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코로나19 끝나면 뭐 할래
Koiners다음 특파원리포트

[특파원스페셜]코로나19 끝나면 뭐 할래

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 2020-03-26 04:00:00
  • 외식하고 싶다 63%, 연령별로 차이

  • 보상적 소비 확대, 억눌린 욕구 분출

  • 정부·기업, 내수 부양 아이디어 부심

[그래픽=이재호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진 뒤 후베이성 우한을 육지 위의 섬처럼 만들었던 봉쇄 조치가 풀린다.

오는 28일부터 기차를 타고 우한에 진입할 수 있고, 다음달 8일부터는 우한발 열차 운행이 시작된다. 건강만 입증하면 도로를 통한 출입도 가능해진다.

우한 봉쇄령 해제가 중국인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강렬하다. 전염병 통계의 투명성 논란과는 별개로, 중국 사회가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모습을 되찾고 있다는 확실한 징표이기 때문이다.

광둥성 광저우의 한 시민은 위챗 단체 대화방에 "오전 9시 출근 중인데 교통 체증이 95% 정도 회복된 것 같다. 꽉 막힌 도로가 이렇게 친근할 수 없다"는 글을 남겼다.

짜증과 스트레스 유발자가 강남에서 돌아온 제비처럼 반갑게 느껴질 정도로, 코로나19가 창궐한 지난 3개월은 미증유의 세상이었다.

이제 중국인들은 다시 외식을 하고, 극장과 헬스장을 방문하고, 지인에게 건넬 선물을 사고, 여행을 떠날 채비를 한다. 일상으로의 복귀가 가속화되고 있다.

◆2030 여행·출장, 10대는 밀크티 전문점

지난 20일 장쑤성 화이안시는 밍쭈링(明祖陵·명 태조 주원장의 조상이 묻힌 곳) 등 관광지를 경유하는 투어 버스 운행을 시작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이후 성내에서 단체 관광이 재개된 첫 사례다.

이날 자녀와 함께 나들이 나온 류단단(劉丹丹)씨는 장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여전히 체온을 측정하고 마스크도 써야 하지만 외출을 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전자상거래 기업인 핀둬둬 내 신소비연구원의 판르자오(範日召) 연구원은 "각 지역의 통제 조치가 완화되면서 전염병 때문에 위축됐던 여행 및 출장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며 "관광과 외식 등 서비스업 분야의 소비 회복세가 확연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남방도시보 산하의 남도리서치센터가 중국인 249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코로나19 사태 종식 후 가장 먼저 가고 싶은 곳(복수 응답)으로 62.9%가 식당을 꼽았다.

이어 쇼핑센터(50.1%)와 극장(47.2%), 밀크티 전문점(40.9%) 등의 순이었다.

연령별 차이도 확인됐다. 20~30대인 바링허우(八零後·1980년대 출생자)와 주링허우(九零後: 1990년대 출생자)는 여행·출장(34.4%)을 선택한 비율이 높았다.

주로 10대 청소년인 링링허우(零零後·2000년대 출생자)는 여행·출장이 11.2%에 그친 반면, 밀크티 전문점은 65.5%에 달했다.

오프라인 쇼핑센터를 선택한 20~30대가 54.9%인 데 반해, 10대는 온라인 쇼핑(36.8%)을 선택한 비율이 훨씬 높았다.

또 20~30대는 헬스장(16.3%), 10대는 노래방(18.2%)이 각각 순위권에 포함됐다. 소비 역량과 생활 패턴이 반영된 조사 결과로 해석된다.

선호하는 여행지는 국내 다른 성(43.9%), 성내 다른 도시(26.9%), 시내 다른 지역(16.3%), 해외(12.8%) 등으로 나타났다.

올 초부터 격리에 가까운 생활이 지속돼 온 만큼 멀리 떨어진 곳으로 여행을 가고 싶지만 아직 국경 밖으로 나가는 데는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이재호 기자 ]


◆코로나19 종식 후 소비 늘리겠다 58%

설문조사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면 이전보다 소비를 더 늘리겠다는 응답은 57.8%로 집계됐다. 남성(60.3%)이 여성(54.8%)보다 높다는 게 흥미롭다.

