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자료 줘! 서면은 NO!"...현대일렉, 하도급 갑질로 과징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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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자료 줘! 서면은 NO!"...현대일렉, 하도급 갑질로 과징금

임애신 기자 입력 : 2020-12-03 12:00:00
  • 공정위, 기술자료 요구 절차 위반한 대기업 2개사 제재

[사진=임애신 기자]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중소 하도급 업체의 기술 보호를 위한 절차 규정을 위반했다. 하도급 업체에 기술 자료를 요구하면서 서면을 주지 않아 제재를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에는 시정명령과 2000만원의 과징금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시정명령 부과를 결정했다고 3일 밝혔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은 2017년 4월부터 2018년 1월까지 고압배전반과 관련된 제품의 제작을 위탁하고 납품받는 과정에서 7개 하도급 업체에 20건의 도면을 요구했다. 하지만 비밀 유지 방법과 권리 귀속 관계, 대가 및 지급 방법 등을 정한 서면은 제공하지 않았다.
 
심의 과정에서 현대 측은 계약서에 승인도를 제출할 것이 명시돼 있었고, 승인도 작성 비용을 지급해 승인도의 소유권이 현대 측에 있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도면 제출 의무와 도면의 소유권 이전 의무는 다르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현대가 지급한 승인도 관련 비용은 단순히 인건비에 불과해 승인도 소유권이 이전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봤다. 공정위가 승인도 5종에 대해 추산한 인건비는 2017년 최저임금 기준 최소 181만원이다. 반면 현대가 실제 지급한 금액은 100만원뿐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비슷한 위법 행위를 했다. 2015년 1월부터 2016년 6월까지 항공용 엔진 부품의 임가공을 위탁하고 납품받는 과정에서 4개 하도급 업체에 임가공과 관련한 '작업 및 검사 지침서 8건'을 요구하면서 권리 귀속 관계 등을 정한 서면을 주지 않았다. 

한화는 이 자료를 작성할 때 자신의 기술 지도를 토대로 하도급 업체가 작성한 것이므로 해당 자료는 한화 소유라고 주장했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자료에 하도급 업체의 임가공 노하우와 경험이 반영된 데다 당시 기술 지도를 담당한 한화측 직원은 입사 3년 이하였다. 하도급 업체 사업장에 30분에서 1시간 남짓 머무르며 기술 지도를 진행한 것이 전부다. 

공정위는 이를 고려하면 한화 측이 일부 정보를 제공했더라도 하도급 업체가 자신만의 고유한 기술 정보를 담아 기술자료를 작성한 경우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로 봐야 한다고 결정했다.
 
공정위는 현대에 향후 기술자료 요구 절차 규정 위반이 재발하지 않도록 시정명령하고 2000만원의 과징금 납부를 결정했다. 한화에는 향후 기술자료 요구 절차 규정 위반이 재발하지 않도록 시정명령 부과를 결정했다.

한화에 과징금이 부과되지 않은 것은 법 위반이 기술자료 요구 절차 위반하면 정액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한 '하도급법 위반사업자에 대한 과징금 부과기준에 관한 고시' 시행 이전에 이뤄져서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하도급 업체에 원사업자가 계약서상에 승인도 등의 기술자료를 제출할 것을 의무화했더라도 기술자료 제출 요구 시점에 하도급법상의 기술자료 요구 서면을 발급해야 함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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