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 칼럼-이미 온 미래] 영상-VR-퀀텀…비디오 커뮤니케이션 '3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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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칼럼-이미 온 미래] 영상-VR-퀀텀…비디오 커뮤니케이션 '3중주'

이승재 논설위원 입력 : 2020-04-02 13:50:30


#. “엄마, 괜찮아요. 이제 편히 가세요”
미국 시카고에 사는 미셸 버넷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임종(臨終)을 영상통화 어플리케이션(앱), 페이스타임으로 했다. 애플 아이폰에 설치된 페이스타임은 대표적인 영상통화 수단이다. 버넷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때문에 직접 만날 수 없는 엄마와 이별을 했다. 그건 비현실적인 꿈같은(surreal) 상황이었다”고 침통해했다.

코로나19가 세상의 소통을 surreal에서 real(현실적인)로 바꾸고 있다. 화상회의(=영상회의), 온라인 수업, 원격진료의 미래는 이미 왔다. 아이폰 페이스타임, 카카오톡 페이스톡 등 영상으로 통화를 하는 데서 나아가 구글 행아웃 미트, 마이크로소프트 팀스, 줌 클라우드 미팅, 슬랙과 같은 영상회의 앱을 통해 수많은 일상을 나누고 함께 일하는 비디오 커뮤니케이션(video communications) 세상이다.
 

[미셸 베넷(왼쪽)이 CNN 앵커 브룩 볼드윈과 영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CNN 캡처 ]


단순이 얼굴을 보면서 하는 전화를 뛰어 넘어 가상현실(VR), 홀로그램 등이 결합해 보다 생생하게 ‘실재감’을 구현한다. 특히 양자암호통신으로 도청 등에 완벽한 보안이 가능한 안전한 소통의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

그래서 코로나19 이후, ‘포스트 코로나19’가 가져올 미래의 소통은 온라인-오프라인의 경계와 벽을 허문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중첩되는 제3의 공간, 시간이다.

#. G20 화상정상회담을 압도하는 우리 기술
3월 26일 청와대는 사상 첫 G20 화상정상회의 준비로 바빴다. 이날 밤 코로나19 공동 대응을 위해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이 대형 모니터 안에 처음으로 모였다.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등 G20 정상들은 공동성명문을 채택하고 “공동의 위협에 대항해 연합된 태세로 대응할 것임에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다. 글로벌 경제를 위해 우리는 과감한 대규모의 재정 지원을 지속하겠다”고 했다.

사실 이 참신한 아이디어는 문 대통령이 먼저 아이디어를 냈다. 3월 13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G20 화상회의를 처음으로 제안한 거다.

'지유글로벌' 박주홍 대표(한국영상회의협회 준비위원장)는 2007년부터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와 주요 기업에 영상회의 솔루션과 장비를 설치한 영상회의 전문가다. 3월 31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빌딩 20층 회의실닷컴에서 박 대표와 함께 G20 화상정상회의를 다시 봤다. (회의실닷컴은 전국 26개 지점을 연결하는 영상회의가 가능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집무실에서 3월 26일 열린 G20 화상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그의 분석. “이번 회의에는 전 세계 네트워크 시장의 공룡인 미국의 ‘시스코’사가 개발한 영상회의 솔루션이 사용됐다. 2대의 모니터는 대형 TV를 그대로 썼고 왼쪽 화면에는 각 정상 모습이 25개로 분할돼 나왔고, 오른쪽에는 말하는 사람이 혼자 나타나는 방식이다. 요즘 사용되는 최첨단 영상회의 기술에는 좀 뒤떨어진다. 각 나라마다 통신 속도와 설비가 다르기 때문이다.”
 

[다중-양방향 화상회의 모습. 사진=지유글로벌 제공 ]

박 대표는 특히 현재 영상회의 기술과 앞으로 미래에 대해서도 덧붙였다.

“현재 우리나라 영상회의 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13년 전인 2007년 경기도는 도청과 도 내 모든 31개 시·군에 전용망을 깔고 영상회의 설비를 갖췄는데 이번 G20 회의보다 영상과 음성, 속도 등에서 월등히 우수하다. 최근 예를 들면 편의점 회사의 구매 담당자 100명이 전국 각지에서 영상회의를 할 때 삼각김밥 신제품의 밥알의 상태를 영상으로 확인하고 품평할 정도”라고 했다.

박 대표는 가상현실(VR), 홀로그램, 양자컴퓨터 등의 기술혁신은 영상회의의 '신세계'를 열 거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래서 VR 등을 통한 ‘입체 소통’으로 나아갔다.

#. 가상현실로 진화할 재택근무
MBC가 지난 2월 “사상 최초의 VR 휴먼다큐멘터리”라며 방영한 ‘너를 만났다’는 감동과 충격을 줬다. VR 기기를 얼굴과 손에 착용한 엄마가 세상을 떠난 초등학생 딸을 스튜디오에서 재회하는 장면은 기술과 사람을 생각하게 했다. 미역국을 차려주고 생일 케이크를 선물하고, 이내 나비가 되어 다시 하늘나라로 올라가는 아이를 보며 엄마는 또 한 번 딸을 가슴에 묻었다.
 

