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쇼크] 시총 1조 달러 붕괴한 가상자산…"더 떨어진다"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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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쇼크] 시총 1조 달러 붕괴한 가상자산…"더 떨어진다" 비명

서민지 기자 입력 : 2022-06-14 18:00:00
전 세계 가상자산의 시가총액이 1년 4개월 만에 1조 달러 선 아래로 떨어졌다. 미국 물가가 역대급으로 치솟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한 번에 0.75%포인트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할 것이란 관측이 급부상한 데다, 가상자산 시장 곳곳에서 리스크가 터지면서 ‘크립토 윈터(가상자산 시장의 겨울)’가 다시 온 것 아니냐는 공포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번지고 있다.

가상자산 시황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4일 오후 3시(한국시간) 전체 가상자산 시총은 9649억 달러(약 1241조원)로 쪼그라들며 1조 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지난해 11월 2조9680억 달러(약 3817조원)로 정점을 찍었던 가상자산 시총이 7개월 만에 2조 달러 넘게 증발한 것이다. 

가상자산 시가총액 1, 2위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가격은 일주일 만에 각각 23%, 30% 급락했다. 지난 10일만 해도 3만 달러 부근에 있던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 가격은 같은 시간 2020년 12월 이후 최저점을 찍고 2만293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올해 들어서만 50% 하락했고, 지난해 11월 사상 최고가(6만 7802달러)와 비교하면 60% 이상 급락했다. 1700달러 선 위에 있던 이더리움 가격도 1255달러를 기록 중이다. 
 
속절없이 떨어지는 가상자산···도대체 왜?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하며 1년 반 만에 처음으로 3000만원선이 무너진 가운데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에 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가상자산 시장은 미국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전망 속 경제성장 둔화를 우려한 투자자들이 위험 자산을 투매하면서 급락하고 있다. 고(高)인플레이션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 6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통화긴축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경계감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고조되면서다. 지난 10일 발표된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8.6%로 1981년 12월 이후 41년 만에 최대폭으로 치솟았다.

여기에 지난달 한국산 가상자산 테라USD와 루나의 폭락 사태, 가상자산 담보 대출 서비스 업체인 셀시어스의 대규모 인출 중단 사태는 투자자들의 투매를 더 부추기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인플레이션과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로 금융시장 전반에 위험 회피 심리가 퍼지고 있다”면서 비트코인의 이런 하락세는 다른 가상자산으로 전이될 수 있다고 전했다.

셀시어스는 13일(현지시간) 성명에서 “극단적인 시장 상황으로 뱅크런(예금자들이 예금인출을 위해 몰려드는 현상) 사태가 발생해 출금, 스왑, 계정간 이체를 모두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유동성을 안정시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며 “커뮤니티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했다. 
 
미국인 기업가 앨릭스 마신스키 등이 설립한 셀시어스는 그동안 가상자산을 예금할 경우 18%대 이자를 지급하겠다며 170만명의 예금자를 끌어모아 수십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굴렸다. 때문에 대량 예금인출 요구가 발생할 경우 셀시어스가 이를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 만큼의 준비금을 보유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결국 셀시어스에 대한 파산 우려가 제기되면서 투자자들이 대량 인출을 요구하게 됐고, 셀시어스는 준비금 소진을 우려해 서비스 중지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이다. 셀시어스 자체 코인인 셀(CEL) 가격은 하루 만에 50% 이상 폭락했으며, 동결 자금은 80억 달러 수준이지만 셀시어스는 인출 재개 시점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셀시어스는 전통적인 금융기관과 같은 규제를 받지 않아 투자자 보호 방안도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전 세계 가상자산 업계 곳곳에서 안정성과 신뢰에 금이 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이 지원하는 셀시어스의 라이벌 격인 가상화폐 대출 플랫폼 블록파이는 이날 비트코인 가격 폭락에 직원 20%를 감축하겠다고 발표해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잭 프린스 블록파이 최고경영자(CEO)는 “셀시어스 상황과 관련이 없으며 수익성 달성을 목표로 모든 플랫폼과 제품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간밤에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서는 약 3시간 동안 비트코인 인출이 중지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바이낸스는 “사소한 하드웨어 오류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유동성 부족 때문에 서비스를 중단했는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바이낸스 측은 불황기인 현재 인재를 영입하고 인수합병까지 시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지만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만 달러까지 무반등 하락”···‘크립토 윈터’ 공포 드리운다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에 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가상자산 시장이 겹악재에 시달리는 만큼 당분간 하락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가상화폐 시장의 흐름이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혹은 5년 전 냉각기와 유사하게 흘러갈 것이란 분석까지 나온다. 

가상자산거래소 루노의 비제이 아야르 부사장은 비트코인이 직전 하락장 때 80% 폭락했다는 점을 짚으며 “앞으로 한두 달은 비트코인 가격이 훨씬 더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블록체인 기술 업체 ‘체인업’의 제프 메이 최고마케팅책임자도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위험하고 현금화하기 쉬운 가상자산들이 매도 우위 시장에서 가장 먼저 팔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금융 전문 매체 FX스트리트는 “비트코인이 2만 달러로 떨어질 때까지 시장의 지지를 얻지 못할 수 있다”면서 “가상화폐 시장의 자본금이 1주 동안 20%나 줄었는데 가격이 하락하면 거래량도 줄어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이탈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가상화폐 ‘공포와 탐욕 지수’는 11포인트까지 내려갔다”면서 “이 지수가 10포인트대에서 오랫동안 머무른 건 ‘크립토 윈터’이던 2018년 12월과 매도의 마지막 신호가 나타난 2020년 3월”이라고 지적했다. 가상자산 정보업체 얼터너티브에서 집계되는 ‘공포와 탐욕 지수’는 이날 오후 ‘극단의 공포’ 구간인 8포인트까지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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