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거래소, 최악땐 1주일 내 '과세 인프라' 구축해야 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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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거래소, 최악땐 1주일 내 '과세 인프라' 구축해야 할 판

서대웅 기자 입력 : 2020-07-23 19:00:00

서울 빗썸 강남센터 전광판.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내년 10월부터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거래로 올린 수익에 20% 세금을 부과할 계획이지만, '과세 인프라' 구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가상자산 거래소가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물리적 시간이 부족한 탓이다. '사각지대'인 장외 거래로 이탈하는 투자자만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정부는 22일 '2020년 세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내년 10월 1일부터 발생한 가상자산 투자수익에 세금 20%를 물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과세 시행 시기를 내년 10월로 정한 것은 "가상자산 사업자들의 과세 인프라 구축 준비기간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개정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이 내년 3월 25일 시행되고, 9월 25일까지 6개월간 사업자 신고를 받게 되니 10월부터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정부의 이 같은 계획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신고 수리가 늦어질 경우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과세 인프라 구축의 핵심은 투자자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할 수 있느냐다. 투자자에게 세금을 부과하려면 거래소가 특정 투자자의 차액 시현 기록을 추출해야 하는데, 거래소가 투자자 신원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투자자의 주민번호를 알아야 하지만, 현재 거래소에는 그런 권한이 없다. 수집 권한은 개정된 특금법이 시행되고, 가상자산 사업자로 신고를 마쳐야 주어진다.

문제는 신고 수리가 늦게 이뤄질 경우다. 극단적인 예로 9월 25일 신고를 완료하면 일주일 사이에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납세 신고는 납세의무자(투자자)가 하도록 했지만, 과세지표는 거래소가 만들어야 한다"며 "거래소마다 기술적·물적·인적 역량이 달라, 한 달 내 인프라 구축이 가능한 곳도 있겠지만 1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한 곳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여러 거래소를 이용하는 투자자들이 많아 거래소마다 공통된 체계가 필요할 텐데, 유예 기간 없이 시행되는 터라 거래소와 투자자들 간 혼란이 불가피할 것 같다"며 "업계는 과세에 반대한 적이 한 번도 없지만, 유예 기간이 없는 것은 아쉽다"고 전했다.

국내 장내 거래는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면 추적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투자자가 납세 신고를 하더라도 검증하기가 쉽지 않다. 정부는 해외 거래 이후 원화로 입금되는 경우 자금출처 등을 조사해 성실신고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신고를 안 하면 가산세 20%를 부과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수십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해외 거래소 이용자들을 모두 찾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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