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제도화 '특금법'] 속도 못내는 개정안...26일 법사위 안건 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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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제도화 '특금법'] 속도 못내는 개정안...26일 법사위 안건 오를까

서대웅 기자 입력 : 2020-02-24 08:37:22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규제 내용을 담은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 개정안이 17일 개회한 임시국회를 통과할지 주목된다. 국제자금세탁방지지구(FATF) 권고에 따라 마련된 이번 개정안은 늦어도 오는 6월 시행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업계는 법 개정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달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특금법 개정에 대한 안건이 올라가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특금법 개정안은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26일 법사위 통과 여부가 분수령

이번 특금법 개정안은 도박이나 마약 등에 연루된 불법자금 세탁을 막는 것이 골자다. FATF의 권고에 따라 마련됐다. 불법 테러자금 조달을 전세계적으로 원천 차단한다 목적으로, 은행을 비롯해 모든 금융회사에 적용된다.

개정안에 암호화폐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규제 내용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법 자금이 암호화폐 거래로 세탁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지만, 이번 개정안이 암호화폐 거래를 제도권으로 인정하는 출발점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개정안은 거래소에 대해 △시중은행 실명계좌 발급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획득 등을 의무화했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거래소는 당국으로부터 직권말소, 즉 영업정지를 당할 수 있다.

문제는 개정안을 마련해야 할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FATF는 오는 6월 개정안에 담은 내용을 시행하라고 권고했었다. 전문가들은 늦어도 4월 시행에 들어가고 6월에 권고 이행 방안을 증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이후 법사위에서 논의 안건에 오르지 못하며 국회 문턱을 통과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분수령은 오는 26일 열리는 법사위다. 특금법 개정안이 법사위 문턱을 넘으면 27일 또는 다음달 5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안건 처리 가능성이 높은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안 및 인터넷은행특례법 개정안과 달리, 특금법 개정안은 법사위 안건으로 오를지도 미지수인 상태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정무위 의원들이 법사위 간사 의원들에게 특금법 개정안 처리를 요청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안건으로 오를 수 있을지조차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에도 통과하지 못하면 다음 임시국회를 노려야 하는데, 4월 총선이 있어 임시국회가 열리더라도 처리 가능성은 낮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행령 개정안 쟁점 많지만 '시간' 부족

특금법 개정안이 이달 임시국회에서 통과하더라도 시장의 불만이 온전히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시행령 개정안에 담길 규제에 대한 시장의 의견을 금융당국에 전달하고 관철시키려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FATF 권고에 따라 늦어도 6월부터 시행해야 하는데, 당국과 '협상'을 벌일 여유가 없다는 뜻이다.

특히 법규상 실명계좌 발급 조항에 대한 시행령의 세부 조항에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이 조항을 두고 여야 의원들은 정무위에서 이견을 나타냈지만, 결국 암호화폐 거래소가 영업하기 위해선 실명계좌를 발급해야 한다는 원안을 심의·의결했다.

하지만 은행이 계좌를 개설해주지 않으면 거래소로선 영업이 불가능한 탓에 신고 수리 여부의 '열쇠'를 사실상 은행이 가지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고, 이에 실명계좌 발급 요건을 시행령에 담기로 했다.

업계는 거래소가 법이 규정한 영업 가능 요건을 충족하면 은행이 계좌를 발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ISMS 인증을 획득하는 등 요건을 갖췄는데도 은행이 계좌를 발급하지 않아 영업하지 못하는 경우가 벌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거래소-은행 간 입장 극명...주요 쟁점될 듯

모든 은행 계좌를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할지도 주요 논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현재 일부 거래소가 이용하는 실명계좌 은행은 신한, NH농협, IBK기업은행 등 3곳뿐이다. 이마저도 계좌를 새로 개설할 수 있는 곳은 사실상 농협은행 1곳에 불과하다. 거래소에 대한 리스크가 커지자 다른 2곳은 신규 계좌 개설을 중단하거나 6개월마다 갱신토록 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일반 고객이 통장에 자유롭게 가입하 듯 문제가 없다면 거래소 역시 계좌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은행권은 암호화폐 거래소의 보안성이 취약한 탓에 의무적인 계좌 발급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각종 보안 인증을 획득한 국내외 주요 거래소들에서 해킹당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며 "시장 리스크가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계좌를 쉽게 발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시행령 개정안 마련 과정에서 많은 쟁점이 예상되지만, 법안 통과가 미뤄지고 있어 당국은 손을 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몇가지 가안을 가지고 있지만,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며 "현재로선 법 통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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