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전기차 한·일전 본격화..."산업 육성 없인 일본에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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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전기차 한·일전 본격화..."산업 육성 없인 일본에 잡힌다"

김성현 기자 입력 : 2022-06-24 07:00:00
글로벌 자동차 판매 1위 기업인 도요타가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순수 전기차 시장에 도전한다. 전기차 관련 특허 세계 1위이기도 한 도요타그룹의 내년 행보는 아시아 역내 전기차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큰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 기업인 현대자동차그룹과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도요타는 전기차 불모지로 불리는 일본 내수시장과 한국 시장을 공략하면서 북미 시장 진출도 착실히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 도요타, 전기차 시장 진출 본격화···일본에선 ‘경제성’ 앞세운 전략
2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도요타그룹 경영진은 최근 글로벌 완성차 트렌드가 순수 전기차에 집중되는 만큼 내년부터는 상품성을 대폭 강화한 전기차를 글로벌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일단 일본과 한국 시장에서는 ‘경제성’을 앞세운 모델로 시장 공략에 나설 전망이다. UX 300e가 대표적인 예시인데, 가격 경쟁력을 위해 편의사양과 급속충전을 포기한 모델이다. 내수경제 침체로 인해 자동차 총소유비용(TOC)을 중시하는 일본 국민 성향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도요타 외에 일본 완성차 기업인 닛산과 미쓰비시 등도 각각 가성비를 극한으로 끌어올린 경형 전기차 ‘사쿠라’와 ‘eK X EV’를 내수시장 공략 모델로 내놨다.
 
일본 완성차 기업들의 이 같은 전략이 일본 내에서는 통할지 모르지만 한국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업계에서는 분석한다. 현대차그룹이 아이오닉5, EV6, GV60 등 편의사양을 대폭 강화하고, 배터리 성능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모델로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어 도요타 등 일본 전기차는 한국 시장에 크게 위협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일본에서도 현대차그룹이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실제 지난달 28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에서 열린 아이오닉5 홍보 전시회를 두고 외신들은 “(아이오닉5가) 일본 전기차보다 상당히 앞서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다만 도요타 등은 오로지 경제성만 따질 게 아니라 지역에 맞는 전략을 취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도요타 관계자는 “최근 그룹 내 최고 경영진 심경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는 생각이 바뀌었으며, 일본 보이콧 운동이 힘을 잃으면서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며 “현대차와 비교되는 것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부분이다. 한국에 신차를 출시할 때는 분명 현재 지적된 문제들을 충분히 보완한 모델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 북미 시장 진출 준비도 착착···아직은 현대차 우세 
도요타는 현대차그룹이 GM, 포드와 경쟁 중인 북미 전기차 시장 진출도 착실히 준비 중이다. 미국 의회에 따르면 도요타그룹은 올해 1분기 미국 상원을 대상으로 전기차 인프라와 과세 관련 논의를 위해 6만 달러(약 7800만원) 규모 로비를 진행했다.
 
도요타그룹이 전기차 관련 로비를 시작한 것은 지난해 3분기로 분기마다 6만 달러를 지출하고 있다. 그동안 하이브리드 차량과 관련한 과세, 안전 문제 부문 로비만 진행한 것에서 크게 변화한 것이다.
 
미국 로비스트 업계는 도요타가 북미 전기차 시장 진출을 위한 사전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도요타는 지난해에만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223만2000대를 판매해 GM을 제치고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미국이 자동차 판매 점유율 1위를 외국 기업에 내준 것은 사상 처음이다.
 
도요타는 여세를 몰아 전기차 시장 공략에도 돌입했다. 올해부터 순수 전기차 ‘bZ4X’를 미국 시장에 출시해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다만 일본에서와 같이 현대차그룹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평가는 여전하다.
 
스테파니 브릴리 S&P 글로벌 모빌리티 수석 분석가는 “모델 bZ4X 자체만 놓고 보면 전기차로서 획기적인 성능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며 “결국 도요타 내연기관차를 택하던 고객들을 전기차 시장으로 끌어오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기간인 지난 3월 현대차 아이오닉5는 미국에서 ‘최고의 가족용 전기차’라는 호평을 받았다.
 
◆ “산업 육성 없인 일본에 따라잡힌다”···심각한 전기차 특허 격차
당장은 전기차 한·일전이 현대차그룹 측 승리로 보이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먼저 도요타그룹이 압도적인 전기차 특허 보유 기업이라는 점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기술적인 측면에서 따라잡힐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지난해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이 전기차 특허를 조사한 결과 도요타 점수는 8363점으로, 현대차(1694점)를 크게 압도했다.
 
또 현대차는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국내 배터리 기업이 생산하는 배터리를 사서 쓰는 반면 도요타 등은 파나소닉과 협업해 자체 배터리 개발에 나선 상태다. 가장 핵심 부품인 배터리 성능에서 도요타가 성과를 낸다면 수익성에서 도요타를 이기긴 힘들어 보인다.
 
전기차 산업 구조 역시 문제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9300여개 부품사 중 미래차 관련 부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전체 중 2.3%(213개)에 불과하다. 차세대 모빌리티 관련 투자도 현대차그룹을 중심으로만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그룹 연구개발(R&D) 투자는 4094억원 증가한 반면 비(非)현대차그룹 계열 부품기업 투자는 오히려 378억원 감소했다. 전년에 이은 2년 연속 감소세다. 이에 따라 일본과 전기차 특허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국내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대한민국의 미래 모빌리티 투자는 오로지 현대차를 통해서만 이뤄지고 있으며 중소기업들은 자포자기한 상태”라며 “결국 전기차도 일본에 따라잡힐 것이다. 정부 차원의 자동차산업 육성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렉서스의 전기차 'UX 300e'(왼쪽)와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5' [사진=렉서스·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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