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폭탄' 부동산PF, 비상등 켜진 건설사에 증권사도 '초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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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폭탄' 부동산PF, 비상등 켜진 건설사에 증권사도 '초긴장'

홍승우 기자 입력 : 2022-09-29 15:34:25
  • 연체율 6.2% 작년 대비 2배 껑충

  • 부동산 경기 위축에 고금리 이중고

  • 증권사 자산건정성 악화 이어질수도

[자료=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


증권사의 든든한 수익원 중 하나였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금리 인상 기조와 부동산 경기침체 가능성이 부각되는 가운데 PF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금융감독원이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증권사 PF 연체율은 전국 평균 6.2%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말 3.1%보다 2배 증가한 수준이다.
 
연체잔액 규모도 크게 늘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연체 잔액 규모는 1968억원으로 앞서 부동산 PF 연체율 6.8%를 기록했던 2017년(1778억원)보다 비율은 낮지만 규모 자체는 더 커진 셈이다.
 
연체율 및 연체 잔액이 증가한 이유는 2019년 부동산 시장이 호황기를 맞으며 부동산 PF 대출 잔액이 늘었기 때문이다. 올 1분기 증권사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4조176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2017년(2조6038억원) 대비 1.6배 늘어난 규모다.
 
문제는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위축되는 가운데 고금리 기조에 따른 시행사들의 이자 부담도 커졌다는 점이다. 시행사는 통상 자기자본 규모가 작은 경우가 많아 디폴트(채무 불이행)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 2분기 17개 건설사 PF 우발채무 규모(채무인수 미포함)는 15조8000억원으로 2018년(13조5000억원) 대비 17% 증가했다. 우발채무는 향후 특정요건을 충족할 경우 채무(빚)로 확정될 가능성이 있는 자산을 가리킨다.

건설사 우발채무 비율이 늘어난 가운데 비교적 재무구조나 신용등급이 양호한 롯데건설, GS건설,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현대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도 미착공 사업 비중이 70%를 웃도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아 사업 진행이 멈췄다는 점을 감안하면 악성 채무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미분양 사태도 우려된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2만7910호로 전월대비 2% 증가했다. 수도권 미분양의 경우 4456호로 같은 기간 25.1% 급증했으며 악성재고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사태도 전월대비 4.4% 증가한 7130호에 달한다.
 
서현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대형건설사 분양물량이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됐고, 사업성이 높은 입지이기 때문에 미분양 리스크는 적은 편”이라면서도 “우려되는 부분은 금리 및 분양가 상승과 분양수요 축소로 인해 분양 물량이 점차 감소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미분양이 늘어날 경우 증권사의 자산 건전성 악화도 불가피하다. 이에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익스포져(위험노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증권사 부동산 PF 익스포져 규모(채무보증 포함)를 살펴보면 △메리츠증권 3조5580억원 △삼성증권 3조3940억원 △KB증권 2조7265억원 △한국투자증권 2조6569억원 △NH투자증권 1조7449억원 △미래에셋증권 1조3748억원 △신한금융투자 1조1730억원 △하나증권 1조853억원 △키움증권 1조151억원 등이다.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에도 비교적 위험도가 높은 대출 비중이 많아 우려가 크다. 자기자본 1조원 이상 3조원 미만 중형사의 경우 중후순위 대출 비중이 63%, 1조원 이하 소형사는 72%로 집계됐다. 중후순위 대출은 변제 우선순위가 선순위 대출에 밀리기 때문에 디폴트가 발생하면 회수될 가능성이 낮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호황기 때 자기자본 규모가 작은 증권사의 경우 대형사 대비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리스크가 높은 부동산 PF에도 공격적으로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는 등 미분양 사태가 벌어질 경우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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