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권 진입 첫발 뗀 '가상자산'…특금법 법사위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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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권 진입 첫발 뗀 '가상자산'…특금법 법사위 통과

서대웅 기자 입력 : 2020-03-04 20:16:28
  • 가상자산 시장 대규모 개편 전망

'가상자산' 거래가 제도권 진입의 첫발을 뗐다. 가상자산이란 기존 '암호화폐' 또는 '가상화폐' 용어를 대체하게 되는 법적 명칭이다. 가상자산 시장은 대다수 거래소가 사라지는 등 대대적 개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는 4일 전체회의를 열고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규제 내용을 담은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개정안은 5일 국회 본회의를 거쳐 최종 통과된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권고에 따라 마련된 특금법 개정안은 도박이나 마약 등에 연루된 불법자금 세탁을 막는 것이 골자다. 불법 테러자금 조달을 전세계적으로 원천 차단하려는 것이 목적이며, 개정안은 은행을 비롯해 모든 금융회사에 적용된다.

이번 개정안이 주목받은 것은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규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불법 자금이 가상자산 거래로 세탁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지만, 개정안이 가상자산 거래를 제도권으로 인정하는 출발점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하지만 가상자산 거래소들 가운데 대다수는 존폐 위기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 개정안이 거래소에 대해 △시중은행 실명계좌 발급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획득 등을 의무화했는데, 이 요건을 갖추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거래소는 당국으로부터 직권말소, 즉 영업정지를 당할 수 있다. 실명계좌를 사용하지 않거나, 사용하더라도 ISMS 인증을 획득하지 않고 영업에 나선다면 불법이다.

현재 국내에서 영업 중인 거래소는 약 200곳으로 추산되는데, 업계는 이 가운데 많아야 10곳(5%) 정도만 살아남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금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쟁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은행이 계좌를 개설해주지 않으면 거래소로선 영업이 불가능한 탓에 신고 수리 여부의 '열쇠'를 사실상 은행이 가지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이에 정무위는 실명계좌 발급 요건을 시행령에 담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모든 은행 계좌를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할지가 주요 논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현재 일부 거래소가 이용하는 실명계좌 은행은 신한, NH농협, IBK기업은행 등 3곳뿐이다. 이마저도 계좌를 새로 개설할 수 있는 곳은 사실상 농협은행 1곳에 불과하다. 거래소에 대한 리스크가 커지자 다른 2곳은 신규 계좌 개설을 중단하거나 6개월마다 갱신토록 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일반 고객이 통장을 자유롭게 개설하듯 듯 거래소 역시 계좌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은행권은 암호화폐 거래소의 보안성이 취약한 탓에 의무적인 계좌 발급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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