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층 뿔났다...정부, '부자 증세'로 선심성 정책 줄줄이
Koiners다음 경제

고소득층 뿔났다...정부, '부자 증세'로 선심성 정책 줄줄이

임애신 기자 입력 : 2020-07-06 16:57:21
  • 기획재정부, 이달 말 세법개장안 확정·발표

  • 2000만원 이상 주식양도세에 세금 부과

  • ISA·부가가치세 간이과세 등 서민 혜택은 늘려

증세는 아니지만 세금은 걷겠단다. 고소득층에게 부과한 세금으로 나머지 국민이 혜택을 볼 수 있다는 논리다. 고소득자 입장에서는 내야 하는 세금이 늘 수밖에 없다. 나라 곳간을 고소득자가 채우고 정부는 선심성 정책을 펼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6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달 말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는 강화하고, 중산층‧서민‧자영업자의 세제 지원은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세법 개정안을 발표한다.

◆주식 상위 5%에 세금 부과...가상화폐·전자담배 세금 신설

오는 2023년부터 주식 양도소득에 세금을 매긴다. 2000만원까지는 세금이 없다. 2000만원을 제한 나머지 이익이 3억원 이하이면 20%, 3억원 초과는 25%의 세율을 적용한다.

현재 2000만원이 넘는 수익을 내는 '슈퍼 개미'는 약 30만명. 전체 주식 투자자의 상위 5%가 이에 해당한다. 기재부는 양도소득세 개편으로 약 2조1000억원의 세수가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런데도 증세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렇게 확보한 세금을 증권거래세 인하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코스피가 상승 마감한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결국 이는 상위 5%에게서 세금을 거둬 95%의 투자자에게 쓰일 세금을 지원하는 셈이다. 고수익 개인투자자를 겨눈 부자 증세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그간 세금이 매겨지지 않았던 과세 사각지대도 해소한다. 현재 가상화폐 양도 차익에 양도소득세를 물리는 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 3월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 통과로 정부가 가상화폐 투자자의 거래 내역 등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거래 내역에 근거해 세금을 물리는 게 가능해졌다.

아울러 액상형 전자담배의 세금을 일반 담배 수준으로 높일 방침이다. 액상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 한 갑과 동일한 흡연 효과를 낸다면 세금도 같은 수준에서 부과해야 한다는 취지다. 현재 전자담배 액상(0.7㎖)에 붙는 세금은 부가가치세를 제외하고 1261원이다. 20개비 기준 일반 담배(2914원)보다 절반 이상 낮다.

◆서민 절세는 확대...ISA 문턱 낮추고, 부가세 간이과세 혜택 늘려

서민을 대상으로 한 절세는 확대된다. 내년부터 '절세 통장'으로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가입 문턱이 낮아진다.

2016년 출시된 ISA는 예금·적금·펀드·파생결합증권(ELS)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한 계좌에 모아 투자할 수 있다. 초반에 만능 통장이라 불리며 인기를 끌었지만 점차 외면받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이에 정부는 소득이 없더라도 가입이 가능하도록 기준을 바꾼다. 5년간 유지해야 했던 의무가입기간도 1~2년으로 줄 것으로 보인다.

연간 2000만원으로 정해져 있는 투자 한도는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된다. 연간 한도를 다 채우지 못한 경우 다음 해 그만큼 더 입금할 수 있게 하는 식이다. 다만, 비과세 한도 200만원은 기존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부가가차세 간이과세도 20년 만에 손본다. 지금보다 간이과세 적용기준 금액을 높여 영세·소규모 개인사업자의 납세 편의를 높일 방침이다.

◆증세 필요성 공감...문제는 과세 저항

취지는 좋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 원칙은 지켜야 마땅하다. 문제는 이미 고소득자의 세 부담이 크다는 점이다. 2018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소득 상위 10%가 내는 소득세는 전체의 79%에 해당한다. 비슷한 시기 미국(70.6%), 영국(59.8%), 캐나다(53.8%) 등에 비해 높다.

부자 증세만으로는 나라 곳간을 채우긴 역부족이다. 세 차례에 걸친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으로 올해 국가채무는 839조4000억원에 달한다. 결국은 보편 증세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난 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35조 규모의 3차 추가경정예산안이 통과됐다.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싱크탱크인 국책연구원들도 증세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김유찬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은 "자금이 투기로 몰리는 것을 방지하고, 경제 위기에도 소득이 늘어난 곳은 고통 분담을 위해서라도 증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도 "당장은 어렵지만 중장기적으로 재정 지출 수요가 커지는 만큼 증세가 필요하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문제는 과세 저항이다. 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계층은 저소득층과 영세·자영업자다. 심지어 아직 그 영향은 진행 중이다. 정부와 청와대로선 보편적 증세 카드를 꺼내는 것이 부담일 수밖에 없다. 정부가 추경안을 낼 때 증세보다 '뼈를 깎는 지출구조조정'을 강조한 배경이다.

민간 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최근 8년 넘게 부자 증세가 이어졌는데 이것만으로는 현재의 재정 상황을 극복할 수 없다"면서 "고소득층에 대한 역차별은 국가 재정 위기보다 더 큰 분열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계에서는 정부가 증수보다 세출 구조조정에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경기가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세금을 늘려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서 보다 효율적으로 민생을 보듬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도 "증수를 통해 국가 재정을 채우는 것은 한계가 있다"면서 "세출 구조조정을 하고 세율을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