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美 금융가 관심에 반등한 비트코인··· 튤립에서 화폐로 거듭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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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돋보기] 美 금융가 관심에 반등한 비트코인··· 튤립에서 화폐로 거듭날까

정석준 기자 입력 : 2021-03-02 11:27:33
  • 하락세 겪던 비트코인, 하루 만에 9% 이상 급등···5500만원 돌파

  • 美 금융가, 비트코인에 대해 인식 변해···화폐 인정 가능성 주목

  • 암호화폐 투자 열풍, 과거 폭락장과 다르나 변동성 조심해야

내리막길을 걷던 암호화폐 ‘비트코인’ 시세가 다시 반등 중이다. 미국 금융가가 비트코인에 대해 긍정적인 분위기를 보인 것에 따른 시장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미국 암호화폐 거래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2일 오전 10시 3분 기준(한국 시간)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9.12% 오른 개당 4만9393만 달러(약 55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달 들어 비트코인은 개당 5만7824달러(약 6500만원)로 역대 최고 가격을 기록했지만, 일주일 만에 개당 4만3664달러(약 4900만원)까지 떨어진 바 있다.

최근까지 미국 주요 금융기관들은 비트코인을 17세기 튤립과 같다고 여겨왔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했다가 급락을 겪었던 튤립은 경제 버블 현상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최근 투자 열풍으로 인해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자 많은 미국 금융기관이 비트코인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비트코인, 화폐 인정 가능성..." 미국 금융가는 암호화폐 시대 준비

[그래픽=우한재 기자, whj@ajunews.com]


미국 경제 전문 매체 CNBC에 따르면 1일(현지시간) 미국 3대 은행 중 하나인 시티그룹은 보고서를 내고 “비트코인이 티핑 포인트(변곡점)에 있다. 테슬라, 페이팔 같은 회사나 중앙은행이 자체적으로 암호화폐 발행을 고려하면서 언젠가 국제무역을 위한 통화가 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어 “위험 부담이 있는 비트코인 미래는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기관 투자자가 암호화폐 투자에 나서는 것은 신뢰감을 불러온다. 통화와 투기 전환점에서 균형이 유지되는 중이므로 단기간 내 발전이 입증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암호화폐 관련 거래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골드만삭스는 암호화폐 거래를 위해 관련 펀드를 조사 중이며, 암호화폐 자산을 보관하는 방법을 연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은 1일 “골드만삭스가 암호화폐 트레이딩 데스크 운영을 재개하고 다음 주부터 비트코인 선물 거래나 파생 상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골드만삭스는 2018년부터 암호화폐 거래 관련 상품들을 준비해왔지만, 비트코인 시세가 폭락하자 발을 뺀 바 있다. 골드만삭스가 다시 암호화폐 거래를 준비하는 이유를 두고 로이터는 “최근 비트코인이 정부와 중앙은행의 경기 부양책에서 투자자와 기관에 인플레이션에 대한 헤지(위험회피) 수단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은행 BNY 멜론은 지난달 고객들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이전할 수 있는 보관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JP모건도 "비트코인(의 가능성)을 진지하게 검토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도 최근 1500억 달러(167조8650억원)의 투자 계획에 비트코인 포트폴리오를 추가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
 
과거와 다른 암호화폐 열풍, '변동성' 조심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업계에 따르면 이미 많은 기업이 암호화폐 투자 열풍에 편승해 암호화폐를 수익 창출 수단으로 사용 중이다. 미국 소프트웨어 업체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비트코인 보유량을 40억 달러(약 4조4700억원) 이상으로 늘리며 암호화폐를 가장 많이 가진 기업으로 등극했다. 온라인 결제업체 스퀘어도 1억7000만 달러(약 1900억원)에 달하는 비트코인을 보유 중이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최고경영자가 비트코인 투자를 주도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본인 SNS를 통해 비트코인을 극찬한 후 지난달 8일 테슬라 명의로 15억 달러(약 1조6800억원)어치 비트코인을 구매하기도 했다. 이에 당일 비트코인 시세는 17% 이상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암호화폐 열풍을 두고 2017년 말에서 2018년 초 사이에 일어난 비트코인 폭락 사태와는 다르지만, 장애물은 여전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2017년 초 개당 900달러(약 100만원)선을 유지했던 비트코인은 1년 만에 개당 2만 달러(약 2200만원)로 급등했다가 80% 이상 가격 폭락을 겪어야만 했다.

자산운용사 스카이브릿지캐피털을 창립한 앤서니 스카라무치는 지난달 CNBC를 통해 "비트코인이 연말 개당 10만 달러(약 1억1200만원)에 달할 전망이지만, 변동성이 큰 만큼 개인투자자는 조심해야 한다. 2017년 폭락 사태를 기억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시티그룹은 비트코인 발전에 대한 장애물로 자본 효율성, 보험, 보안, 채굴 등에 대한 문제를 꼽았다. 실제로 암호화폐 관련 매체 디지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비트코인 채굴로 인한 연간 탄소 배출량은 뉴질랜드 내 탄소 배출량보다 많다. 또한 시티그룹은 "암호화폐 결제에 따른 보안 문제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세르게이 나자로브 체인링크 최고경영자(CEO)는 1일 포브스를 통해 "비트코인 가격 변동은 시장의 위험과 관련이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6개월 동안 비트코인 전체 가격 곡선은 시장과 관계없이 움직였다”고 주장했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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