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금법 한 달 앞으로...존폐 기로 놓인 가상자산업계 '혼란'
Koiners다음 암호화폐

특금법 한 달 앞으로...존폐 기로 놓인 가상자산업계 '혼란'

배근미 기자 입력 : 2021-08-27 08:00:00

[사진=아주경제DB]


가상자산(코인)거래소의 명운을 가를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시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다음달 24일까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미신고된 코인거래소가 영업중단 및 폐업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은행 실명계좌는 물론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등 신고요건을 갖추지 못한 대다수 거래소들과 이용자들은 당분간 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 당국 신청 1곳, ISMS 인증 갖춘 곳도 20여곳 불과…“42곳은 폐업 위기”

금융위원회가 최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가상자산거래소 사업자 신고 준비 중간상황 현황’에 따르면 40여곳의 거래소가 사업자 신고 필수 사항 중 하나인 ISMS 인증을 아직 획득하지 못하거나 아예 신청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ISMS를 획득한 가상자산거래소는 총 21개사다. 고팍스·보라픽스·비둘기지갑·빗썸·아이빗이엑스(IBITEX)·업비트·에이프로빗(APROBIT)·오케이비트(OK-BIT)·지닥(GDAC)·캐셔레스트·코빗·㈜코어닥스·코인빗·코인앤코인·코인원·텐앤텐·포블게이트·프로비트·플라이빗·한빗코·후오빗코리아 등이 ISMS 인증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ISMS 인증은 특금법상 거래소의 필수요건 중 하나다. 이외에도 은행과의 제휴를 통한 실명계좌 확보 등이 이뤄진 거래소만이 당국에 신고를 할 수 있다. 현재 은행 실명계좌 발급을 받은 코인거래소는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4개사에 불과하다. 이 같은 요건을 갖춰 금융당국에 신고한 거래소는 4곳 가운데서도 업계 1위인 업비트가 유일하며, 이 역시 아직 신고 결과가 도출되지 않은 상태다.

반면 가상자산거래소 42곳은 현재까지 ISMS 인증을 획득하지 않고 운영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18곳은 ISMS 인증을 받기 위해 신청한 상태로, 이 중 2곳(브이글로벌, 비트소닉)은 수사당국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나머지 24곳의 가상자산거래소는 ISMS 인증을 신청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통상적으로 ISMS 인증 신청 후 최소 3개월은 있어야 인증을 획득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당 24곳은 사업자 접수 마감일까지 인증 획득을 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도 지난달 "올해 7월부터 인증을 신청한 사업자는 특금법에 따른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기한인 9월 24일 이전에 인증 획득이 어렵다"고 밝혔다.

◆ “준비시간 태부족”…코인거래소, 유예기간 연장 요구 vs 금융당국, 원칙 고수

대다수 거래소들이 특금법 요건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유예기간 종료시한이 다가오면서 업계 전반에 걸쳐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후발주자들은 실명계좌를 확보한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일부 대형 거래소만이 신고서를 제출해 사실상의 독과점 체제가 조성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에 거래소들은 유예기간 연장, 조건부 신고 수리 등을 통해 가상자산거래소의 줄폐업 사태를 막아달라며 잇따라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핀테크학회 회장인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는 지난 19일 열린 '특금법 원포인트 개정방안 포럼'에서 "현재 특금법상 최악의 경우 신고 수리된 거래소가 한 곳도 없을 수 있다"며 "무더기로 신고 수리가 거부되면 막대한 비용과 전문인력을 투입했던 거래소의 1차 피해와 그로 인한 투자자들의 2차 피해가 예상된다"면서 "최악의 상황을 피하려면 특금법 6개월 유예와 원포인트 개정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임요송 가상자산거래소 코어닥스 대표(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장) 역시 "6개월 연장안이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통과가 안 된 상황에서 업계는 사실상 폐업을 앞두고 있다"며 "법과 제도를 지키며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거래소들이 현 상황에서 폐업할 경우 여러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가상자산거래소 최고경영자(CEO)들 역시 서울 강남 프로비트 본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현 특금법이 현실과 다소 괴리가 있다는 점을 거듭 비판하며 특금법 유예기한 연장 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빗썸·지닥·프로비트 등 11개 거래소 대표는 “실명계좌 발급 지연은 금융당국의 보수적 태도에서 야기된 것”이라며 “업계를 블록체인 산업 발전의 파트너로 인식하고 소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야당인 국민의힘에서는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기한을 6개월 늦추는 내용의 특금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윤창현, 조명희, 이영 등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는 △선 신고 후 실명계정 발급 △실명계정을 신고요건이 아닌 금융거래 요건 규정 △암호화폐거래소 전문심사 은행제 도입 △법 개정 및 적용 기간 등을 감안한 신고 유예기간 6개월 연장 등이 담겼다. 다만 특금법 시행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여서 조속한 법 통과로 혼란을 막을 수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금융당국은 이와 관련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지난 25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서에서 “법률에 따라 충분한 신고 기간이 주어졌던 만큼 시장 신뢰를 확보하고 추가 피해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가급적 당초 일정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거래소들이 실명계좌 발급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 대해서도 “은행과 가상자산사업자 간 사적 계약”이라고 선을 그었다.

◆ 거래소 폐업 리스크 피하려면...금융당국 “예치금·코인 사전에 인출하세요”

한편 금융당국은 유예기간이 종료되는 다음달 24일까지 FIU에 신고하지 않은 거래소는 영업중단 및 폐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언급된 것처럼 ISMS 미신청 사업자와 거래하는 이용자의 경우 거래소 폐업과 영업중단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당국은 필요한 경우 미리 예치금과 가상자산을 인출하는 등 이용자들의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당부하고 나섰다. 금융위 측은 “ISMS 미신청 가상자산사업자의 폐업, 영업중단 등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으므로 거래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면서 “만약 예치금이나 가상자산 인출 요청을 거부, 지연하거나 갑작스러운 영업중단 등 사례가 발생할 경우에는 FIU나 금감원, 경찰 등에 즉시 신고해달라”고 강조했다.

또한 FIU에 신고한 거래소에 대해서도 마냥 안심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당국은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를 확보하지 못한 거래소는 원화거래가 중단되고 코인거래 운영만 가능하다”면서 “결국 가상자산 및 금전 간 교환거래는 하지 못하게 되는 만큼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