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송해 별세 기사에 '흥미진진' 웬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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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돋보기] 송해 별세 기사에 '흥미진진' 웬 말

홍승완 기자 입력 : 2022-06-09 15:21:45
  • 기사 하단 감정 스티커 없앤 네이버

  • 부음소식 밑 '후속강추' 등 이모티콘

  • 누리꾼 "애도할 길 없어" 비판 제기

'그리운 송해' [사진=연합뉴스]

천국에도 노래자랑이 필요했나 보다. 34년간 KBS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해 온 현역 최고령 MC 송해가 지난 8일 우리 곁을 떠났다. 매주 일요일 TV를 켜면 어김없이 노래자랑의 시작을 알리는 송해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제 더 이상 그의 경쾌한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단 사실에 사회 각계각층에서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송해 별세 소식을 알리는 기사 밑엔 '슬퍼요' 대신 '흥미진진', '후속강추' 이모티콘이 자리 잡았다. 그 모양도 입을 벌린 채 재밌는 영화를 보는 듯한 얼굴, 엄지를 높게 치켜세운 것들이다. 이 밖에도 느낌표 모양의 '쏠쏠정보', 하트가 머리핀처럼 붙은 '공감백배' 등의 이모티콘들이 한쪽을 차지했다. 고인을 추모하고 애도하는 감정을 표현할 이모티콘은 없었다. 그나마 누를 만한 이모티콘이라곤 '공감백배' 정도. 그 또한 적절하다고 여겨지진 않는다. 

송해 별세 기사 하단에 있는 기사 추천 이모티콘 [사진=네이버 뉴스]

기존엔 기사 하단에 독자가 기사를 본 뒤 느낀 감정을 표현할 스티커가 있었다. 종류도 '좋아요', '훈훈해요', '슬퍼요', '화나요', '후속기사 원해요' 등 다섯 가지다. 그러나 네이버는 지난 4월 28일부터 감정 스티커 대신 추천 이모티콘을 배치했다. 독자들이 기사를 본 뒤 감정을 표현할 수 없게 된 셈이다. 그렇다 보니 송해 별세 기사를 접한 한 누리꾼은 "원래대로 감정 스티커를 돌려 놓아라. 송해 선생님 돌아가셨단 소식에 웬 '흥미진진', '쏠쏠정보'냐. 누를 만한 게 있느냐"고 댓글을 남겼다. 이 댓글엔 379명이 공감을 뜻하는 '좋아요'를 눌렀다.

안타까운 소식이 장난기 가득한 이모티콘 때문에 희화화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 7일 배우 강수연씨가 세상을 떠났을 때, 어린이날을 하루 앞두고 서울 영등포구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할아버지와 7살 아이가 숨진 날에도 관련 소식을 전하는 기사 하단에는 발랄한 표정의 이모티콘이 배치됐다. 추모 댓글 중에는 "너무 슬프고 안타깝다. 쏠쏠정보, 흥미진진, 공감백배, 후속강추? 장난하느냐"는 누리꾼의 쓴소리도 섞여 있었다. 

물론 네이버 측도 할 말은 있다. 기사를 본 뒤 느끼는 안타까운 마음은 댓글로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다는 것. 또 기사 추천 이유를 자세하게 나열하면 언론사가 더 좋은 기사를 발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도 했다.
 

국민MC 송해 별세…향년 95세 [사진=연합뉴스]

다만 감정을 표현하는 스티커가 사라진 뒤 대중이 기사 감상평을 온전히 전하기 어려워진 건 사실이다. 기존 스티커를 되살리긴 어렵더라도 이모티콘 디자인 변경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야후 재팬 역시 기사 하단에 이용자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버튼이 있지만, 노란색 얼굴에 웃음과 놀람 등의 감정을 담은 네이버 이모티콘과는 대조적이다. 야후 재팬은 무채색의 학사모(도움이 됨), 전구 모양(이해가 쉬움), 느낌표(새로운 정보) 등을 배치해 놨다. 송해의 부음 기사를 계기로 네이버 기사창 밑 이모티콘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을 한 번쯤 의식해 볼 때다. 
 

야후 재팬 뉴스 하단에 있는 기사 추천 버튼 [사진=야후 재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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