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소환한 부유세] ①"부자들 세금 더 내라"...세계 각국 논의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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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소환한 부유세] ①"부자들 세금 더 내라"...세계 각국 논의 활발

조아라 기자 입력 : 2021-01-15 07:34:57
  • K자형 경제회복으로 빈부격차 심화..."부자에게 세금을"

  • 중남미·미국·유럽 주요국 중심으로 부유세 논의 속도내

'부유세(wealth tax)' 논의가 전 세계적으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1년 이상 지속하면서 세계 각국 정부 재정이 악화한 데다 부의 양극화까지 심해졌기 때문이다.

부유세가 기존 세금과 다른 건 가계의 순자산을 기준으로 삼는다는 점이다. 순자산에는 부자들이 보유한 주택, 토지, 주식, 채권, 미술품, 요트 등이 모두 포함된다. 돈을 버는 수단이 된 모든 자산이 과세 대상이 되는 셈이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K자형 경제회복으로 빈부격차 심화..."부자에게 세금을"
전 세계적으로 부유세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경제 충격 때문이라고 최근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팬데믹으로 고꾸라졌던 각국 경제가 K자형 경제회복으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K자형 회복은 임금과 교육 수준, 인종 등에 따라 집단 사이의 격차가 벌어지면서 양극화가 심해지는 회복 형태를 의미한다. 이 격차를 좁히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부유세가 검토되고 있는 것이다.

또 팬데믹으로 경제가 위축되면서 정부의 세수 확보에 비상이 걸린 것도 원인이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 사태로 멈춰선 경제를 살리기 위해 곳간을 열어 경기를 부양해왔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가 1년 넘게 지속하자 잘 버텨오던 국가 경제가 어려움에 직면한 것. 이에 따라 부자들에게 세금을 걷어 쪼그라든 정부 재정을 메꾸는 데 쓰자는 주장이 수면 위로 떠 오른 것이다.

데이비드 고메스 인디애나대학 법학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부와 소득에 대한 불평등 인식이 늘고 있다"며 "지금의 세금 제도가 이런 문제(빈부격차)를 해결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남미·미국·유럽 주요국 중심으로 부유세 논의 속도내
가장 먼저 부유세의 방아쇠를 당긴 건 중남미다.

아르헨티나 의회는 지난해 말 2억 페소(약 26억원)가 넘는 재산에 일회성 부유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전체 납세자의 0.8%인 1만2000명이 일명 '백만장자세(millionaire tax)'라고 부르는 부유세를 내야 한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이를 통해 모두 3000억 페소의 재정을 마련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쓴다는 계획이다. 캘리포니아의 카를로스 캐세리오 상원의원은 "부자들의 독특하고 일회적인 기여를 통해 수천 명의 사망자와 황폐해진 경제를 만든 팬데믹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볼리비아에서도 지난해 말 대선에 출범한 진보당인 사회주의 운동(MAS)의 루이스 아르세 후보가 부유세 도입을 약속한 뒤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그가 압도적 득표로 당선되면서 고소득층 대상 부유세 도입이 현실화하고 있다. 아울러 칠레와 페루 등에서도 부유세 도입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주요국 등 선진국들도 부유세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미국은 세계 억만장자가 대거 거주하는 캘리포니아와 워싱턴에서는 이미 부유세 도입 관련 논의가 시작됐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국에서도 부유세가 도마 위에 올랐다. 영국 경제학자들이 세금정책을 연구하기 위해 설립한 '부유세위원회'는 세입 충당책으로 부유세 도입을 제안했다. 여기에는 자산 50만 파운드(약 7억4000만원) 이상을 보유한 사람들에게 5년 동안 재산의 1%를 세금으로 걷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영국은 올해 4500억 파운드(약 666조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심각한 재정적자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래프=블룸버그 캡처]


앞서 유럽 선진국은 부유세를 도입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아 폐지한 이력이 있다. 프랑스에선 부유세를 피하려는 고소득 금융인들의 엑소더스(대탈출)가 일어났다. 부유세는 결국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고 사회적 갈등을 초래한다는 비판 속에 위헌 판결을 받아 도입한 지 2년도 안 돼 폐지됐다. 프랑스뿐 아니라 독일, 스웨덴, 네덜란드 등도 부유세를 도입했다가 비슷한 이유로 폐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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