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취임] "전대미문 위기 넘자"…'루스벨트식 100일 속도전' 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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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취임] "전대미문 위기 넘자"…'루스벨트식 100일 속도전' 나오나

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 2021-01-21 15:02:38
  • 코로나19 등 대형 위기 겹겹이

“링컨은 남북전쟁을, 윌슨은 스페인 독감을, 루스벨트는 대공황을 극복해야 했다. 케네디는 냉전을, 존슨은 사회·인종적 불안에 맞서야 했다. 바이든은 앞의 모든 문제를 모두 떠안고 임기를 시작하고 있다." 

20일(이하 현지시간)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제46대 미국 대통령직에 올랐다. 세번의 도전 끝에 입성한 백악관이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마주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오바마 행정부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을 맡았던 람 이매뉴얼 전 시카고 시장이 지적한 것처럼 엄청난 위기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의회전문매체 더 힐은 이날 "바이든 정부는 취임 초기부터 대규모의 행정명령과 법안들을 통해 빠르게 과제를 해결해 나갈 계획"이라면서 "현재 마주하고 있는 위기의 규모와 해결 방법의 한계를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첫날부터 행정명령을 17개나 쏟아냈다. 

백악관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바이든-해리스 행정부의 당면 국정과제'를 △코로나19 △기후변화 △인종 형평성 △경제 △보건 △이민 △글로벌 지위 회복 등 7개 항목으로 명시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가족을 위해 과감한 조치와 즉각적 구제책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5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계획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회견에서 취임 후 100일까지 1억명에게 백신을 접종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취임 뒤 100일 1억명 백신 접종"··· 감염병 통제에 전력 다할 것   

바이든 행정부의 속도전은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100일 계획'과도 비견된다. 대공황 속에 취임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의회에 100일간의 특별회기를 요청했다. 실업률이 20%를 넘어서고 전국의 공장과 은행들이 문을 닫는 역사상 최악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였다.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첫 100일 안에 필요한 모든 법안을 통과시키는 방식으로 위기 해결에 나섰다. 

당시 의회 역시 민주당이 다수당이었다. 하원은 민주 313석, 공화 117석, 상원은 민주 58석, 공화 37석으로 법안의 의회 통과는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루스벨트 대통령의 100일 계획은 이후 미국 대통령들이 취임 초기 계획을 발표할 때 일종의 표본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특히 위기 속에서 임기를 시작하는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속도전이 더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100일 동안 이뤄낼 과제들을 설정했다. 일단 코로나19 통제를 위해 1억회 분의 백신을 배포하는 것이다. 또 팬데믹 대응을 위한 마스크 쓰기 의무화에 나선다.  

바이든 대통령이 당면한 가장 큰 과제는 '코로나19 통제'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매뉴얼 전 비서실장은 “바이든 정부의 첫째, 둘째, 셋째 과제도 모두 코로나19 통제다. 만약 이것을 통제하지 못하면, 어떤 진전도 이뤄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정부도 이를 명확히 알고 있다. 다만, 단기간 해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론 클레인 백악관 비서실장은 “만약 100일 내에 1억명에게 백신 접종을 한다면, 코로나19 상황에서 진전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는 광범위하게 통제 불능의 상황이 됐다. 통제에는 100일이 넘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누적 확진자는 2400만명을 넘어섰으며, 사망자만도 40만명 이상이다. 

◆복합적 위기··· "의회 역할 어느 때보다도 중요" 

바이든 행정부가 맞닥뜨린 위기는 복합적이다. 코로나19, 경제회복, 국내 갈등, 기후변화 등 바이든 정부가 마주한 위기 중 어느 것 하나도 쉬운 것은 없다. 더 힐은 "바이든 정부가 맞닥뜨린 위기 중 하나만 와도 웬만한 정부는 흔들릴 수 있다"면서 "이런 위기들이 동시다발로 터진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100일은 반세기에 걸친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인생 마지막 장에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들 모두 단기적 해결은 힘들다. 론 클레인 백악관 비서실장은 앞서 더 힐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 모든 문제들을 첫 100일 동안 모두 공략할 것이다. 그러나 100일 뒤에도 우리는 여전히 코로나19, 경제문제, 기후변화, 인종차별 문제를 안고 있을 것"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에게 이런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고 긴박하게 해결해야 하는 문제인지를 제대로 알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 같은 문제들을 장기적 관점이 아닌 100일 내에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속도전과 비교하고는 있지만, 바이든 정부가 처한 정치적 지형은 당시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 지금 민주당은 미세한 격차로 공화당을 앞서는 다수당이기 때문이다. 특히 상원은 50대50의 동수를 유지하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상원의장 캐스팅보트를 동원해야 하는 형편이다. 루스벨트 전 대통령과 같은 신속한 대처는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보스턴 컬리지의 정치과학자이며, 루스벨트 전 대통령 전기 작가이기도 한 패트릭 매니는 “(루스벨트의 100일 계획은) 대통령과 의회 사이의 긴밀한 협력 속에서 이뤄진 것들이다. 남북전쟁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아 당시 의회는 적극적으로 대응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지금은  대통령이 나서 어젠다를 끌고 나가야 한다. 지금 의회는 오히려 19세기보다 제 기능을 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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