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DC 도입, 갈길 먼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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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DC 도입, 갈길 먼 한국

백준무 기자 입력 : 2021-05-23 19:04:17
  • 한은, 이제야 모의실험 시스템 구축…실제 발행까진 더 어려워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도입을 두고 전 세계에서 경쟁이 펼쳐지고 있지만 한국의 경우 아직 갈 길이 멀다. 한국은행은 올해 안에 모의 실험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제 발행 여부는 여전히 결정되지 않았다. CBDC를 발행하기 위해서 넘어야 할 제도적 장애물도 많다.

현재 한은은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CBDC 파일럿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발행 여부와 별개로 CBDC가 도입될 경우 일어날 수 있는 지급결제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필요사항을 검토한다는 취지다.

한은이 밝힌 'CBDC 연구 추진 단계'에 따르면 관련 계획은 CBDC의 설계와 요건을 정의하고 구현기술을 검토하는 1단계, 업무 프로세스를 설계하고 구축사업 계획을 수립하는 2단계, 파일럿 시스템을 실제로 구현하고 시험하는 3단계로 이뤄져 있다.

지난해 8월 한은은 1단계를 마친 데 이어 올해 3월에는 2단계 사업까지 완료했다. 한은은 다음달부터 내년 1월까지 본격적으로 모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가상환경 테스트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은은 CBDC의 실제 도입 여부에는 신중하다. 한국의 경우 전자지급결제 서비스가 이미 활성화 돼 있고 금융포용 수준이 높아 가까운 시일 내에 CBDC를 발행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파일럿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연구의 일환일 뿐이며 도입을 결정하려면 충분한 검토와 논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한은이 CBDC를 도입하기로 결론을 내리더라도 제도적인 여건들을 개선하지 않고는 실제 발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대표적으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의 개정이 꼽힌다. 앞서 지난 2월 한은이 공개한 'CBDC 관련 법적 이슈 및 법령 제·개정 방향' 외부 연구 용역 보고서는 CBDC와 일반적인 가상화폐를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특금법이 '가상자산'을 폭넓게 정의하고 있어 CBDC가 가상자산에 포함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특금법은 가상자산을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서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라고 규정하는 만큼, 비트코인과 같은 일반적인 가상화폐와 CBDC를 구분하기 위해선 이를 손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같은 보고서에서 CBDC를 발행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근거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CBDC 발행 자체는 한은의 목적과 업무범위에 부합하지만, 현행 한은법은 지폐와 주화 등 유체물만을 발행 화폐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유체물의 형태가 아닌 CBDC의 발행 근거 규정을 신설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CBDC 관련 연구를 한은에만 맡겨둬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은이 지난해 2월 디지털화폐연구팀을 신설한 뒤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해 관련 기술 확보에는 뒤쳐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중국인민은행은 2019년 9월까지 CBDC 관련 특허를 84건 출원한 반면, 한은은 지난해 10월 기준 1건의 특허도 출원하지 못했다.

이수환 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 조사관은 "CBDC와 관련된 암호기술에 대해 한은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유관기관과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관련 암호기술 사업 지원 및 특허 확보 등을 통해 기술 주도권 경쟁에서 밀리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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