남방도시보는 이를 '보상적 소비'로 표현했다. 예기치 못한 일 때문에 억눌렸던 소비 욕구가 사태 종식 후 분출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황화둥(黃華東) 광둥성 발전개혁위원회 총경제사는 최근 브리핑에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 경험을 떠올리면 방역이 완료된 뒤 소비가 큰 폭으로 회복됐다"며 "자동차와 가전 등 고가 제품을 중심으로 단기간 내에 보상적 소비가 급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구매 의사가 가장 큰 제품군은 의류·신발(43.1%)이었고, 전자·디지털 기기(36.3%)와 가전·가구(18.3%) 등이 뒤를 이었다.

연령별로는 30대의 경우 가전·가구(22.2%)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20대는 미용·보건(15.1%), 10대는 전자·디지털 기기(46.5%)라는 응답이 많았다.

가정 내 위생 관리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관련 기능을 갖춘 건강 가전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는 분위기다.

설문조사에서 56.2%가 가습기와 공기정화기 등 성능이 더 좋은 소형 가전을 새로 구매하겠다고 응답했고 주방 가전(44.2%)과 에어컨(39.1%), 세탁기(38.1%)를 바꾸겠다는 응답도 많았다.

한 가전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건강·위생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높아졌다"며 "향후 건강 관련 기능이 추가 개발돼 시장 규모도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염병이 잦아들고 사회적 교류가 확대되면서 각종 선물 구매 역시 늘어나는 추세다.

핀둬둬 통계에 따르면 지난 8일 '세계 여성의 날(부녀절)'을 전후로 꽃 주문량은 321.8% 급증했다. 향수와 립스틱 구매 증가율도 각각 287.9%, 252.4%에 달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인적 교류를 위해 어떤 선물을 구매할지 묻는 설문에 74.9%가 과일이라고 답했다. 술·음료(57.1%), 건강보조식품(38.1%), 전자제품(34.1%) 등이 뒤를 이었다.
 

[사진=장쑤방송 캡처 ]


◆"새해 다시 보내자" 소비 진작 안간힘

중국 내 보상적 소비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내수 부양이 절실한 정부와 매출 감소를 우려하는 기업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알리바바 계열의 신선식품 매장 허마셴성은 지난 20일부터 '새해를 다시 보내자'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다양한 판촉 행사를 벌이고 있다.

춘제(春節·중국 설) 연휴부터 코로나19 창궐로 연초를 우울하게 보낸 만큼 명절 분위기를 다시 내보자는 취지다. 물론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스테이크와 고급 과일 등의 식재료를 15%가량 할인해 판매하고, 소비 욕구를 북돋기 위해 매일 1000만 위안(약 17억4000만원) 규모의 쿠폰을 지급하고 있다.

허우이(侯毅) 허마셴성 최고경영자(CEO)는 펑파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춘제는 늘 풍성했던 녠판(年飯·섣달그믐에 먹는 야식) 판매까지 위축될 정도로 아쉬움이 컸다"며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으로 유럽산 제품 수입에 차질을 빚는 등 어려움이 있지만 소비 활성화를 위해 각종 아이디어를 모으는 중"이라고 전했다.

가전 유통업체인 쑤닝은 오는 27~29일 '가전·인테리어의 날' 행사를 개최하고 5억 위안(약 870억원) 상당의 소비 쿠폰을 지급할 계획이다.

경영난에 시달리는 가전 및 인테리어 제품 업체와 공동으로 활로 모색에 나섰다. 쑤닝 관계자는 "지금은 연기되고 있지만 언젠가 개학 시기가 결정되면 학부모와 학생들의 신제품 구매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매출 증대를 위한 여러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각 지방정부는 당서기와 시장 등이 직접 식당에서 식사하는 모습을 언론을 통해 공개하며 외식 확대를 독려 중이다.

장쑤성과 산둥성 등 일부 지방은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발행한 바 있는 소비 쿠폰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쿠폰이며, 현재까지 20억 위안(약 3470억원) 이상이 배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광저우는 이달부터 연말까지 신재생에너지 차량을 구매하면 1만 위안, 기존 차량을 폐차하고 신차를 사면 3000위안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인근의 광둥성 포산시는 최대 5000위안을 지급한다.

소비자들의 접근성이 높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자동차 기업과 손잡고 판매 대행에 나서기도 한다. 핀둬둬는 이미 한 차례 판촉 행사를 진행해 70시간 만에 자동차 1만대를 팔기도 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