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윤 칼럼] '결단만 남았다"던 北 북한의 추가 핵실험 예측 …빗나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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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윤 칼럼] '결단만 남았다"던 北 북한의 추가 핵실험 예측 …빗나가는 이유

김영윤 (사)남북물류포럼 대표, 전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입력 : 2022-08-02 06:00:00

[김영윤 (사)남북물류포럼 대표]



올 상반기 국제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북한의 추가 핵실험 예측이 빗나가는 모양새다. 북한 지도부의 결단만 남았다고 하던 한·미 당국과 전문가의 확신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한반도에 당장 큰일이 날 것 같은 분위기도 잠잠해졌다. 반면 남한의 선제타격 가능성에 대한 북한의 보복 발언, 8월 22일부터 있을 한·미 연합연습에 대한 북한의 거친 반응이 다시금 남북을 긴장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지난 수개월 동안 북한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예고가 맞아떨어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정보 분석 능력이 모자라고 종합적이지 못했기 때문일까? 핵실험이 북한 최고 지도부의 정치적 결단과 직결되어 있는 것은 자명하나 그런 결단을 내리는 데는 남북 상황과 국제 환경 등이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그런 상황과 환경에서 북한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를 예측하는 일일 것이다. 이는 북한을 제대로 아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북한을 안다는 것은 그들 입장에서 미래를 생각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핵실험과 관련해 바깥으로 드러나는 북한의 활동이나 움직임은 정확히 포착된다. 인공위성을 비롯한 최첨단 장비가 북한 지상에서 이루어지는 세세한 움직임까지도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인이 '구글 지도'만 들여다봐도 사는 동네나 도로 등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을 정도인데, 군사 분야에서 정보를 찾아내는 기술은 두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그야말로 의심스러운 모든 것은 다 잡아낼 정도다. 북한이 제7차 핵실험을 단행할 것이라는 예측도 마찬가지다. 2018년 5월 폐쇄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가 올해 초 복구되는 정황을 보인 데서 근거한다. 지난 4월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위성사진을 근거로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에 새로운 콘크리트 차단벽과 건설 자재가 포착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핵실험을 위한 핵 기폭장치 작동 시험도 탐지해 냈다. 이를 바탕으로 그 후 1~2주 내에 핵실험을 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하지만 예측은 빗나갔다. 그러면서도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할 것이라는 확정적 전망은 사라지지 않았다. 각종 기념일이나 행사와 연결하여 예측하는 양상을 보였다. 4월에는 김일성 주석 생일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기념일과 연결하는가 하면, 5월에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일 순방, 6월 노동당 전원회의를 비롯해 6월 29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와 함께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을 연결하기까지 했다.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전승절’로 기념하는 7월 27일 정전협정 체결일에 핵실험을 감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예측한 날에 핵실험을 하지 않으면 다른 기념일이나 행사와 연결하는 특징을 보였다. 그중에는 어처구니없는 전망도 있었다. "국제사회가 북한을 계속 주시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감시가 이완됐을 때 핵실험을 전격적으로 단행할 것"이라는 언급이었다. 국제사회가 북한을 주시하지 않을 때가 있었던가? 북한이 핵실험을 하지 않고 있으면 “핵실험을 하려던 것이 맞느냐는 회의론이 나올 것이며 그때쯤 핵실험을 강행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전망을 어찌 전망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그러면서 북한 내 코로나 상황은 핵실험 단행에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다. 백신이 없는 북한에 코로나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것이기 때문에 이것이 핵실험 단행의 결정적 변수라는 것이다. 북한 코로나 감염 상황은 크게 완화되었으나 핵실험 소식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것이라는 근거 또한 빈약하기만 하다. 어느 전문가는 북한의 핵실험이 ‘대외 과시용 정치행위’라고 했다. "북한이 3월 24일 모라토리엄을 깼는데, 생각만큼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죠. 그렇기 때문에 핵실험을 통해 자신들의 핵 능력을 과시하려는 것이죠.” 과연 그것뿐일까? 어느 나라든 자신들의 대외적 행위가 주목받기를 원한다. 그런 일반적이고 당위적인 말로 북한의 핵실험을 설명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북한의 핵실험 감행에는 정치적 고려가 자리 잡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 정치적 고려가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해 내는 일이 전문가의 역할이 아닐까. 그래야만 북한의 행동을 예견할 수 있지 않겠는가 말이다.
 
기술적인 면을 들어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할 것이라는 주장도 큰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북한은 이미 여섯 차례 핵실험을 통해 핵 무력 완성을 천명한 바 있다. 기실 북한에 필요한 것은 기술 업그레이드를 통한 핵탄두 소형화와 경량화다. 김정은도 제8차 당 대회에서 핵 기술 고도화와 관련해 핵무기 소형화와 경량화, 전술무기화, 초대형 핵탄두 생산 등 3가지를 주문한 바 있다. 지난 5월 미국 전략사령부 토론회에서도 미국이 북한 비핵화를 목표로 삼고 있지만 실제로는 핵 사용을 억지하는 것이 우선순위가 될 만큼 북한 핵 능력이 고도화했음을 지적한 바 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기술적 면에서 북한의 추가 핵실험 수요는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
 
핵실험 예상이 빗나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북한을 잘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입장에서 파악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실험할 이유가 무엇인지, 이를 통해 얻으려고 하는 것은 어떤 것인지, 대외적으로는 어떤 요구를 하려고 하는지 제대로 찾아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빈약한 분석은 왜곡된 평가를 가져온다. 단정적인 결론에만 이르게 한다.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북한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북한의 의도를 왜곡할 수밖에 없다. 이에 기초한 대북 정책은 올바른 방향 제시를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결국은 실패한 정책으로 귀착될 것이다. 


김영윤 필자 주요 이력 

▷독일 브레멘대학 세계경제연구소 연구원 ▷통일연구원 북한경제연구센터 소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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