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대우조선해양 뒤쫓는 HMM···매각 타이밍 놓치는 기업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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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대우조선해양 뒤쫓는 HMM···매각 타이밍 놓치는 기업 구조조정

윤동 기자 입력 : 2022-07-31 11:00:00

윤동 산업부 기자
 

"호재 때 팔지 않고 악재 때야 판다."

최근 HMM과 해양진흥공사가 각각 진행한 비전 선포식을 참관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막대한 공적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매각 기회가 눈앞에 왔는데도 나중에 더 비싸게 팔기 위해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정부의 정책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실제 많은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HMM의 매력이 정점에 올랐다고 봤다. 2016년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로부터 5조원가량의 공적자금을 수혈받은 HMM은 지난해 그야말로 대박을 냈다.

지난해 코로나19에 따른 선복 부족 현상으로 해상 운임이 가파르게 올라가면서 HMM은 매출액 13조7941억원과 영업이익 4조9186억원이라는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도 매출액 4조9186억원과 영업이익 3조1486억원으로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2011년부터 2019년까지 9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던 것에서 괄목상대(刮目相對)한 모습이다.

그러나 해운업계 관계자들은 HMM의 순항이 늦어도 내년 암초를 만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단 HMM 호실적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혔던 해상 운임이 올해 1월 정점을 기록하고 하락세로 돌아선 탓이다. 또한 글로벌 주요국의 고금리 정책과 경기침체 우려로 해상 운송 수요 자체도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해운업황이 하강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담당 정부 부처와 국책금융기관은 HMM의 시급한 민영화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새 정부 들어 취임한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HMM은 앞으로 선복량 확대, 물류 터미널 확충 등에 더욱 투자해야 한다"며 매각에 앞서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이에 HMM도 비전 선포식에서 민영화를 포함한 구체적인 미래 전략 없이 중장기 투자 계획만을 비전이라고 외쳤다. 지배구조 문제에 대해 김경배 HMM 사장은 "대주주들과 민영화에 대한 시기나 방법 이런 논의가 아직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HMM이 민영화부터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영화 기회를 놓치게 된다면 장기간 명확한 비전 없이 구조조정 대상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진단에서다. 이 같은 대표적인 예시로 대우조선해양이 꼽힌다.

대우조선해양은 2000년부터 국책금융기관의 관리를 받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대우조선해양도 호황기 정부 주도의 육성 방안을 따르다가 침체기에 이르러서야 매각이 진행됐다는 점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매각이 결정돼 한화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는 데 이르렀으나 결국 경영환경 등의 이유로 불발됐다.

이후 조선산업이 호황을 누리면서 한국이 글로벌 최고의 조선강국이 됐다는 평가를 받던 2010년대 초반에는 눈에 띄는 매각 논의가 없었다. 정부 주도로 더욱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던 탓이다.

그러나 조선업황이 악화돼 최악의 시기라는 후문이 나오던 2019년에서야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그룹에 매각하는 방안이 진행됐다. 그러나 국내에서 1~2위로 꼽히는 조선사의 결합을 우려한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의 승인 거부로 좌초되는 결말을 맞았다.

최근까지 50여일째 이어진 하청노조의 파업으로 대우조선해양이 최악의 상태에 이르러서야 국책금융기관은 다시 매각을 고민하는 모습이다. 그야말로 기업 구조조정 책임론이 제기될 만큼 기업이 망가지고서야 가장 신속하게 매각을 통한 민영화가 추진되는 상황이다. 대우조선해양뿐 아니라 잘될 때 팔기를 아까워하다가 15년 넘게 지연된 우리금융 민영화도 진행 과정만 다를 뿐 그 구조는 매우 유사하다.

HMM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국민의 혈세로 마련된 자금이기에 언젠가는 회수해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 공적자금을 관리하는 국책금융기관이 HMM의 정상화를 위해 잠깐 주인의 자리에 앉았을 뿐 영원히 HMM을 소유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를 감안하면 최근 역대 최고의 실적을 내면서 순항하는 HMM의 민영화를 늦출 이유가 없다. 회사가 망가질 때까지 쥐고 있다가 마지막에 가서야 허겁지겁 매각을 추진하는 일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민영화보다 정부 주도의 경쟁력 강화가 HMM 위해서 필요한 일인지 생각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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