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중국 파고든 바리베이톈의 성공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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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중국 파고든 바리베이톈의 성공비결

최예지 기자 입력 : 2020-10-29 05:00:00
  • 파리바게뜨 성공 신화...중국 시장 진출 '현지화' 중요

  • 지금이 타이밍…中 쌍순환 전략 기회 잡아라

파리바게뜨 청두 콴자이샹즈점. [사진=최예지 기자]

"'바리베이톈(巴黎貝甜)'은 프랑스 브랜드가 아니라 한국 브랜드다."

기자가 중국에서 유학 생활을 했던 2006년, 중국인 친구에게 이 같은 '해명' 같지 않은 해명을 했던 기억이 있다. 바리베이톈은 우리나라 SPC그룹이 운영하는 제빵업체 ‘파리바게뜨'를 의미한다. 당시 이름 때문에 파리바게뜨를 프랑스 기업으로 생각하는 중국인이 많았다. 한국인 입장에서 보면, 당시 중국 매장은 한국에 있는 매장과 별반 다를 바 없고 크게 임팩트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지난해 쓰촨성 청두에 있는 파리바게뜨를 방문한 기자의 파리바게뜨에 대한 인상은 180도 바뀌었다. 기억 한편에 자리 잡은 파리바게뜨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이제는 완벽히 현지화해 중국인들의 생활에 완전히 스며들고 있었다.

2004년 9월 상하이에 처음 진출한 파리바게뜨는 이제는 중국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베이커리 브랜드로 도약했다. 중국에서 '파리바게뜨에서 빵을 사고,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하겐다즈에서 아이스크림을 사야 현대인'이라는 말도 나올 정도다. 
 

지난 22일 열린 중국경영연구소 제96회 차이나 비즈니스 세미나에서 박승찬 중국경영연구소장(가운데)과 문상준 SPC 고문(왼쪽), 김현범 에코클린플랫폼 대표이사(오른쪽)가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중국경영연구소 제공]

사실 중국에서 이같이 입지를 굳히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문상준 SPC그룹 고문은 최근 중국경영연구소 차이나 비즈니스 세미나 강연에서 파리바게뜨의 중국 시장 진출 스토리를 생생하게 전했다. 문 고문은 중국에서 파리바게뜨 300개 점포를 정착시킨 주역이다.

문 고문은 파리바게뜨가 중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로 △현지화 △차별화 △고급화를 꼽았다. 그중에서도 특히 현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파리바게뜨는 10년 넘게 치밀한 시장조사를 한 뒤 중국 시장에 뛰어들었고, 중국인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사회공헌활동(CSR)에도 힘썼다고 했다.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면 '현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이다. 글로벌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도 중국인 입맛에 맞춘 다양한 음료를 출시하고 직접 배달서비스를 시행하는 등 현지화 전략을 통해 현재 중국 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중국 시장에서 외자 기업의 성공 사례보다 실패 사례를 찾는 게 훨씬 쉬울 정도로 중국 시장은 만만치 않다. 외국기업의 '무덤'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대부분이 중국 현지화에 실패한 탓이다. 예컨대 홈 인테리어 전문기업 한샘은 중국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는 현지화 작업을 거치지 않고 단순히 한국에서의 성공 모델을 답습해 현재 중국 시장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미국 갭 그룹 산하 올드네이비도 현지화에 실패, 올해 3월을 끝으로 중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문 고문은 '리본(Re-Born)' 전략도 필요하다면 과감히 단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이름'만 빼놓고 모든 것을 뒤집는 것이다. 파리바게뜨 항저우 지점도 오픈 6개월 만에 폐점 위기에 처했지만 상권에 맞게 바꿔 지금은 우수 점포가 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무엇보다 올해 초 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고, 마케팅 트렌드의 빠른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특히 중국 소비를 이끄는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14억 인구의 거대 시장이 있는 중국이, 이제는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 발전을 함께 촉진시킨다는 쌍순환 전략을 내세우며 내수 시장 강화에 나서고 있다. 분명 한국 기업들에 기회다. 중국 맞춤형 시장 전략을 세워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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