[MBC '너를 만났다' 한 장면 사진=화면 캡처]

이 VR을 만든 비브스튜디오의 이현석 감독에게 물었다. “VR을 통해 실시간으로 실감할 수 있는 입체적 소통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느냐”라고.

이 감독은 “VR 기기를 착용하고 가상의 공간에서 회의를 하거나 파티를 하는 일상이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감독이 예상하는 재택근무도 지금과는 다르다. 집 책상으로 출근하는 건 같지만 VR 웨어러블 디바이스(시계, 안경처럼 몸에 착용하는 기기)를 통해 진짜 회사의 가상 사무실에 출근해 동료와 '함께' 근무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가상의 공간인 사무실이 VR을 통해 실재 존재하는 공간이 되고 해외에 있는 회사 동료가 바로 옆 자리에서 함께 회의를 할 수 있다는 거다.

이현석 감독이 귀띔해준 증강현실(AR) 커뮤니케이션 솔루션을 찾아보다 미국 스타트업 ‘스페이셜’을 발견했다. 이미 LG유플러스, 카카오벤처스와 손잡은 스페이셜은 AR 안경과 5G 스마트폰만 있으면 멀리 떨어져 있는 상대방과 3차원, 3D입체 아바타를 이용해 원격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AR을 통한 재택근무. 사진=스페이셜 홈페이지]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인데,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화상을 통한 입체소통이 뭔가 이바지할 수 있는 건 없을까. 그래서 원격의료 스타트업을 찾았다.

#. 해외 교민 원격진료…‘의료 한류’ 기폭제
1일 만난 김기환 메디히어 대표는 요즘 ‘물 만난 고기’마냥 신나게 바쁘다. 지난 3월 그토록 마지않던 원격의료(telehealth)의 규제가 잠시나마 사라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원격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되면서 의사와 환자가 서로 한 자리에 있지 않아도 진료를 하고 처방전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해외에서는 이미 30여 년 전부터 하고 있는 의료서비스인데 우리는 의사협회 등 관련 이익단체들의 반발로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김 대표는 미국으로 눈을 돌려 2개월 전에 해외 교민과 국내 의사를 연결해주는 앱을 만들어 미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때마침 규제가 풀려 그 한국어판 앱을 곧바로 출시했다. 7명에서 출발한 참여 의사는 명지병원과 제휴하면서 50여명으로 늘었다. 출시 20일 만에 누적 진료 환자는 2000명을 넘었는데, 이 중 19명이 코로나19 증상을 보인 뉴욕 거주 한국인이었다.

실제로 앱을 깔고, 회원 가입 후 이용해보니 너무나 편리했다. 내과, 소아과, 정형외과, 치과, 정신건강 등 12개 검진항목을 선택하면 해당 의사들의 사진과 연락처, 예약 가능시각이 나타났다. 예약시간을 설정하고, 원격진료실에 입장, 담당 의사와 영상통화, 처방전 발급까지 일사천리였다. 익숙해지기만 하면 온라인에 익숙한 젊은 직장인은 물론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중장년층, 어르신들에게 어렵지 않을 듯 했다.
 

[메디히어 앱을 통한 원격진료.]

메디히어는 곧 150개 국가에 앱을 출시, 각 나라에 있는 한국인 유학생, 주재원, 교민을 한국인 의사와 연결해줄 계획이다. 현재 국내는 무료, 해외는 39달러(한화 약 5만원)를 받는다.

김 대표는 국경없는 세계 최대의 온라인 병원을 꿈꾼다.

#. 영상-VR-퀀텀 '소통 3중주'
회의, VR, 의료 등 각 분야 영상 소통의 전문가들은 ‘양자(퀀텀)’를 말했다. 노벨상 수상자인 리처드 파인만이 개념을 제시한 양자역학, 양자컴퓨터가 통신으로 활용될 ‘곧 올 미래’에는 상상을 뛰어 넘는 수준의 영상, VR, 원격 소통이 동시다발적으로 가능할 거란 예측이다.

쉽게 말해 현재의 슈퍼컴퓨터 능력에 비해 수십‘만’배 이상 더 빠르게 데이터 전송과 수신이 가능해 진다. 공상과학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지구와 우주선 간에 실시간 홀로그램 대화를 할수 있게 된다.

양자암호통신은 최근 문제가 된 줌 영상회의의 단점을 간단하게 극복할 수 있다. 도청이 불가능한 암호키를 갖는 보안통신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양자통신의 세계에서는 영상 회의, 모임이 도청 당하는 일도, 화면에 갑자기 포르노 영상이 뜨는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경기도 부천에서 음악스튜디오를 운영하는 프리랜서 오케스트라 지휘자 이진효 씨는 코로나19 여파로 생계가 막막하다. 그럼에도 그는 영상회의 시스템을 활용, 부천 스튜디오에서 경기도 연천군 노곡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악기를 가르치고 합주를 할 계획을 포기하지 않는다. 진효 씨는 전 세계 곳곳 각 악기 최고의 연주자들이 가상 공간의 콘서트홀에 모여 딜레이(지연) 전혀 없는 실시간 합주를 지휘할 꿈을 꾼다. 영상과 VR, 퀀텀의 '삼중주'는 이미 온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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