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유화 칼럼] 디디추싱 사례로 본 해외상장 중국기업의 제도적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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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유화 칼럼] 디디추싱 사례로 본 해외상장 중국기업의 제도적 리스크

안유화 중국증권행정연구원장,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 입력 : 2021-07-29 06:00:00

[사진=안유화 원장]

 최근 미국 증시에 상장한 디디추싱(滴滴出行)을 비롯한 일부 기업이 중국 당국으로부터 국가안보 규정 위반 혐의로 '인터넷 안보 심사'를 받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해외상장 중국기업들의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전 세계 투자가들도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디디추싱의 사례를 중심으로 중국정부의 규제배경이 무엇인지, 앞으로 이들 중국기업들의 제도적 리스크와 향후 전망을 살펴보자.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에 대한 규제조치

미국의 우버 차량 시스템과 유사한 디디추싱은 중국 VTC (인터넷 예약 차량시장)에서 지배적 기업이다. 지난 7월 2일, 중국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国家网信办)은 디디추싱에게 사이버보안심사법에 따른 사이버보안 위험확대에 대비하라고 통보했다. 동시에 당국의 인터넷 보안 심사기간 동안 디디추싱의 신규 회원가입을 중지시켰다. 이 조치는 디디추싱이 6월 30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해 44억 달러를 조달한 직후에 내려졌다.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7월 4일 디디추싱 앱이 개인정보 수집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신고됐다고 밝혔다. 이에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중화인민공화국 인터넷보안법(中华人民共和国网络安全法)》의 관련 규정에 근거하여 ‘디디추싱 App’를 앱스토어에서 제거할 것을 통지하고, 디디추싱과학기술유한회사가 앞으로  문제점들을 진지하게 수정하고, 많은 이용자들의 개인정보 보안을 확실히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지난 7월 6일 뉴욕증시에서 디디추싱 주가는 전장보다 19.6% 떨어진 주당 12.49달러에 거래를 마쳐 공모가인 14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다

7월 9일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개인 정보 수집 및 사용에 관한 심각한 법률 및 규정 위반으로 디디트래블(Didi Travel) 앱뿐만 아니라 디디추싱에 속한 '디디엔터프라이즈' 등 25개 관련 앱도 전체 다운로드 플랫폼에서 제거하도록 명령하였다. 이들 앱들은 히치하이킹(顺风车) 차량공유, 대리운전, 우버, 금융, 화물, 유통, 대중교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펼쳐져 있다. 지난 7월 16일에는 공안부·국가안전부·자연자원부·교통운수부·세무총국·시장감독총국 등 7개 관련부서와 공동으로 디디추싱에 대한 합동 사이버안전심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 소식에 영향을 받아 미국에서 디디추싱 주가는 개장 전부터 급락하여 거의 9%나 폭락했고 시가총액은 거의 100억 달러 넘게 증발했다.

역사적, 제도적 관점에서 본 제재의 배경 

중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중국 규제기관의 현재 관행은 역사적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우선 중국 정부는 수년 동안 중국 기업의 미국 상장에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디디추싱(Didi), 트럭갱(Truck Gang), 보스(BOSS) 등 미국 상장 중국 기업 대부분은 기술 기반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정보 인프라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구축, 주권 또는 이념 건설과 관련, 외국인 투자자들이 중국시장에서 진입할 수 없는 영역이다. 따라서 관련 기업들은 케이맨 또는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소위 "가변 이익 법인"(VIE)을 등록했다. 중국의 감독을 우회하기 위해 복잡한 기업 조직구조를 사용하여 관련 규정, 즉 "인터넷 부가 가치 서비스"에 관한 외국인투자자 투자금지 조항을 우회했다. 케이만 같은 조세피난처에 개설된 모회사는 지주회사일 뿐이다. 이 모회사는 홍콩에 또 다른 외국인 독자회사를 설립해 중국 본토에서 실제 이익창출 사업을 하는 중국 자회사와 일련의 계약을 체결하고 지분·업무경영·컨설팅·서비스 관계 등 기업의 소유권과 경영에 관한 중대한 사항을 계약으로 통제한다. 케이만이나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등록된 모기업은 결국 중국 내 자회사와 주주들을 통제해 외국에 있는 모기업이 원하는 방식으로 기업을 경영하고 이익을 분배·이전할 수 있게 된다.

지난 10여 년 동안 거의 모든 해외에 상장한 중국 회사는 이런 방법을 통해 중국 정부가 외국 자본에 대한 통제를 합법적으로 피해왔다. 중국 정부로서는 눈엣가시다. 해외상장 중국기업의 이런 우회상장 관행으로 인해 실제로 중국 정부의 통신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금지는 사실상 효과가 없게 되었다. 중국정부가 현재 디디추싱에 대해 엄격한 심사를 벌이고 있는 것은 사실상 전자정보기업이기 때문이다.

