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닭 이어 오리 '정조준'…농식품부는 구경만

안선영·정석준 기자 입력 : 2022-05-17 15:54 수정 : 2022-05-17 15:54:09
공정위 '철퇴'에 가금류업계 도산 위기인데 주무부처는 "이미 나온 결과 대응 힘들어"
안선영·정석준 기자 2022-05-17 15:5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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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대형마트의 닭고기 판매대 모습 [사진=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토종닭에 대한 과징금 부과 결정과 함께 3년간의 닭고기업계 담합조사를 마무리 지었다.

대규모·장기간에 걸친 조직적 담합을 끝내기 위해 공정위가 '철퇴'를 가하면서 닭고기업계는 줄도산 위기에 처해있다. 업계에서는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가 부처간 협의에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상황이 악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닭고기와의 전쟁'은 마무리…이번엔 오리고기 '긴장'

17일 정부부처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오리고기 제조‧판매업체가 담합을 했다고 보고 심사보고서를 발송해 이달 심의를 앞두고 있다.

오리까지 담합이 있던 것으로 드러나면 사실상 소비되는 모든 가금류에 담합으로 인한 가격 상승이 있었다는 결론이 난다.

공정위는 2019년 종계를 시작으로 최근까지 삼계·육계·토종닭 등 국민 물가와 직결되는 닭고기 담합을 조사·제재해왔다.

당국 제재에 닭고기업계는 농식품부의 주도로 진행된 수급조절 행위였다는 입장이다. 

헌법과 축산법 등에는 농산물 수급조절 및 가격안정을 국가의 책임으로 규정하고 있다. 헌법 제123조 4항에는 '국가는 농업 및 어업을 보호·육성하기 위해 농·어촌 종합 개발과 그 지원 등 필요한 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협회와 기업들이 "유관 부처의 행정지도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처분"이라고 반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은 축산물을 포함한 농산물이 자연재해와 가축 질병 등으로 수급불균형이 빈번하고, 보존성이 낮은 생물이라 정부의 시장개입이 불가피하다는 산업적 특성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업계는 과징금 액수도 지나치게 과하다고 보고 있다. 가장 시장이 큰 육계 담합에 대해 공정위는 지난 3월 16개 사업자에 175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육계협회는 "사업자가 10년 동안 발생한 영업이익을 고스란히 내놓더라도 공정위가 처분한 과징금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협회 회원사인 13개 사업자의 2011~2020년 영업이익률은 평균 0.3%에 불과하고,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4개 상장사의 영업이익률은 0.002%에 그친다"고 했다.

일부 업체는 과징금 부담 등으로 폐업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수부와 비교된다"…업계 타격에도 농식품부는 미온적

가금류업계가 도산 위기에 내몰렸지만 주무부처인 농식품부는 한 발 물러서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소관 업무인 만큼 공정위의 주장에 대해 적극적으로 항변해도 부족한 상황이지만 "공정위 심의 결과에 의견서가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는 내부 문제라 알 수 없다"며 "이미 나온 결과에 대응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농식품부가 공정위 심의 전 제출한 정책적 의견서에 대해서도 업계와의 소통은 없었다. 협회는 "업계가 힘들고 어려우니 선처해달라는 수준의 내용이 담겼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육계업계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육계 가격 안정을 위한 수급 조절 등 업계의 요청도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육계협회 관계자는 "농식품부가 가격 안정을 위한 모니터링을 계속하고 있다"면서도 "물량이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업계에서 산업 활성화를 위해 물량, 수급 조절 등을 추가로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진 부분이 별로 없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해운업계 해상운임 담합 여부를 둘러싸고 공정위와 해양수산부가 갈등을 빚은 사건과 비교를 하고 있다. 해수부는 해운협회를 위해 공정위와 날선 비판도 불사했고, 공정위도 업계 의견을 반영해 과징금을 8분의 1수준으로 축소 확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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