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 30주년 특별 기고] 미래 30년 한중관계와 크로스교류 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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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수교 30주년 특별 기고] 미래 30년 한중관계와 크로스교류 기제

박진범 KBS PD, 전 KBS 베이징 PD특파원 입력 : 2022-09-19 09:32:00
<편집자주> 올해는 1992년 8월 24일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지 30년이 되는 해입니다. '삼십이립(三十而立)'이라는 말이 있듯이 한·중 양국 관계의 우호와 협력을 다져야 하는 시기가 됐습니다. 한국과 중국 수교 30주년을 맞아 지난 시절을 되돌아보며 앞으로 뜻을 함께하자는 취지로 각계 저명인사의 깊이 있는 견해가 담긴 글을 본지에 싣게 되었습니다. 지난 30년은 한·중 양국이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나가고 경제 파트너로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는 등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에 적지 않은 어려움도 있었지만 한국과 중국은 함께 많은 역경을 이겨왔습니다. 한·중 관계는 이제 새로운 기점에 서 있습니다. 

이번 기고 릴레이에는 한·중 수교 과정의 경험담부터 한·중 교류를 위해 현장에서 땀 흘린 여러분들의 이야기까지, 양국 수교 30주년의 역사가 생생히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다가오는 30년에 대한 희망과 기대가 가득히 담겨있습니다. ​한국의 북방외교와 중국의 개혁개방 그리고 세계사의 변화에 순응하는 한·중 수교는 우리들의 소중한 역사이기에 독자들에게 이 글이 한·중 관계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박진범 KBS PD, 전 KBS 베이징 PD특파원[사진=한·중수교 30주년 기념사업준비위원회]

올해로 수교 30년을 맞는 한·중 관계는 그동안 몇 번의 부침이 있었지만 지금이 가장 어려운 시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2016년부터 사드배치 문제가 불거지면서 양국관계가 급속히 냉각되었고, 본격적인 미·중 패권 경쟁의 소용돌이와 함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면 교류도 거의 끊어지면서 정부 간 관계뿐 아니라, 양국 국민들의 우호 정서도 상당히 악화됐다.
 
필자는 지난 2010~2013년 KBS 베이징특파원을 했고 귀국해서도 주중특파원 출신 언론인 커뮤니티의 간사로서 활동해왔다. 또한 한국에 나와 있는 중국 언론기관의 특파원들과도 교류를 이어왔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필자는 향후 30년 한·중 관계의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제안을 해보고자 한다.
 
현재 한국의 언론사는 베이징에 약 40명의 특파원을 파견하고 있다. 여기에다 상하이나 선양(瀋陽)특파원까지 더하면 전체 주중특파원의 규모는 더 커질 것이다. 그리고 중국 측은 CCTV, 인민일보, 신화사 등 '빅3'를 비롯해서 중국일보(中國日報), 경제일보(經濟日報), 과기일보(科技日報), 법제일보(法制日報), CRI 등 다양한 언론사가 20명 정도의 특파원을 한국에 파견하고 있다. 한·중 수교 직후부터 시작해 지난 30년 동안 한국 언론사가 파견한 주중특파원은 약 300명 정도로 추산된다. 한국 사회에서 전현직 언론인 300명이란 것은 정말 무시할 수 없는 존재인데, 언론사 내부에서 그리고 이들이 진출한 한국 사회 곳곳에서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재임기간 중국의 구석구석을 탐방하고, 각계각층의 사람을 취재하면서 형성된 중국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안목은 현장에 바탕을 둔 것이니만큼 아주 실질적이면서도 쉽게 공감을 이끌어내는 경우가 많다. 그가 중국에 관해서 일갈하는 말이나 견해가 소속 기관이나 주위 사람들의 중국관에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데 그것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실을 꿰뚫어본 결과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에 대한 근거 없는 폄훼나 부정적인 시각도 아니고, 무조건적인 찬양이나 긍정적 입장과도 거리가 있다.

주한 중국특파원의 경우도 조금 다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비슷한 측면이 많다. 그동안 한국을 거쳐 간 수많은 특파원이 언론사 뿐 아니라 중국 사회 곳곳에서 그들이 한국에서 쌓았던 경력과 지식으로 인해 소속기관과 주변 사람에게 한국전문가로 통할 것이다. 한국에 대한 입장을 정하거나 뭔가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그들의 말과 견해는 결정적인 작용을 할 수도 있다. 적어도 전직 주한특파원이 있는 곳이라면 한국 문제에 관해서는 그가 오피니언 리더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필자는 수교 30년을 맞는 양국이 전현직 특파원들의 '크로스교류' 기제 수립을 제안하고 싶다. 즉 한국에 있는 전직 주중특파원과 현직 주한중국특파원 사이에 정례적이고 조직적인 교류기제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중국에서도 현직 주중한국특파원과 전직 주한특파원을 대상으로 동일한 교류기제를 수립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양국 전현직 특파원들은 현안에 대한 의견교환과 함께 양국의 이익이 충돌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열띤 토론을 벌일 수도 있다. 서로 모르는 상태에서 원론적인 입장만 반복하는 것보다, 만나서 상대방의 입장을 듣게 되면 새로운 측면이 보일 수도 있고, 이를 통해 어느 정도 가능한 접점이 보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통해 생산된 언론 보도는 양국 국민들의 공감도 이끌어내면서 한·중 관계가 보다 건설적이고 발전적인 단계로 나아갈 수 있게 할 것이다. 수교 30년을 맞는 양국은 체계적이고 정례화된 새로운 교류기제를 통해 미래 30년 보다 발전된 한·중관계 수립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크로스교류 기제의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공동으로 저작물을 발간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전현직 주중특파원들이 2019년 가을에 창간한 계간지 '한중저널'은 현재 제12호(2022년 여름)까지 발간하면서 한국특파원뿐 아니라 전현직 주한 중국특파원도 필진으로 계속 참여하고 있다. 언론인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양국 사이에 존재하는 입장 차이를 인정하고, 국익이 갈리는 부분에 있어서는 서로 치열하게 토론하면서 함께 만들어 나가는 한중저널은 크로스교류의 좋은 참고사례가 될 것이다. 한·중이 함께 대처해야 하는 글로벌 사안에 대해서는 같이 지혜를 모으는 구동존이(求同存異)로 나아갈 때 양국관계는 한층 높은 수준으로 진화할 것이다.
 
물론 한·중의 체제 차이에 기인한 양국 언론과 언론인의 상이한 기능과 역할은 크로스교류의 효용성에 의구심을 낳을 수 있다. 하지만 한·중관계에 미치는 언론의 지대한 영향력을 생각할 때 그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적어도 특파원이라는 공통적인 경험을 공유하는 집단들 사이의 교류는 미래 30년 보다 발전된 한·중관계 수립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그리고 크로스교류는 특파원에만 국한해서는 안될 것이다. 미래 한·중 관계를 짊어지고 나갈 청년들에게도 지속적이고 내실 있는 크로스교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한 때 양국에서 약 15만 명에 달했던 유학생들도 크로스교류가 필요할 것이다. 즉 현재 한국에 나와 있는 중국인유학생과 중국의 대학에서 유학하고 귀국한 사람들 사이의 교류기제를 만드는 것이다. 물론 이는 중국에 나가 있는 한국인유학생과 한국에서 공부하고 돌아간 중국인들 사이에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할 것이다. 이러한 특파원·유학생들의 크로스교류는 미래 30년 보다 굳건하고 내실 있는 한·중관계의 토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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