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포스코 사내하청 직원들 '근로자 인정'..."정규직 전환 늘려라" vs "글로벌 경쟁력 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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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포스코 사내하청 직원들 '근로자 인정'..."정규직 전환 늘려라" vs "글로벌 경쟁력 약화"

장한지 기자 입력 : 2022-07-28 14:59:49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22.05.11[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포스코가 사내 협력업체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포스코가 사내 하청 직원들에게 사실상 지휘·명령했으므로 '파견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이유다. 다만 정년을 넘긴 일부 근로자들은 각하 판결을 받았다. 이날 판결은 소송 제기 약 11년 만에 내려졌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이흥구 대법관)는 28일 협력사 직원 양모씨 등 총 59명이 포스코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직원 55명에 대해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다. 정년이 지난 4명에 대해서는 소송을 각하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비슷한 취지의 소송이 여러 차례 있었지만 소송 도중 정년이 지나면 더는 소송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대법원이 선언한 최초의 사례"라고 설명했다.
 
◆ 사내 하청 직원들 "포스코가 지휘·명령"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협력업체 직원으로 일한 근로자 양씨 등 15명은 2011년, 정모씨 등 44명은 2016년 각각 포스코를 상대로 "근로자로 인정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크레인 운전 또는 열연·냉연 코일, 도금 제품을 생산하거나 운반·관리하는 업무를 맡았다.

양씨와 정씨 등은 자신들이 포스코와 사실상 근로자 파견계약을 체결한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상 근로자들이 특정 사업주에 의해 고용된 뒤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다른 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일을 하면 근로자 파견에 해당한다. 또 구 파견법 제6조 3항은 '사용사업주가 2년을 초과해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2년 기간이 만료된 날의 다음 날부터 파견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들은 포스코가 직접 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 작업을 지시하고 근로시간과 징계를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또 포스코가 2년을 초과해 자신들을 계속적으로 업무에 사용했으므로 직접 고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도 했다.
 
◆ 엇갈린 하급심···대법 "2심의 '파견근로' 판단 정당"
1심은 "협력업체 직원들이 포스코의 지휘·명령을 받아 근무했다고 볼 수 없다"며 포스코 손을 들어줬다. 일반적인 도급계약 관계보다 강한 종속적 관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근로자들이 포스코의 지휘·명령을 받아 포스코를 위한 근로를 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1심 재판부는 "협력업체들은 독자적으로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작업 배치권과 채용·징계 등에 관한 권한을 갖고 있었다"며 "포스코가 작업 지시를 한 것은 협력업체에 맡긴 업무 특성상 당연한 내용으로 보이며, 지휘·감독권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양씨 등의 청구를 기각했다.

반면 2심은 "포스코가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간접적으로나마 업무에 관한 지시를 하는 등 지휘·명령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근로자 지위를 인정했다. 구체적으로 △업무에 필요한 협력업체 직원 수와 작업량 등을 포스코가 정한 점 △포스코의 작업표준서를 기초로 형식상 고용주인 협력업체가 업무 기준인 작업표준서를 마련한 점 등이 판단의 근거가 됐다.

또 △전산관리시스템(MES)을 이용해 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 직접 작업을 지시했던 점 △업무지시 위반에 대해 간접적으로나마 제재나 불이익을 줄 수 있었던 점 △협력업체는 대부분 매출을 포스코에 의존해 독자적인 사업주로서 실체가 미미한 점 등도 고려됐다.

2심 재판부는 "포스코가 협력업체들과 체결한 계약은 근로자 파견계약으로서 실질을 가지고 있고, 포스코는 근로자들이 협력업체들과 고용을 유지하면서 포스코 사업장에서 근로를 제공한 기간에 근로자 파견관계에 있는 사용사업주 지위에 있었다"며 1심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손익찬 노동법 전문 변호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제조업에서 원청사는 전체 공정을 생산관리시스템(MES)으로 관리하므로 하청 노동자에게 세세한 업무 지시를 내리는 것이 아니고 단지 시스템에 따라 특정 업무의 완성만 맡긴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며 "그렇다고 해도 시스템에 따라 세부 지시를 내리는 주체는 원청임을 확인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사내 하청 1만5000여 명···"직접 고용하라" vs "일자리 악영향"
이날 대법원 판단에 따라 포스코는 양씨 등을 '파견 근로자'로 직접 고용해야 한다. 현재 총 7차까지 진행 중인 추가 소송에는 이날 확정 판결을 받은 이들을 제외하고 원고 740명이 참여하고 있는데, 이날 대법원 선고에 따라 이들도 직접 고용해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포스코에 따르면 현재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 내 협력사는 약 100곳, 직원 수는 1만5000여 명에 이른다. 소송을 주도한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는 대법원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포스코 사내 하청 직원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주장했다.

하청지회는 "대법원 확정 판결에 따라 포스코는 모든 하청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하청 노동자가 금속노조에 가입하고 불법파견 추가 소송단에 참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주장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다른 제조업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현대, 기아, 한국GM 등도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선고 결과와 관련해 입장문을 내고 "법원이 일부 공정의 도급생산 방식에 파견법을 적용해 불법 파견이라고 판단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며 "유사한 판결이 이어지면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물론 일자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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