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정기검사] SBI저축은행 10월쯤 진행…모기지론 현미경 댄다
Koiners다음 제2금융

[저축은행 정기검사] SBI저축은행 10월쯤 진행…모기지론 현미경 댄다

한영훈 기자 입력 : 2022-08-10 11:00:00

[사진=아주경제 DB]

금융감독원이 SBI저축은행에 대한 정기검사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업권 내에선 페퍼·OK저축은행에 이은 세 번째이며, 사실상 올해의 마지막 검사가 될 전망이다. 앞선 과정들이 고강도로 진행됐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현미경 검사’ 기조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그간 SBI저축은행이 공격적으로 취급량을 늘려 온 모기지론(주택담보대출)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불법 사업자 주담대’ 취급 여부 현미경 댄다 
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르면 10월, 늦어도 11월쯤에는 SBI저축은행에 대한 현장 검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검사도 (앞선 검사와 마찬가지로) 잠재 위험 요인에 얼마나 잘 대비하고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라며 “이외에 최근 금융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에 대한 점검도 다각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특히 금감원이 SBI저축은행의 모기지론 취급과정을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는 앞서 엄중 제재를 예고했던 사업자(법인·개인사업자) 주택담보대출이 포함된다. 그간 SBI저축은행은 모기지론, 중금리 대출 등을 앞세워 대출량을 공격적으로 늘려왔다.
 
실제로 지난 1분기 말 기준 SBI저축은행의 모기지론 잔액은 3조4000억원 규모에 달했다. 2위 업체인 OK저축은행(1조원)과 격차가 상당폭 벌어진다. 이 중에서도 특히 사업자 주담대에 현미경을 가져다 댈 가능성이 크다. 이는 그간 규제가 상대적으로 미약했던 영역으로, 최근 업권 내 ‘작업 대출’의 온상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예컨대 개인 집을 쇼핑몰 등 사업장으로 위장해 대출을 진행하는 식이다. 사업자등록 여부를 일괄 조회해보면 정상으로 분류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실상은 전혀 다르다. 사업자지만 전혀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세금계산서를 위조한 것까지 사례도 다양하다. 이 과정에서 필요에 따라 대출모집인들이 개입하기도 한다. 저축은행의 심사 담당 직원은 ‘작업 대출’임을 알면서도 눈감아준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 직접적인 이유는 ‘실적에 대한 압박’이다. 각 부서 실무자들은 위에서부터 일정 수준의 실적을 강요받는다. 하지만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도저히 할당량을 감당할 여력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작업대출임을 알면서도 ‘실적 달성’을 위해 눈을 감게 된다. 상부에는 ‘정상’으로 보고하기 때문에, 위에서는 해당 대출이 정상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줄만 안다. 즉 관리자는 모르고, 실무자만 아는 허점이 상당하다는 얘기다.
 
이에 대한 금감원의 검사 방식도 한층 고도화될 전망이다. 앞서 페퍼·OK를 대상으로 진행했던 검사들에 꼬박 한 달이란 시간을 소요했던 게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다. 이는 통상적인 검사 기간(2주)을 훨씬 넘어서는 수준이다. 즉, 이 과정에서 축적된 ‘작업 대출’ 관련 노하우가 상당할 것이란 뜻이다. 작업 대출 분류 유형도 한층 세분화했을 가능성이 크다.
 
SBI저축은행은 이번 정기검사에서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내부적으로 철저한 통제 체계를 갖추고 있고, 상시 검사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모기지론에 대한 추가 확인 과정을 거쳤는데, 특별한 문제점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금감원의 조사가 시작되면 관련 요구에 성실하게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PF 관련해선 문제 소지 적어
업권 내 또 다른 문제로 떠오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관련해선 무난히 넘어갈 거란 관측이 우세하다. 앞서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의 전체 부동산 PF 대출 가운데 공정률이나 분양률이 저조한데도 '정상'으로 분류된 대출 규모가 1조3000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각별한 주의를 요구한 바 있다.
 
SBI저축은행의 경우, 일단 취급량 자체가 현저히 적다. 올 1분기 기준 OK저축은행의 PF 대출 잔액이 9429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한국투자저축은행이 8899억 원, 웰컴저축은행 5725억 원, SBI저축은행 1137억 원, 페퍼저축은행 1105억 원 순이었다. 총 회사 규모 대비, 취급량이 적은 만큼 느슨한 사업성 평가가 이뤄졌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외에도 개인 신용 대출에 대한 신용점수별 취급 분포도 및 연체율 관리,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관련 금융지원으로 이자 유예가 이뤄진 부분들에 대한 검사가 다각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융당국의 저축은행 정기검사 진행 추이를 보면 기본 2주에 1~2주를 더해 한 달가량은 유심히 들여다보는 추세”라며 “새 정권이 들어선 이후, 특히 업계에 대한 경계심이 부쩍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