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외환거래] 2개 은행서 4.1조원...코인 투기세력 '김치프리미엄' 노린 정황

정명섭 기자 입력 : 2022-07-28 07:00 수정 : 2022-07-28 16:37:31
금융감독원, 27일 중간검사 결과 발표 당초 알려진 액수보다 1.6조원 더 늘어 가상자산거래소→국내법인→해외법인으로 자금 이동
정명섭 기자 2022-07-28 16:3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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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수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거액 해외송금 관련 은행 검사 진행 상황'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이 포착한 시중은행의 비정상적 외환거래 규모가 4조원을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알려졌던 액수보다 1조6000억원 많은 규모다.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거래 규모는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만 집계한 수치여서 향후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외환 이상거래의 상당수는 자금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국내 무역업체, 해외 업체 순으로 흘러갔다. 코인 투기 세력이 ‘김치 프리미엄(국내 가상화폐 가격이 해외보다 높은 현상)’을 통해 얻은 시세 차익을 송금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외환 이상거래 2.5조원→4.1조원으로 늘어... 전 은행권으로 검사 확대
금융감독원은 27일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최근 포착된 은행권 외환거래 중간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22일과 29일 각각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서 외환 이상거래 신고를 받고 현장검사를 진행했다.

금감원이 신고받은 두 은행에서 파악한 외환 이상거래 규모는 총 4조1000억원(약 33억7000만 달러)으로, 기존에 알려졌던 금액(약 2조5000억원)보다 많았다.
 
우리은행에선 지난해 5월 3일부터 지난달 9일까지 5개 지점에서 831회에 걸쳐 1조6000억원(약 13억1000만 달러) 이상 외환송금이 발생했다. 신한은행에선 지난해 2월 23일부터 이달 4일까지 11개 지점에서 1238회에 걸쳐 2조5000억원(약 20억5000만 달러) 규모의 외화가 송금됐다.

대부분 거래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다수의 무역법인 계좌로 자금이 이체된 후 수입대금 지급 명목으로 해외 법인에 송금되는 구조였다. 국내 법인은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설 수입업체가 많았고, 귀금속을 취급하는 기업의 송금 액수가 가장 많았다.
 

금융감독원이 대다수 거래에서 확인한 자금흐름도 [사진=금융감독원]

송금처가 된 해외 법인은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닌 일반 기업이었고, 홍콩과 일본, 미국, 중국 소재였다. 홍콩 법인에 송금된 금액이 25억 달러(약 3조2800억원)로 가장 많았다.

국내 법인은 대표가 같거나 사촌관계도 있었고, 한 사람이 여러 법인의 임원을 겸임하는 사례도 발견됐다. 자금이 법인 계좌에서 다른 법인의 대표 계좌로 송금되거나 동일한 계좌에서 다른 2개 법인으로 송금되는 등 서로 연관된 거래들도 확인됐다. 일부 거래는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해 들어온 자금과 실제 무역거래를 통해 들어온 자금이 섞여서 해외로 나가는 경우도 있었다. 코인 투기 세력이 한국과 해외 가상화폐 거래에서 발생한 시세 차익을 송금한 것으로 의심되는 부분이다. 한국은 가상화폐 거래가 활발하고 수요가 많은 국가에 속해 해외보다 가상화폐 시세가 더 높게 책정되는 경우가 있다.

금감원은 지난 1일부터 검사 대상을 모든 은행으로 넓혀 이상거래를 보고하도록 했다. 점검 대상 거래는 △신설·영세업체 대규모 송금거래 △가상자산 관련 송금거래 △특정 영업점을 통한 집중적 송금거래 등이다.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은행 자체 점검 결과를 면밀히 분석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추가 검사 등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아주경제 DB]

은행 제재 수위에 촉각... 금감원 책임론도 도마에
대규모 외환 이상거래에 대한 금융당국의 조사가 전 은행권으로 확산하면서 은행에 책임을 물을지, 묻는다면 어느 정도 수준의 제재가 가해질지에 대해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금감원은 현재 검사가 진행 중이어서 제재를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가상자산과 연계된 시세차익, 자금세탁 정황을 사전에 걸러내지 못한 금감원에 대한 책임론도 나오기 시작했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에서 외환 이상거래가 발견된 은행이 외국환거래법, 특정 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을 위반했는지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외국환거래법상 은행이 외환 거래 시 입증서류를 제대로 확인했는지, 당국에 신고해야 하는 거래였는데 이를 확인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점검한다.

특금법상으로는 고객의 신원을 제대로 파악했는지, 자금세탁이 의심되는 거래를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했는지도 쟁점이다. 외환거래 규모가 커 위법한 부분이 적발될 시 일선 영업점을 넘어 은행이나 지주 전체에 대한 제재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측은 관련법상 적법한 절차에 따라 송금했다는 입장이다.
 
이준수 부원장은 “외국환거래법, 특금법상 점검사항을 통해 검사가 진행 중인데, (외환송금) 절차와 관련해서 제대로 안됐다거나 (담당 은행 직원) 면담 등을 통해 실체가 더 규명돼야 한다”며 “은행권 외환거래 시스템이 모든 이상 거래를 완벽하게 추출하지 못한다. 이를 근본적으로 진단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이상 거래를 사전에 관리·감독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내외 가상자산 시세 차이를 노린 불법 외국환 거래는 그동안 꾸준히 발생해왔다. 금감원은 사전에 은행권에 이상 외환거래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고, 모든 거래를 들여다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엄일용 금감원 외환감독국장은 “작년 4월 김치 프리미엄 거래가 많이 이뤄졌던 것으로 추정된 시기에 현황을 파악하고 은행을 상대로 (주의를) 당부했다”며 “이같은 모니터링, 검사를 통해 시장에서 위험성과 업무 절차를 준수하라고 요구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시장에서 이런 걸 회피하는 거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금감원 검사의 한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 외환 이상거래의 자금 흐름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부터 시작됐는데, 금감원은 가상자산 거래소 이전의 거래까지는 파악할 수 없다. 해당 자금이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해 들어왔는지 알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번 외환 이상거래의 대부분이 가상자산과 연루돼 있고, 추가로 발견된 정황들 또한 가상자산과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외환 이상거래를 한 송금업체의 환치기 여부도 금감원이 아닌 검찰이나 관세청이 확정할 수 있다.
 
엄 국장은 “금감원은 국내 자금 흐름은 파악할 수 있지만, 가상자산 거래소에 들어온 자금까지 알 수는 없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감독 대상 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이번 이상거래도 대부분 가상자산 거래소와 거래를 하는 은행을 통해 파악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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