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막내고, 불질러도 감형...극악범죄 형량 이대로 괜찮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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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막내고, 불질러도 감형...극악범죄 형량 이대로 괜찮나요?

이승요 기자 입력 : 2020-07-29 15:38:11
"도대체 우리나라 법은 왜이리 엉망이란 말입니까."

최근 세상을 들썩이게 한 잔혹한 범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극악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에 대한 처벌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과 이탈리아 등 일부 선진국은 각 범죄마다 형량을 더해 몇백년씩 징역형을 선고하는 강도높은 처벌을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18년 체조대표팀 주치의가 미성년 체조선수들을 지속적으로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175년 형을 선고받았다. 

2014년 이탈리아에서는 침몰하는 배를 버리고 달아난 선장에게 2697년 형이 구형됐다. 이탈리아의 경우 비난 여론에 발맞춘 형식적인 구형이었지만 국민들의 환호를 받았다.

반면 국내에서는 국민 법감정과는 괴리가 큰 판결이 계속되면서 재판부를 향한 불신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심신미약=감형', '피의자 인권 존중' 언제까지?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장대호, 안인득, 고유정, 김성수


대법원은 29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장대호(39)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장대호는 지난해 8월 자신이 일하던 서울 구로구 소재 모텔에서 투숙객 A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장씨의 살해동기는 'A씨가 불친절한 태도를 보여서'이다. 장씨는 "양아치를 죽인 것", "유족에게 미안하지 않다", "사형 당해도 괜찮다" 등 피해자를 조롱하고 죄를 뉘우치지 않는 모습으로 전 국민적 지탄을 받았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장씨는 피해자의 시신을 토막내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한강 곳곳에 버려두는 잔혹성을 보였다.

그러나 법원은 "사형에 처해 생명 자체의 박탈을 정당화할 정도의 객관적 사정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찰의 사형 구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같이 국민 법감정과 거리가 먼 판결이 내려진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18년 20대 남성 아르바이트생을 칼로 80여차례 찔러 무참히 살해한 김성수(31)는 징역 30년을 선고 받았다. ​공범 의혹을 받았던 김성수의 동생은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은 김씨의 엄벌을 호소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최초로 100만 이상의 동의를 얻을 정도로 여론의 관심을 얻었지만 국민이 예상한 범주보다 가벼운 처벌이 나오면서 비난이 쏟아졌다.

지난해 4월 경남 진주시 한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5명을 살해한 안인득(43)도 심신미약을 인정받아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사례다.

불을 질러 대피로를 차단하고 초등학생·노인·장애인 등 약자만을 공격했다는 점에서 계획된 살인이라는 비판이 들끓었지만, 법원은 "당시 사물을 변별할 능력, 의사결정 능력이 저하된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점이 인정된다"며 감형을 선고했다.

지난 15일에는 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유정(37)이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과 무죄를 각각 선고 받았다. 

고유정은 시신 유기 전 마트에서 장을 보고, 시신훼손 방법으로 추정되는 '감자탕'을 검색하는 치밀한 모습을 보였다. 고유정의 잔혹한 범행수법을 두고 논란이 일었지만 법원은 생명을 박탈하는 '사형' 보다는 '사회적 격리'를 택했다.

일각에서는 국민이 판사를 심판하는 '판사 삼진아웃제'를 도입하자는 격앙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민 정서에 어긋나는 판결을 하는 판사들을 걸러주십시오', '판사는 왜 자기 직무에 책임을 지지 않는가' 등 재판부를 겨냥한 비판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사형 못하면 사회적 말살" 국민청원·인터넷 자경단 활발
 


국민 정서에 반하는 판결이 계속되자 온라인 상에서는 '범죄자를 사회적으로 말살하겠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 4월 성착취 동영상 공유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터지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N번방 운영에 가담한 피의자의 신상공개를 요청하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600만에 육박하는 사람들의 동의를 얻으며 여론을 휩쓸었다.

여론을 의식한 듯 경찰은 N번방 주범 조주빈(25)을 비롯해 공범 안승신, 남경읍, 배준환 등의 신상을 잇따라 공개했다.

이들은 형기를 마치고 사회에 나오더라도 신상이 낱낱이 공개돼 범죄자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고 평범한 삶을 누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민 여론과 반대되는 판결을 내린 판사들에 대한 비판 수위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세계 최대 아동 음란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24)는 지난 6일 미국 송환 위기에서 벗어나 논란이 일었다. 

손씨가 운영한 음란물 사이트에는 생후 6개월 영아가 등장하는 영상이 포함되는 등 죄질이 가볍지 않다. 손씨는 성범죄에 강경한 미국에 송환될 경우 수십년의 징역형이 불가피 했지만 국내 법원의 판단으로 해외 감옥살이를 피하게 됐다.

손씨는 이미 국내에서 형기를 마친 상황이어서 추가적인 처벌이 어려운 상태다.

손씨를 풀어준 강모 판사는 범죄자의 개인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디지털 교도소'에 이름이 오르는 곤혹을 치고 있다. 디지털 교도소는 범죄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사이트다. 학력, 가족관계, 거주지, 연락처 등 구체적인 신상정보가 게재돼 있다. 범죄자 신상공개 기간은 30년이다.

이 외에도 강 판사의 '대법관 후보 자격 박탈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10만명 이상이 동의하는 등 한동안 국민 심판대에 올라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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