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거래소 생존 경쟁]특금법 시행 앞두고 셀프 규제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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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거래소 생존 경쟁]특금법 시행 앞두고 셀프 규제 본격화

이봄 기자 입력 : 2021-07-16 08:00:0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 따른 가상자산(가상화폐) 사업자 신고 기한을 앞두고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서둘러 셀프규제 강화에 나섰다. 은행연합회의 거래소 평가 가이드라인 공개에 따라 필수요건 점검항목에 대한 이행 현황과 개선안을 적극 오픈해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고위험 코인 거래 많은 거래소는 '감점'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최근 '가상자산 사업자 자금세탁위험 평가방안'을 공개했다. 은행들이 가상화폐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발급할지 등을 평가할 때 기준이 되는 가이드라인이다.

연합회의 ‘평가방안’은 은행의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자금세탁위험 평가업무를 △필수요건 점검 △고유위험 평가 △통제위험 평가 △위험등급 산정 △거래여부 결정 등의 단계로 구분된다.

필수요건 점검에서는 법률 및 은행의 자금세탁방지 정책 등에 따라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항목을 예시·설명하고 있다. 여기에는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 획득 여부, 예치금·고유재산 및 고객별 거래내역 구분·관리 여부, 외부해킹 발생이력 등이 해당한다.

고유위험 평가에서는 고위험 국적 고객 가상화폐 거래가 많을수록 위험을 가중하는 국가별 가상화폐 거래량, 고위험 국적 고객이 많으면 위험도가 높아지는 국가별 고객 수, 국내 가상화폐 공시 전문 플랫폼 쟁글을 활용해 신용도가 낮은 가상화폐를 취급할수록 위험을 가중하는 가상화폐 신용도, 거래가능한 가상화폐가 많을수록 위험도를 높이는 취급 가상화폐 수를 제시했다.

쟁글은 비트코인의 경우 위험도는 가장 낮고 신용도는 가장 높은 AA+등급으로 매기고 있으며 이더리움은 AA로, 위험도는 두 번째로 낮고 신용은 두 번째로 높은 가상화폐로 매기고 있다. 이외에도 고위험 코인 거래량, 고위험 업종 고객이 많으면 위험이 가중되는 고위험 업종 고객 수, 회사의 건전성 지표인 자기자본비율도 포함됐다.

통제위험 평가에서는 준법감시(AML) 내부통제 수준, 내부감사체계 구축 여부, 고객확인 충실도, 전사위험평가 수행 여부 등을 꼽았다. 구체적으로는 자금세탁방지 관련 법령에 따른 관련 규정이나 지침이 있는지, AML 관련 협의체는 구성돼 있는지, AML보고 책임자는 자금세탁방지 관련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하는 식이다.

가이드라인은 고유위험과 통제위험 평가를 종합해 위험등급을 산정한 후, 거래여부를 결정하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당초 은행연합회는 가이드라인 미공개 원칙을 유지해왔다. 연합회의 ‘평가방안’ 공개 시 은행의 ‘업무기준’과 다른 점이 존재해 혼선 및 이의제기 등이 발생하고, 가상자산 사업자의 회피·우회대응으로 인해 ‘업무기준’의 실효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평가방안의 일부 내용이 알려지면서 잘못된 추측과 오해 등이 증폭되고 시장의 혼란이 발생함에 따라 주요내용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가이드라인 공개에 바빠진 거래소들
은행연합회에 가상자산 사업자 자금세탁위험 평가방안 공개 이후 거래소들은 일제히 필수요건 점검항목에 대한 이행 현황을 공개하고 나섰다.

가상화폐 거래소 프로비트는 가상화폐 상장과 폐지 과정에 신뢰도를 높이고자 상장위원회에 외부 전문가를 영입했다.이번에 합류한 전문가는 △이강욱 KNK특허법률사무소 국내외 지식재산업무 담당 대표 변리사 △박혁재 큐레잇 대표 △김성욱 아레스조이 대표 등 총 3인이다. 프로비트 상장위원회는 외부 전문 위원 3인을 포함해 내부 사업개발, 준법감시, IT 담당 임직원 3인 등 총 6인으로 구성된다. 상장위원회는 신규 가상자산의 상장은 물론 이미 상장된 가상자산의 상장폐지 여부에 대한 심의 및 의결을 진행한다. 가상자산의 최종 상장 여부는 구성원들의 재적 과반수 출석 및 출석 인원의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

플라이빗도 최근 금융권 출신 AML 전문가를 영입했다. 플라이빗 자금세탁방지(AML) 리스크 관리 책임자로 선임된 설기환 상무는 지난 1992년부터 올해 1월까지 KB국민은행에서 AML 업무 전반에 걸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자금세탁방지 부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금융정보분석원 AML·CFT 정책자문위원회 자문위원, 한국 자금세탁방지학회 자문위원장, 한국금융연수원, 보험연수원 및 성균관대학교 등 자금세탁방지 업무 관련 내부통제 강사로 다방면에 활동 중이며 관련 분야의 실무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자금세탁방지 전문가다. 이외에도 플라이빗은 고객센터 운영시간도 24시간으로 확대 적용키로 했다.

또 다른 거래소인 코인원은 국내 주요 거래소 중 유일하게 설립 이래 단 한 번도 다크코인을 상장한 바 없다고 밝혔다. 송금주소까지 모두 익명화 할 수 있어 일명 프라이버시 코인이라 불리는 다크코인을, 코인원은 사업 초기부터 자금세탁에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 상장을 진행하지 않았다. 외부 해킹 역시 설립 이후 0건을 기록 중이다.

빗썸도 국내 휴대폰을 통한 본인 인증이 어려운 해외 거주 외국인의 회원가입을 제한하는 등 관련 규제 강화에 나섰다. 빗썸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추가로 지정한 필리핀, 몰타 등 AML 미이행·비협조 국가 4개국 거주자에 대한 거래도 차단했다.
 
◆실명계좌 확보 필수인데…꽁꽁 닫힌 은행권
거래소들의 자체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특금법이 시행되면 중소형 거래소를 중심으로 줄폐업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거래소의 ‘가상자산 사업자 자금세탁위험 평가방안’ 가이드라인 준수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이 실명계좌 제휴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서다.

특금법에 따라 거래소가 사업자로 신고하기 위해서는 시중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발급받아야 하지만, 기존 제휴를 맺고 있는 거래소 외에 새로 실명계좌를 확보한 곳은 전무하다.

현재 은행들은 제휴한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자금세탁 등의 금융사고 문제가 발생하면 은행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은행들은 금융당국에 실명계좌 발급을 위한 실사·검증 과정에서 은행의 과실이 없다면 책임을 묻지 않는 면책기준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금융당국은 검증과 사고 책임을 덜어주지 않겠다는 뜻을 재차 분명히 했다. 아직까지 실명계좌 자체를 확보하지 못한 거래소는 물론 현재 은행과 실명계좌를 맺고 있는 4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의 제휴 연장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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