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화물연대 파업에 여경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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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돋보기] "화물연대 파업에 여경이 없다"

홍승완 기자 입력 : 2022-06-15 12:42:44
  • "넷플릭스보다 잔다" 여경 특혜 내부 고발

  • 경기남부청, 남성 경찰관 15시간 근무 인정

  • "화물연대 파업 남성 비율 절대적" 변명 글

  • "남경 역차별 심하다" 여경 혐오 확산 우려

이동하는 화물차를 향해 선전전을 하는 화물연대 [사진=연합뉴스]

"아무것도 안 한다. 멍때리다 승진 공부하고 넷플릭스 보다 부대에서 잔다."

한 남성 경찰관이 화물연대 파업 기간 여성 경찰관의 근무 행태를 비꼰 글이다. 남성 경찰관은 하루 15시간이 넘는 근무가 며칠째 이어지는 반면, 여성 경찰관은 집회 현장에 나오지도 않고 있단 지적이다. 경찰 측은 폭로 내용 일부를 인정하면서도 차별 대우는 없단 입장. 그렇다 보니 경찰 해명 이후에도 불만은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15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따르면 '경찰청 소속의 한 직원은 남성 경찰관이 성차별적 근무 환경에서 혹사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기남부경찰청 여자기동대 특혜 및 실태'라는 제목의 글에서 글쓴이 A씨는 "화물연대 파업이 강성 투쟁이라 많은 경찰관이 동원된다. (남성 경찰관은) 하루 15시간 이상 근무하고 2~3시간 잔다. 전날 오전 6시에 퇴근하고 다음날 온전한 휴무를 받는 건 남성 경찰관은 상상도 못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는 화물연대 파업 기간 남성 기동대와 여성 기동대의 근무 환경을 비교했다. A씨에 따르면 남성 기동대는 오전 4시에 출근해 자정에 가까운 오후 11시께 퇴근한다. 또 주말 없이 매일 화물연대 파업에 출동한다.
 

화물연대 파업 [사진=연합뉴스]

반면 여성 기동대는 조를 짜 번갈아 가며 근무한다. 이마저도 사무실에서 출동 대기만 한다는 게 A씨 주장이다. A씨는 "여성 기동대는 사무실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아무것도 안 한다. 승진공부를 하거나 넷플릭스 보고, 부대에서 잔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런데도 연말 심사 승진 비율은 남녀 1대1 비율인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글쓴이는 말미에 "힘들고 역차별이 너무 억울하다. 하루 5시간 만이라도 자고 싶다"고 적었다.

해당 폭로 글에 13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면서 논란이 커지자 경기남부청은 서둘러 해명했다. 경기남부청은 기동대를 대상으로 낸 설명자료에서 "지난 일주일간 하루 평균 근무시간이 15시간에 달했다"며 폭로 내용이 사실임을 인정했다.

또 파업 현장에 여성 기동대를 투입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화물연대 파업 특성상 남성 참가자 비율이 절대적이기에 남성 경찰관 기동대 위주로 배치할 수밖에 없었다"고 발뺌했다. 그러면서 "여성 경찰관 기동대는 필요 시 즉시 투입할 수 있도록 대기시켰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경찰 측 해명에도 남성 경찰관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반쪽짜리 해명에 불과하단 이유다. 한 경찰관은 블라인드에 "같은 경찰인데 파업 참가자 성별을 고려할 이유가 있느냐. 파출소에서도 대상자 성별 관계 없이 남성이건 여성이건 다 출동한다"며 경기남부청의 해명을 비꼬았다.

다른 경찰관은 "해명이 나온 뒤에도 여성 경찰관 기동대는 여전히 출동 대기 중이다. 또 남성 경찰관 기동대가 17시간 근무할 동안 여성 기동대가 지원하러 온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여성 경찰관 특혜 관련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여경 혐오' 목소리는 점점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엔 서울경찰청이 기동대 내근직에 여성 경찰관을 적극 배치하도록 지침을 내려 반발을 샀다. 당시 남성 경찰관은 블라인드에 "여경에게 진급 특혜만 주고 역차별이 심하다", "여경 10명 중 9명은 내근 또는 밤샘이 없는 부서에 있다"고 불만을 쏟아낸 바 있다.
 

[사진=아주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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