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發 인플레 공포] 글로벌 금융시장 요동…비트코인 등 위험자산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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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發 인플레 공포] 글로벌 금융시장 요동…비트코인 등 위험자산 급락

윤은숙, 윤주혜 기자 입력 : 2022-02-24 18:18:05
  • 주식·비트코인 털썩…유가·금 고공행진

  • 인플레 부채질하며 가계경제 압박할듯

글로벌 금융시장에 전쟁이라는 폭탄이 투하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하면서 위험자산은 급락을 피하지 못했고,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으로 대피했다. 불안한 모습을 이어가던 국제유가와 곡물·원자재 가격은 가파르게 뛰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4일(이하 현지시간) 새벽 5시 50분께 국영방송 긴급 연설을 통해 24일(이하 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서 군사작전을 벌이겠다고 발표했다. 군사작전 개시를 선언하자마자, 수도 키예프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들은 폭발음에 휩싸였다고 CNN 등 외신은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점령할 의도는 없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전면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우크라이나는 주장하고 있다. 

뉴스가 전해짐과 동시에 아시아 지역의 주요 지수는 빠르게 하향 곡선을 그렸다. 결국 닛케이225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78.79포인트(1.81%) 하락한 2만5970.82로, 토픽스지수도 전 거래일 대비 23.50포인트(1.25%) 내린 1857.58로 장을 마쳤다. 중국증시도 1% 안팎의 낙폭을 나타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3.47포인트(0.96%) 하락한 3457.15로 거래를 끝냈다. 중화권 증시에서 대만 가권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61.18포인트(2.55%) 떨어진 1만7594.55로 마감했다. 홍콩 항셍지수는 항생지수는 758.72포인트(3.21%) 내린 2만 2901.56까지 급락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70.73포인트(2.60%) 하락한 2648.80, 29.12포인트(3.32%) 급락한 848.21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증시의 선물도 급락했다. 24일 영국 시간으로 오전 7시 기준으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과  나스닥 100 선물은 약 2.4%, 3% 하락했다.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나스닥 지수는 결국 약세장(bear market)으로 진입하게 된다. 러시아의 모스크바 거래소는 24일 거래가 2번이나 중단됐다. 재개장 될 때마다 주가가 급락하면서 한때 50% 넘는 하락률을 보였다. 비트코인 가격은 3만5000달러 선이 무너졌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미국 동부시간 오전 1시 22분 기준 3만4969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전일 대비 8% 이상 하락한 수준이다.

전쟁의 공포가 커지면서 미국 국채 등 안전자산 가격은 껑충 뛰어올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으로 지난 주 2%를 넘어섰던 10년물 국채의 수익률은 1.88% 수준으로 떨어졌다. 금은 온스당 1944달러를 넘어서면서 2021년 초 이래로 최고가를 기록했다. 달러와 엔, 유로와 원자재 관련 통화들의 가치는 상승했다. 24일 루블화는 은행간 거래에서 달러대 가치가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원자재 가격 곡선도 크게 움직였다. 우크라이나는 주요 곡물 수출국이고 제재는 원자재 대국인 러시아를 고립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이미 높은 물가 압력과 긴축 통화 정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세계 경제 회복에 대한 새로운 도전을 예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IG마켓의 카일 로드다 애널리스트는 "지금 상황을 완전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시장이 반영할 수 있는 (주식의) 가격이라는 것이 없다"면서 "최악의 상황이라는 것도 악재지만, 향후 결과의 불확실성도 또 다른 악재"라고 지적했다. 

일단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2014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푸틴 대통령의 연설 직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3.3%나 뛰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도 5.9%나 뛰면서 배럴당 97달러를 넘어섰다. 2014년 8월 이래 최고치다. 앞서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본격 침공할 경우 유가가 150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주요 곡물 생산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이 차질을 겪을 것이란 예상에 밀, 대두 등 곡물 가격도 무서운 속도로 올랐다. 밀 선물가격은 장중 4.2% 오른 부셸당 8.8875달러를, 대두 선물 역시 2.5% 오른 부셸당 16.75달러를 기록하며 2012년 이래 최고가를 기록했다. 블룸버그는 "(곡물 가격 상승은) 생산비용을 끌어 올려 파스타에서 초콜릿에 이르기까지 모든 식료품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는 인플레이션으로 이미 경색된 가계 경제를 더욱 옥죌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매달 발표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FFPI)는 지난 1월 135.7를 기록하며, 2011년 이후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상황이다. 
 

 
 

24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내 군사작전을 선포한 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시민들이 지하철역에서 대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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