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대만 방문 후폭풍] 1991년 톈안먼 추격전 벌이던 하원의원, 미·중 갈등 중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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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로시 대만 방문 후폭풍] 1991년 톈안먼 추격전 벌이던 하원의원, 미·중 갈등 중심에

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 2022-08-03 16:24:34
미·중 갈등의 핵심에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뛰어들었다.

미국 정치권에서 대표적 대중 매파 정치가로 꼽히는 펠로시 의장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2일(이하 현지시간) 대만을 찾았다. 지난 1991년 중국 텐안먼 광장에서 '중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에게'라는 플래카드를 꺼내 드는 퍼포먼스로 당시 중국 경찰과 추격적을 벌이기도 했던 펠로시 의장은 2022년 다시 한번 중국 정부와 날카롭게 맞서고 있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지난달 28일 "펠로시 의장은 이번 대만 방문을 통해 자신의 정치 여정의 대미를 장식하려 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수십 년간의 정치 여정 속에서 펠로시 의장은 텐안먼부터 대만 문제까지 중국에 대한 강력한 비판의 목소리를 꾸준히 이어온 대표적 인물이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페르소나 논 그라타
진보적인 외교 입장을 견지해 온 펠로시 의장은 이번 대만 방문을 전후해 언론에 실린 인터뷰와 기고문을 통해서도 강경한 입장을 감추지 않았다. 지난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펠로시 의장은 미국 외교정책에 대한 자신의 목표를 안보, 경제적 이익과 함께 미국의 가치관 존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상업적 이익 때문에 중국 내 인권 보호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없다면 어디에서든 이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우려를 표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펠로시 의장은 인터뷰에서 “(중국의 악행은) 톈안먼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면서 "중국 정부는 일국양제를 약속했지만, 그들이 홍콩에 한 짓들을 보라. 그들은 대만과 문제를 스스로 일으키고 있다. 만약 중국 정부가 (홍콩과 관련해) 일국양제를 지켰다면 상황이 다르겠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고 실랄하게 비판했다. 

펠로시 의장은 바이든 행정부의 경고와 중국 정부의 호전적 발언에도 불구하고 대만 방문을 추진했다. 이같은 행동은 미국 정치권에서도 논란을 가열시키기는 했지만, 최근 중국과의 갈등이 첨예화하는 가운데 많은 지지의 목소리도 얻고 있다. 

공화당 소속의 로이 블런트 상원의원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관점은 극적으로 바뀌고 있으며, 펠로시의 관점은 미국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펠로시 의장과 함께 하원에서 일했고 최근 의회 대표단 방문을 주도한 밥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은 "우리가 누가 대만을 방문할 수 있고 누가 방문하지 못하는지 여부를 중국이 결정하도록 내버려둔다는 것은 우리가 이미 대만을 중국인들에게 넘겨준 것이나 다를 바 없다"고 밝혔다. 

폴리티코는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일반적인 의회단 방문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면서 "대통령직 승계 서열 2위라는 위치뿐만 아니라 (펠로시 의장이) 톈안먼 광장에서 민주화 시위자들을 지지한 것부터, 중국의 홍콩 탄압과 위구르 무슬림에 대한 인권 침해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온 것이 중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은 20세기 후반 중국의 인권과 민주화 운동에 대한 펠로시 의장의 지지 등의 이유로 중국은 오랫동안 펠로시 의장을 외교상 기피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로 간주해왔다"면서 "캘리포니아 지역 신문에 실린 1998년 기사는 중국에 대한 펠로시의 행보를 두고 '세계 무대 위의 황야의 목소리"라고 묘사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과 경제적 피해를 우려해 많은 국가의 정치인들이 꺼내지 않는 말을 펠로시 의장은 거리낌 없이 해왔다는 설명이다. 
 

지난 1991년 중국 톈안먼 광장에서 '중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죽은 이들을 위해'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낸시 펠로시 당시 하원의원(가운데), 벤 존스 당시 하원의원(왼쪽), 존 밀러 하원의원의 모습을 찍은 사진을 올린 폴리티코의 기사. [사진=폴리티코 캡처]

"중국의 민주주의 위협 좌시할 수 없다"
펠로시 의장의 이번 대만 방문은 미국 정치권 내에서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펠로시 의장은 지난 2일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을 통해 자신의 이번 방문에 대해 설명했다. 펠로시 의장은 기고문에서 중국 정부는 최근 "대만과의 긴장을 극적으로 높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중국 공산당이 대만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것을 더이상 좌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 국방부는 중국군이 대만을 무력으로 통일하고자 비상사태를 준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평화적 수단 이외에 대만의 장래를 결정하려는 시도는 지역의 평화와 안전에 대한 위협이며 미국에 있어 중대한 우려다"라고 비판했다. 

펠로시 의장은 또 지난 1979년에 제정한 대만관계법을 거론했다. 미국이 대만의 자위력 강화를 지원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해당법에 대해 “민주주의와 자유, 인권 등의 공통의 이익과 가치관에 뿌리를 둔 깊은 우호관계를 키우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방문은 역대 미국 정권들이 이어왔던 '하나의 중국' 정책과 모순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펠로시 의장은 뿐만 아니라, 중국이 대만 당국에 사이버 공격을 감행하는 것은 물론 대만과 관계를 유지하는 나라와 기업을 위협하면서 대만을 경제적으로 압박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홍콩과 티베트에서의 인권탄압 외에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이슬람교도인 위구르족들을 대량학살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권력을 통한 지배를 강화하면서 인권과 법치를 계속 무시하고 있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차이잉원(오른쪽) 대만 총통이 3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 총통부를 방문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에게 외국인에게 주는 최고 등급 훈장인 특종대수경운(特種大綬卿雲) 훈장을 수여하고 있다. 대만 총통부 제공. [사진=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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