부와 은행, 페이스북 규제 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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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암호화폐 파문] ② 美·EU 정부와 은행, 페이스북 규제 한 목소리

강일용 기자 입력 : 2019-06-25 11:21:41
  • 페이스북 암호화폐 리브라, 기존 금융질서 위협 우려... 범죄용 화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 미국·유럽 정부와 은행을 중심으로 규제 목소리... 일각에선 화폐전쟁 우위 위해 제약 적을 것이란 추측도 나와

페이스북이 암호화폐 리브라 출시 계획을 밝히자 전 세계 정부와 금융업계 관계자들이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가 기관과 중앙 은행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의 금융 질서가 송두리째 흔들릴 수도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리브라가 금융 시장에 미칠 파급력이 크다는 방증이다. 전 세계 수십억 이용자들이 사용 중인 페이스북 플랫폼을 타고 리브라가 확산되면, 진정한 의미에서 국경의 제약을 초월한 글로벌 금융 플랫폼이 등장할 수도 있다. 달러와 금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기존 국제 금융 질서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진=리브라 협회 제공]


미국, 유럽의 금융 관계자들은 리브라가 기존 질서를 뒤흔드는 만큼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국가의 관리 밖에 있는 만큼 마약, 테러 등 불법자금으로 활용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규제 찬성론자가 맥신 워터스 미 하원 금융서비스 위원장이다. 그는 "리브라가 달러와 경쟁하게 허용하면 안된다. 페이스북은 암호화폐 개발을 중단해야 한다"며, "개인정보침해 등으로 미 연방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를 받고있는 페이스북이 암호화폐를 개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워터스 의원은 리브라 관련 청문회도 요청한 상태다.

유럽에서도 리브라를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브루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리브라가 실물 화폐를 대체할 수도 없고, 그렇게 되도록 방치해서도 안된다. 자금세탁, 테러자금 지원 등에 악용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마르쿠스 퍼버 유럽의회 의원도 "페이스북과 리브라는 결국 (불법자금을 다루는) 그림자 은행이 될 것이다"고 목소리를 냈다.

마크 카니 영란은행 총재는 "리브라와 같은 새로운 기술에 개방적인 접근 자세를 가져야 한다. 하지만 리브라는 영향력과 잠재력이 큰 만큼 최우선 규제 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 필요할 경우 G7 등 주요국가, 국제결제은행, 금융안정위원회, 국제통화기금과 보조를 맞출 계획"이라고 전했다.
 

마크 카니 영란은행 총재.[사진=AP연합]


국제결제은행 역시 23일(현지시각) 연례 보고서를 통해 리브라 발행을 통한 페이스북의 금융사업 진출에 우려를 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많은 이용자와 데이터를 활용해 빠르게 지배적인 금융 사업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실제로 이용자들의 금융 서비스 접근 장벽을 낮추는 등 순 기능도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시장 지배력 남용과 개인정보보호 소홀 등의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며, 기존 시스템 밖에 존재하는 기업(페이스북)과 시스템(리브라)을 관리하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부와 중앙 은행들은 리브라의 독특한 운영 구조를 문제삼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 자체에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가치 변동성이 커 실질적으로 화폐 구실을 하지 못하는 타 암호화폐와 달리 리브라는 은행 예금이나 국채 등을 담보로 활용해 가치 변동성을 최소화했다. 블록체인으로 구현된 디지털 유가증권이나 다름 없다.

때문에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들은 리브라가 타 암호화폐와 경쟁하지 않고 법정화폐를 발행하는 정부와 중앙 은행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케이틀린 롱 전 모건스탠리 이사는 "사람들이 리브라를 이용하기 시작하면 달러 등 법정화폐의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이를 막기 위해 리브라를 금지할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 등 리브라와 연동되는 페이스북 서비스 자체가 금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경제학자 샤오레이는 "리브라는 블록체인과 자산 고정 방식을 채택한 새로운 형태의 세계 화폐다. 미·중 화폐 전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페이스북에 과도한 규제를 하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미국과 페이스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중국 정부의 발 빠른 대응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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