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硏 "내년 정유·2차전지 빼고 다 힘들다...기업들 경영환경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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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硏 "내년 정유·2차전지 빼고 다 힘들다...기업들 경영환경 악화"

정명섭 기자 입력 : 2022-10-20 09:25:48
  • '2023년 산업전망' 보고서 발간

내년 산업별 업황 전망[사진=하나금융경영연구소]


내년에 국내 산업 대부분이 공급망 후퇴, 인건비 상승,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기업들은 사업 확장 약화, 글로벌 수요 감소에 따른 수출 감소, 재고 증가로 경영상황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이하 연구소)는 20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3년 산업전망’ 보고서를 발간했다.
 
연구소는 총 5개 산업군, 15개 산업 중 소재·부품 부문에서 정유와 2차 전지를 제외한 나머지 13개 산업의 업황이 올해보다 위축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봤다. 높은 원가부담이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금리 상승으로 인한 소비자의 가처분 소득이 감소하면서 수요가 올해보다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연구소는 한국의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반도체, 자동차 산업의 경우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수요 감소의 영향까지 겹치면서 업황 개선이 지연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2차 전지 산업은 미국과 중국의 전기차 판매가 내년에도 확대되고, 미·중 갈등으로 인한 배터리 시장에서의 중국 배제 정책이 오히려 한국 배터리 업계에는 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소는 내년부터 대미 수출을 위한 배터리 셀, 부품 및 소재 관련 직접 투자도 늘어날 것으로 봤다.
 
정유업은 올해보다는 정제마진이 다소 줄겠지만 예년에 비해 높은 수준의 정제마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구소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 장기화에 따른 대체 에너지원 수요 확대로 내년에도 견조한 원유 수요가 예상되고 있어 양호한 업황을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 로고[사진=연합뉴스]

다른 소재·부품업은 전반적으로 업황이 악화될 전망이다. 글로벌 원자재 가격 부담은 예년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환율 상승으로 제조원가 부담 가중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글로벌 경기둔화로 인한 수요감소가 겹치면서 소재·부품업체들은 매출감소와 수익성 하락의 2중고를 겪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디지털산업군은 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이 장기적으로 이어진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인이지만 코로나19 특수를 누렸던 TV, 컴퓨터와 같은 내구재 소비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부품으로 사용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제조업 역시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스타트업 회사는 금리 상승기를 맞아 투자 위축이 불가피해 시장의 냉정한 판단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운송산업군은 금리 급등, 글로벌 경기 하방압력 증대, 소비 심리 위축으로 운송 수요 감소가 우려된다. 해운업은 글로벌 환경규제마저 강화되면서 관련 기업들은 투자확대 부담까지 떠안을 것으로 예상됐다. 강(强)달러로 인한 영향은 운송산업 내에서 세부 업종별로 차이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는데, 자동차와 조선, 해운 등은 수혜를 볼 것이나 항운은 여객수요 감소 등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측됐다.
 
소비재 산업군은 간편식, 건강기능식 등 신사업 확대가 기대되는 음식료 업종이 소폭의 성장을 보일 뿐 대부분의 산업에서 업황 위축이 우려된다. 부동산 산업군 역시 금리 상승과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업황 위축이 예상된다. 고금리로 인한 개발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민간 주택 등의 신규 착공이 난항을 겪어 건설업 실적 감소가 예상된다.
 
연구소는 글로벌 고금리와 경기 하방압력 강화가 당분간 이어지고 이에 따라 우리 기업들이 수출 감소, 재고 증가, 인건비 상승과 같은 경영환경 악화에 상당기간 노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의 수출품목인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제품 등의 수출 둔화가 우려된다. 반도체는 코로나 특수로 인한 단기적 활황기가 종료되고 침체 사이클로 접어들고 있다고 판단했으며, 자동차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이 다소 개선될 것이지만 경기 둔화에 따른 글로벌 수요 감소의 악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석유화학 제품은 글로벌 경기둔화에 각국의 탈플라스틱 정책이 겹치면서 수요 회복이 제한, 수출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글로벌 공급망 회복이 지연되면서 기업들이 재고확충에 힘을 쏟았는데 경기둔화 우려로 수요가 갑자기 줄어들면서 기업들의 부담이 될 것으로 보았다. 전자, 철강, 의류 등에서 재고자산이 급증하고 있어 당분간 기업들은 할인판매, 가동률 저하 등 재고소진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소는 이로 인한 소재, 부품 업체의 실적 둔화도 예상되어 관련 기업들의 대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인건비 상승도 서비스업종의 원가 부담을 키울 전망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배달업, IT 업종 등 신산업에 인력이 집중되면서 산업 전반에 걸친 노동력 부족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문태 연구위원은 “코로나 리오프닝 효과가 금리 급등으로 빠르게 식어가면서 수요 위축이 예상되는 가운데 제조업체들의 원가부담 및 재고소진 위험이 남아 있어 기업들의 경영관리 역량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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