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하재우 트루테크 대표 "공매도 문제 핵심은 신뢰··· 전산화 거래 도입해야"
Koiners다음 기업

[아주초대석] 하재우 트루테크 대표 "공매도 문제 핵심은 신뢰··· 전산화 거래 도입해야"

안준호 기자 입력 : 2020-12-31 05:00:00

하재우 트루테크놀로지스 대표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없는 것(空)을 판다(賣渡). 공매도는 오랜 기간 한국 자본시장의 '뜨거운 감자'였다. 가격이 하락해야 수익을 얻는 속성 탓에 찬반 양론이 첨예하게 갈린다. 다만 양쪽 모두 동의하는 지점도 있다. 한국의 공매도 시장이 주요 선진국보다 여러 측면에서 뒤처져 있다는 것이다. 특히 수기 방식의 거래 행태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빈번하게 나왔다.

현행법은 미리 빌려온 주식을 매도하는 차입 공매도(커버드 쇼트셀링·covered short selling)만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매도 이전에 주식을 빌리는 대차(대주) 거래가 필수적이다. 현재 개인 투자자들을 제외한 공매도 시장 참가자들은 장외에서 주식을 주고받는 대차 거래를 진행한다. 문제는 이 방식이 별도 시스템 없이 전화나 메신저를 통해 이뤄지며, 차입 내역도 사람의 손으로 직접 입력된다는 것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수기 방식의 대차 거래가 불법 무차입 공매도(네이키드 쇼트셀링·naked short selling)를 유발하고, 시장 투명성도 떨어뜨린다고 반발하고 있다. 30일 만난 하재우 트루테크놀로지스(트루테크) 대표는 이 같은 지적에 동감하며 공매도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산화된 거래 방식이 도입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하 대표는 2019년 트루테크를 차린 뒤 지난 10월 국내 최초로 전산화된 대차 거래 시스템을 출시했다.

-공매도가 개인 투자자들의 비판에 시달리는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지난 몇 년간 공매도 관련 사건 사고가 이어지면서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 '없는 것을 만들어 파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겼다고 본다. 업계의 공매도 거래는 오랜 기간 관행적으로 이루어져 왔는데 이 부분을 더 이상 신뢰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과거 공매도 트레이더로 일하면서 의도적인 불법 무차입 공매도를 본 적은 없다. 다만 이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하며 이를 떨쳐내기 위해서라도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개인 투자자들의 신뢰는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공매도의 전제인 대차 거래 계약을 투명하게 개선해야 한다. 어떤 주식을 얼마나 차입했는지 명확한 증빙 내역을 생성하고, 이를 통해 거래 추적이 가능하지 않다면 신뢰가 생기지 않는다. 주식을 빌리는 차입 계약이 공매도 주문 전에 이뤄졌다는 확신을 줄 수 있을 때에 비로소 신뢰가 생기고, 기관도 '없는 주식을 팔았다'는 의구심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공매도 시장 참가자들의 입장에선 '왜 우릴 믿지 못할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시선에서 보면 시스템 개선이 없이는 계속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해외 주요국의 경우 공매도 시장이 더 크다. 이들 국가에서는 공매도에 대한 신뢰 문제가 없나.

"적어도 시스템에 대한 신뢰 문제는 없다고 본다. 대차 거래를 하는 해외 기관들은 대부분 태생이 투자은행(IB)으로, 다수 국가를 대상으로 수많은 거래를 진행하기 때문에 전산화된 방식이 아니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수기 방식은 실수를 유발하는 것은 물론 속도나 수익성에서도 불리하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장외시장의 거래에도 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전산화 방식을 도입하는 경우가 많다. 현업 담당자가 아닌 해당 부서의 COO(최고운영책임자)나 준법감시인이 전산화를 의무화한 사례도 있다."

-현재 금융당국은 사후 처벌 및 적발 시스템 강화, 개인 투자자의 접근성 제고 등 두 가지 측면에서 제도 개선을 꾀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의 공매도 접근성을 높이는 것은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의 해소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다만 여전히 존재하는 공매도에 대한 불신을 해결하지 않는 이상 개인 투자자들의 비판적인 시선을 불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개정된 자본시장법이 대차 계약 과정에서 반드시 전산화된 거래 시스템을 이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따라서 기존의 수기 방식으로 거래한 후 이 기록을 데이터베이스에 보관하는 것도 여전히 가능하다. 거래 자체를 전산화된 방식으로 해야 투자자들의 불신을 해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수기 방식의 거래가 어떤 점에서 문제점이 있는가.

"현재 수기에 의한 대차거래 계약 방식에서는 명확한 차입계약 내역이 생성되지 않을뿐더러, 보고되는 대차거래 정보의 정확성이 담보되기도 어렵다. 그동안 차입계약을 메신저나 이메일로 하고, 이를 스크린샷 등의 방식으로 저장한 후, 당국에 보고할 때에는 이 기록을 가공하여 문서화 해 제출하는 경우가 많았다.

계약의 확정일시는 금융투자협회 모범규준에 따라 지금도 보고가 되고 있다. 공매도를 한 투자자가 차입시간 정보를 중개기관의 시스템에 직접 입력하는 방법이다. 마치 직원이 자기가 탄 택시의 비용을 회사에 청구할 때 영수증 원본을 제출하지 아니하고 택시를 탄 시간, 금액 등의 정보를 회사의 환급시스템에 직접 입력하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원본으로 보고되지 않으니 가공되어 제출되는 내역의 정확성을 그 누구도 담보하기 어렵다."

-전산화된 거래 방식을 이용하면 어떤 장점이 있나.

"전산화된 방식으로 차입계약을 하여 명확한 차입 증빙으로 전자적 방식의 ‘차입 영수증’을 생성, 보관한다. 차입기록을 분, 초 단위까지 생성하게 하고, 각 거래별로 고유 체결번호를 만든 다음, 감독당국의 요청이 있을 경우 독립된 서버에 저장되어 있는 원본을 그대로 제출할 수 있다. 기술적으로 어려운 문제가 아니며 이미 유럽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방식이다.

실제 거래 과정에서도 수차례 검증을 통해 오류를 방지할 수 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매자의 주문 내역을 상품 보관 내역과 비교 검증하는 것처럼, 시스템 이용자끼리 거래가 이뤄지면 보유 주식과 빌리려는 주식 사이에 차이가 없는지 유효성 검증을 할 수 있다. 나아가 수기 입력을 방지함으로써 수기로 직접 거래 내역을 기입하는 것보다는 '팻 핑거(Fat finger·주문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전산화 시스템이 도입되지 못한 원인은 무엇인가.

"그간 전산화 방식이 도입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접근성이 뛰어나고 사용하기 편한 거래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이다. 해외 금융사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이용해왔지만 도입하려면 비용도 많이 들고, 국내에서 사용하기엔 여러 문제가 있었다.

두 번째 이유는 이미 수기 방식으로도 문제 없이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업계의 인식이다. 특히 대여자 역할을 하는 기관들의 경우 직접 공매도를 하는 주체가 아니다보니 굳이 비용을 들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측면도 있다. 이를 감안해 트루테크의 시스템에는 대여자를 위한 기능도 여럿 구현했다. 결국엔 차입자와 대여자 모두에게 유용한 서비스를 만들어야 시장에도 널리 보급이 가능하다고 본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