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통화 주도권 뺏길라…6개국 중앙은행 손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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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통화 주도권 뺏길라…6개국 중앙은행 손잡았다

박기람 기자 입력 : 2020-01-22 17:46:44
  • 영국·일본·스웨덴 등 공동연구…미국과 중국 견제

일본은행과 유럽중앙은행(ECB) 등 6개 중앙은행이 손 잡고 중앙은행에 의한 디지털통화(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공동 연구에 착수키로 했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22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일본은행, ECB, 영란은행(BOE, 영국), 릭스방크(Riksbank, 스웨덴), 스위스중앙은행(SNB), 캐나다은행(BOC) 등 6개 중앙은행과 국제결제은행(BIS)이 CBDC 발행을 시야에 두고 'CBDC 활용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한 그룹'(이하 그룹)을 만들겠다고 전날 발표했다.

그룹에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와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참가하지 않는다. 브느와 꾀레 전 ECB 집행이사와 존 컨리프 영국 중앙은행 부총재가 공동 의장을 맡는다.

이들은 성명에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활용 가능성의 평가에 대한 관점을 공유하기 위해(조직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일본은행과 ECB는 디지털 통화의 근간이 되는 기술인 블록체인(분산저장기술) 분야에서, 영란은행과 캐나다은행은 국경을 넘는 CBDC 분야에서 각각 공동연구를 추진해왔다. 이번 계기에 그간 확보한 지식과 기술 등을 공유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이들은 또 CBDC와 관련해 기존의 결제 시스템과 비교한 우위성을 연구하고 이자를 부여할지 여부와 방식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 정보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의 문제를 포함한 익명성과 자금세탁방지 대책 사이의 균형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 논점이 될 전망이다. 또 사이버 공격에 대한 방어도 공동 연구 대상으로 삼기로 했다.

중국 인민은행이 중앙은행 차원의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미국의 거대 IT기업이 민간 차원의 가상화폐를 추진하는 가운데 중앙은행들이 영향력 약화를 막기 위해 지금까지 축적해 온 지식과 노하우를 더욱 깊이 공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신문은 해석했다.

외신들은 "자국 통화가 아닌 디지털화폐의 보급이 중앙은행에 대한 위협이라고 보고, 디지털화폐 연구를 가속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국제 결제 시스템의 격변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 공동 연구를 결정했다는 의미다. 

그간 일본은행을 비롯해 세계 주요 중앙은행은 CBDC에 관해 "연구는 하고 있으나 가까운 장래에 발행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한편 디지털 화폐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의 위협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9월까지 관련 특허 84건을 출원하는 등 디지털화폐 분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CBDC를 통해 화폐의 디지털화를 통해 화폐 발행·유통 비용 등을 절감하고, 화폐 위조나 자금세탁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위챗이나 알리페이 같은 민간 지급결제사업자들의 시장점유율이 90%를 웃도는 등 과도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의도도 CBDC 개발 이유에 포함된다. 

중국 정부와 인민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디지털화폐전자결제(DCEP)'는 올해 중으로 발행될 예정이다. DCEP는 디지털 화폐로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IT기업이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거대 기업  페이스북 역시 디지털 화폐 개척에 적극적이다. 20억명이 넘는 이용자를 보유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은 작년에 가상화폐 '리브라'를 발행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각국 중앙은행들과 정부는 리브라에 대해 여전히 우려 섞인 시선을 보이고 있다. 서비스가 본격화할 경우 정부 주도의 금융 및 통화 정책이 혼란을 겪을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디지털통화 [그래픽=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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