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미국 주택시장, 금리 먹구름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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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웠던 미국 주택시장, 금리 먹구름 다가온다

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 2022-03-31 16:01:43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미국 주택시장이 지난 2년간의 가파른 상승세가 끝물에 가까워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이안 셰퍼드슨은 비즈니스인사이더에 "최근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급등은 여전히 활기가 넘치는 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것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인구조사국 등에 따르면 미국의 주택가격은 2020년 2분기 이후 무려 27.4%나 올랐다. 하지만 2021년 말에는 2020년 초 이후 처음으로 가격이 하락했다. 

그러나 수요둔화와 금리상승으로 향후 주택 가격 상승 속도가 크게 둔화할 수 있다고 셰퍼드슨은 지적했다. 연준은 지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2018년 이후 처음으로 금리를 올렸다. 인플레이션이 4년 만에 최고치를 유지함에 따라 2022년에는 몇 차례 더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추세는 주택담보대출 금리 및 기타 소비자 중심의 차입 비용을 계속 상승시킬 수밖에 없다. 

미국 모기지은행협회 구매지수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비용이 이미 상승하기 시작하면서 신규 대출과 대출에 대한 수요는 3개월 연속 감소했다.

셰퍼드슨은 "주택시장은 큰 폭의 저변동 초기 단계에 있으며 이르면 봄부터 집값 상승률이 급격히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지난해 9월 이후 평균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125bp 정도 상승해 중앙값 주택담보대출 월 지급액이 412달러(27%)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이후 축적된 저축에 의존하고 있는 가구에게도 부담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저축이 일회성 증가로는 향후 30년간 주택담보대출 상환액 증가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수요가 크게 감소할 수 있다는 게 셰퍼드슨의 지적이다. 

수요 감소는 주택 공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한 바 있는 셰퍼드슨은 기존주택 판매가 감소하기 시작했고 이는 시장에 주택 공급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몇 달 동안 기존주택 판매 수가 계속해서 줄어들 것이며, 과열된 주택 시장에 필요한 재고를 추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새로운 주택 판매량도 감소하기 시작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공급량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이처럼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 수요 감소, 재고 증가의 조합으로 가격 상승이 억제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셰퍼드슨의 전망과 비슷한 의견을 내놓는 전문가들은 또 있다. 브레인캐피탈의 스콧 브린 채권투자 책임자인 스콧 브린은 올해 말 물가 상승률이 4~8% 안팎으로 하향 조정되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가 집계한 1월 전미 주택가격지수(계절조정)는 연율 19.2% 상승했다고 29일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상승률 및 전문가 예상치(각 18.9%)를 웃도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모기지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지난 2년여 간 주택 구매가 활발하게 이뤄졌으며, 그 결과 현재 시장에 남아 있는 매물이 부족해지면서 가격이 상승한 것이다.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서둘러 주택구매를 하기 위해 나선 수요가 몰린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현재 86만채의 주택이 판매됐다. 이는 작년 12월보다 2.3%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당장 2021년 1월과 비교하면 16.5% 감소한 규모다.

이미 기준금리는 모기지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모기지 금융업체 프레디맥에 따르면, 평균 30년 고정 모기지금리는 지난주 4.4%를 넘어섰다. 이는 불과 1주일 전보다 0.25%p, 연초대비로는 1%포인트 이상 높아진 것이다.

온라인 부동산 업체 리얼터닷컴의 조지 래티우 리서치 매니저는 “모기지금리 상승에 대비해 주택구매자들이 서둘러 집을 구하면서 1월 집값이 지속 상승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에 주택 가격도 올랐다. NAR에 따르면 2월 기존 주택 판매 가격 중간값은 1년 전보다 15% 상승한 35만7300달러(약 4억3300만원)에 달한다. 이는 1월 중간값 35만300달러보다 7000달러나 상승한 것이다. 

다만 이같은 추세가 계속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기업 연구소의 선임 펠로우이자 국제통화기금(IMF)의 전 부소장 데스몬드 라흐만은 최근 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수요가 계속 공급을 앞지르더라도 금리 상승이 주택 가격의 큰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높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현실적으로 구매자가 감당할 수 있는 총 주택 가격을 낮추어 대출자의 구매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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