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연내 10만 달러까지 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국내에서도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올해 1월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 및 거래를 승인한 데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비트코인을 국가 전략자산으로 비축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개인은 물론 기관투자자 사이에서도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와 금융당국은 국내 비트코인 현물 ETF가 발행되면 현행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가상자산이 자본시장법 제4조의 '기초자산'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 가상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현물 ETF 발행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24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가상자산은 실질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에 대한 의문이 있기 때문에 가상자산 거래량이 많은 것에 대해서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며 "시장 자체가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불공정거래가 있는 것 아니냐에 중점을 두고 면밀히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도 말했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여전히 가상자산 시장 전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남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최근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 등에 투자하는 ETF 상품 출시를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상품 출시가 무산됐다는 소식에 국내 주요 운용사들도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며 가상자산 기업에 투자하는 ETF 신청을 주저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가상자산에 대해 규제 일변도를 고수하는 동안 미국은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과 함께 가상자산 ETF에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대선 이후 12개의 비트코인 현물 ETF에 60억 달러에 육박하는 자금이 순유입됐고 총 자산은 1000억 달러를 넘겼다.
전문가들은 가상자산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만큼 이제는 금융당국도 가상자산 관련 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글로벌 기준에 맞춰 시장 개방에도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장에서는 가상자산 ETF에 대한 국내 수요가 높아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만 초기에 최대 15조원의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해붕 두나무 투자자보호센터장은 14일 열린 '업비트 D-콘퍼런스'에서 "한국은 여전히 가상자산 관련 파생상품을 출시하지 못하고 시장 접근성도 제한돼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임민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더불어민주당이 22대 총선 때 가상자산 현물 ETF 발행·거래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2단계 법안인 디지털자산기본법 발의에 대한 여야의 공통된 합의가 존재하는 만큼 관련 법적 근거는 마련될 가능성이 높다"며 "금융위원회 산하 가상자산위원회에서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 허용과 함께 가상자산 현물 ETF 허용에 대한 논의가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