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이 싫어하는 물적분할, 기업은 왜 선택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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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들이 싫어하는 물적분할, 기업은 왜 선택하나

윤지은 기자 입력 : 2021-04-15 08:00:00

[하이브 신사옥 시안]

 
최근 기업분할 방식으로 '물적분할'을 택하는 경우가 많아지며, 그 배경에도 의문이 쌓인다. '물적분할은 기존 주주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인식이 공공연해, 물적분할이란 네 글자만 나오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주주가 적지 않아서다. 

물적분할은 기존 회사가 신설법인의 지분 100%를 갖게 되는 방식이다. 반면 인적분할은 기존 회사의 주주가 지분율 비례 배분 방식으로 신설법인의 주주가 되는 형태다.
 
기업 입장에서 물적분할은 지배력을 강화할 기회로 작용한다. 기존 기업이 분리되는 법인의 지분 전체를 보유하게 되는 구조여서다. 인적분할을 결정하면 해야 하는 '지분 나눠먹기'가 불필요하다. 

기존 기업 홀로 신설법인을 소유하게 돼, 의사결정 과정도 한결 신속해진다. 이사회나 주주총회 등 절차를 생략하다시피 할 수 있다. 추후 일부 지분을 매각해 외부 자금을 유치하기도 수월하다. 

기업 입장과 일반 투자자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소액 주주들은 핵심 사업부문이 떨어져 나가면 경쟁력이 하락, 주가도 내리막을 걸을 거란 우려를 토로한다. 

지난 1일 음반·레이블 부문을 물적분할, '빅히트뮤직'을 신설하겠다고 공시한 하이브(빅히트)는 그날 종가 기준으로 전 거래일 대비 1.65%(4000원) 내린 23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후 "빅히트뮤직의 상장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전했지만, 하루아침에 알짜 사업부문을 잃게 된 주주들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지난 14일 하이브는 전일보다 6.73%(1만7000원) 하락한 23만5500원에 장을 마쳤다. 

앞서 지난해 10월 배터리 부문 물적분할을 단행한 LG화학도 비슷한 전철을 밟았다. 물적분할 소식이 전해진 지난해 9월 17일 LG화학은 종가 기준 전 거래일 대비 6.11%(4만2000원) 빠진 64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같은 이유로 분할방식을 저울질하다 인적분할을 선택하는 기업도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14일 지배구조 개편안을 공개, 인공지능(AI) & 디지털인프라(Digital Infra) 컴퍼니와 CT 투자전문회사를 인적분할한다고 발표했다. 분할비율은 자산기준으로 기존법인 6, 신설법인 4로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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