美 상장 중국 기업 머리 위에 메달린 ‘다모클레스(Damocles)의 검’

사실 오랫동안 베이징은 자국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장려해왔다. 이들 회사 중 상당수는 규모를 키우기 위해 미국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중국정부는 자국기업이 미국에 상장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데 그 중요한 원인은 바로 사실상 오늘날 미국에 상장된 모든 중국기업은 미국의 감독규제 요구사항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 10년 동안 워싱턴과 중국은 미국에 상장된 중국기업의 감사를 누가 감독할 권한이 있는지에 대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중국 규정에 따르면 중국 투자 기업의 감사인은 미국 상장기업 회계감독위원회(PCAOB, American Public Company Accounting Supervision Committee)의 감독을 받을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이는 미국증권감독위원회가 모든 미국 상장기업에 대한 기본적인 요구사항 중 하나이다. 따라서 중국은  PCAOB가 직원을 파견하여 중국기업에 대해 감사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차이나 텔레콤(China Telecom)에 대한 기업 감사 서비스를 위해 직원을 중국으로 파견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현재 중국과 미국의 태도는 " 차이를 유보하면서 공동의 이익을 찾아가자(구동존이, 求同存異)"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미국에 상장된 모든 중국기업에게 공포심을 주는 '다모클레스의 검'이기도 하다. 칼이 떨어질 때는 미국에 상장된 모든 중국기업이 강제로 폐지당할 위험에 처하게 된다.  이런 미국 규제사항의 불확실성 리스크에 대한 우려는 중국 당국이 고려하는 부분이다.

다른 한편으로 중국 정부는 워싱턴과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디지털 빅테크 기업의 핵심 데이터가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과학기술 수준이 높은 자국 빅테크기업의 해외 상장조건을 조여 사이버 보안에 만전을 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유럽 규제당국과 마찬가지로 중국 당국도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대량의 사용자정보를 수집해 시장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점할 능력이 있는 플랫폼기업을 통제하기를 원한다. 이러한 조치는 중국 정부가 개인 데이터 보호를 중시한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보여주는 수단이다. 올해 초 중국이 발표한 제14차 5개년 계획에서 "법규에 따라 인터넷 플랫폼에 대한 경제 감독을 강화하고 플랫폼 기업의 포지셔닝과 감독규칙을 명확히 하며 독점 인정 법적규범을 보완하고 독점과 부정당 경쟁행위를 단속한다"는 문구가 명확하게 명시되어 있는 것이 그 정책 근거가 된다.

앞으로 규제방향은

그동안 중국에서 알리바바, 텐센트 등 인터넷 관련 플랫폼회사들이 급격한 성장한 이유는 중국의 데이터 관련 입법이 상대적으로 느슨한 데다 외국 경쟁자들을 국내에서 차단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몇 달 사이 중국 정부의 태도는 더욱 강경해졌고, 그동안 용인됐던 기존 관행을 '시정하라'며 국가안전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가장 역점을 두어 집중적으로 추진하는 분야는 규범제도 강화와 표준 구축이다. 조만간 관계부처 합동으로 '모바일 인터넷 어플리케이션에서의 개인정보 보호 관리에 관한 잠정 규정(移动互联网应用程序个人信息保护的管理暂行规定)'을 공동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표준 및 규범의 테스트를 한층 더 보완해 견고한 관리 기반과 거버넌스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다음 '서비스 인식 개선(服务感知提升)' 행동을 실시하는 것이다. 특히 사용자 인식이 좋지 않거나 체험이 좋지 않은 앱을 선별하고 사용자 신고 및 불만이 많은 앱을 집중적으로 서비스 인식 개선 및 품질 향상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앱은 대중들의 생활과 학습 및 업무의 중요한 매개체이다. 따라서 특별한 제도강화 조치를 수행하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한 상시적인 관리감독에 기반하여 제도정비과정에 나타난 문제를 검토하여 주요 문제와 중점 기업에 대해 장부기록과 책임리스트 제도를 구축하는 것이다. 특히 국민들의 관심이 비교적 큰 문제, 예를 들어 통신록, 사용자 위치정보 권한 등 개인정보를 호출하는 것은 사용자가 서비스를 사용하는 데 필수적이지 않고 정보수집의 최소 필요원칙에 부합되지 않기 때문에 처벌을 강화하려고 한다. 개선이 제대로 되지 않고 실천 효과가 미흡할 경우 해당기업을 신용관리 리스트에 포함시키고 있다. 한 마디로 안전하고 깨끗한 네트워크 환경에서 각종 앱을 사용하여 국민들의 생활, 학습, 업무 각 분야의 수요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취지이다.

앞으로 당장 중국기업들이 더는 미국 증시에 상장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디디추싱 등 25개 관련앱이 앱스토어에서 제거된 뒤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헬스 앱 키프(Keep), 최대 팟캐스트 플랫폼 히말라야(Himalaya), 의료 데이터 회사인 제로크립톤 (Zerokrypton)이 미국 IPO 계획을 취소했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 7월 6일 밤 공동으로 '증권 위법 활동을 엄격히 타격하는 데 관한 의견'을 발표했다. 이 지침에서 향후 국무원이 해외에서 주식을 발행해 상장하는 것에 관한 특별 규정을 마련할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자국 기관의 감독 책임을 확실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해외에 등록한 중국기업들이 미국 등 해외 증시에 상장하기 전 당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명문 규정은 없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중국기업의 해외 상장 요건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7월 10일 '100만명 이상의 개인정보를 보유한 사업자는 해외 상장시 반드시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으로 '인터넷 보안 심사방법(网络安全审查办法)'을 개정, 사회공개 의견을 구하고 있다.


안유화 필자 주요 이력
▷중국 지린성 옌지시 출생 ▷고려대학교 경영학 박사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전문위원 ▷전 외교부 경제분과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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