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삐라 경고' 논란…통일부 "이전부터 전단살포 규정 제도화 준비"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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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삐라 경고' 논란…통일부 "이전부터 전단살포 규정 제도화 준비" (종합)

정혜인 기자 입력 : 2020-06-04 17:01:21
  • 통일부 "대북전단살포, 접경지역 환경·주민 안전 악영향…중단돼야”

  • "접경지역 위협 개선 위한 실효성 긴장 해소 법률 정비 방안 고려"

  • "전단살포 규정 제도화, 2018년 판문점선언 이후부터 계속 검토"

  • "전단살포 국한된 것이 아닌 DMZ 평화지대화 취지 살리는 법안"

통일부가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접경 지역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위협을 초래하는 행위”라고 지적하며 전단 살포 중단에 대한 조치를 여러 차례 취해왔다고 4일 밝혔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이날 담화를 통해 “남조선 당국이 응분의 조처를 세우지 못한다면 금강산 관광 폐지에 이어 개성공업지구의 완전 철거가 될지, 북남(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폐쇄가 될지, 있으나 마나 한 북남 군사합의 파기가 될지 단단히 각오는 해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남조선 당국자들이 북남 합의를 진정으로 귀중히 여기고 철저치 이행할 의지가 있다면 우리에게 객쩍은 ‘호응’ 나발을 불어대기 전에 제 집안 오물들부터 똑바로 청소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2016년 4월 2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자유북한운동연합 등 탈북자 단체들이 대북 전단을 날리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대북 전단 살포’ 접경지역 환경·주민 안전 위협, 중단돼야”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현안 브리핑에서 “정부는 대북 전단 살포가 접경 지역의 긴장 요소로 이어진 사례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며 “여러 차례 전단 살포 중단에 대해 조치를 취해왔다”고 말했다.

여 대변인은 “실제로 살포된 전단의 대부분이 국내 지역에서 발견되고, 접경 지역의 환경오염, 폐기물 수거 부담 등 지역주민들의 생활 여건을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이미 이를 막기 위한 실효성 있는 긴장 해소 방안에 대해 이미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 대변인은 “정부는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접경 지역에서의 긴장 조성 행위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긴장 해소방안을 이미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언제부터 논의됐는지, 어떤 조치들이 검토 중인지 등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또 이날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을 통해 공개된 김 제1부부장의 대남 비난 담화에 대한 분석에도 말을 아꼈다.

여 대변인은 그동안 정부가 취해온 대북 전단 살포 중단 조치에 대해선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라 취해진 사례가 여러 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만 전했다.

아울러 구체적인 제도개선 방안에 대해선 “법률정비계획을 준비하고 있다”면서도 “지금 검토 중인 법률안에 대해서는 지금 현 단계에서는 자세히 말씀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법률안 형태에 대해선 정부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정부는 그동안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조치를 여러 차례 취해왔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정부가 사전에 파악한 대북 전단 살포 계획에만 적용되는 듯하다.

여 대변인은 김 제1부부장에서 언급된 지난달 31일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정부의 조치 계획에 대해선 “이미 이루어진 행위에 대해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관계기관과 협의 중”이라고만 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민간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는 기습적으로 이뤄진다”며 사전 중단 조치가 어렵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미 이뤄진 전단 살포에 대한 조치가 어떻게 이뤄졌는지는 확인해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전에 파악된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선 철저하게 조처를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사진=연합뉴스]


◆‘제도화 검토’ 김여정 담화 때문?…“2018 판문점 선언 이후부터 준비”

통일부는 매주 목요일 비공식적으로 출입기자단과 만나 현안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전달한다.

그러나 이날 돌연 공개 현안 브리핑으로 전환해 정부의 입장을 전달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김 제1부부장의 담화 발표를 의식, 북측에 정부의 입장을 내놓은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등장했다.

다른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안 브리핑 전환에 대해 “오늘 담화에서 그런 문제 제기가 있었기에 정부의 준비상황을 말씀드릴 필요가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단살포 규정) 제도화를 2018년 4월 판문점선언 이후 계속 검토했다”며 “남북관계 영향 한 가지만 고려한 것이 아니라 전단살포 접경지역 주민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덜어야 할 필요성 때문에도 검토됐다”고 부연했다.

또 비무장지대(DMZ)를 평화지대화하겠다는 합의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대북 전단 문제에 대해서도 법률적으로 검토해왔다고 강조했다.

김 제1부부장의 담화에 대응해 정부가 대북 전단 살포 법률정비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반박한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전단 살포 행위를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라 현장에서 행위를 제재하거나 차단했다.

이와 관련 당국자는 “기존 법률들이 전단 문제 규율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보니 법률 적용과정에서 입법적으로 미비하고, 불충분한 부분이 있었다”고 했다.

이어 “국회에서 여러 차례 해당 문제에 대한 명백한 법적 근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고, 남북교류 협력 개정안 냈다”면서 “그런데 국회에서 파기되는 듯 별다른 시도를 못 하고 여기까지 왔다”고 그동안의 과정을 설명했다.

이 때문에 현재 정부가 검토하는 법안이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 형태는 아닐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당국자는 “(대북 전단 살포에 국한된) 별도 법안을 만드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한반도 평화기반을 강화·구축하는 것과 관련한 여러 법제를 검토하고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법안에 내용을 포함하려 한다”고 했다.

또 “남북교류협력법을 통해 대북 전단을 규제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며 “반드시 통일부 장관의 승인·불승인 차원으로 접근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이 당국자는 “전단살포는 표현의 자유, 즉 기본권의 문제”라면서도 “표현의 자유가 접경지역 주민 생명 및 재산안전 문제와 조화를 이룰 필요가 있다”고 전단살포 규정 제도화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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